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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기 끊고 한뎃잠 자며…“새해엔 꼭 산재죽음·해고 없길”

성령충만땅에천국 2021. 1. 1. 06:39

곡기 끊고 한뎃잠 자며…“새해엔 꼭 산재죽음·해고 없길”

등록 :2020-12-31 20:06수정 :2021-01-01 02:43

 

칼바람 속 새해 맞는 천막농성장

청와대 앞 57일째 농성 세월호 유족
김진숙 복직 외치는 단식농성단
국회 앞서도 산재 유가족들 단식·2400배까지

 

2020년 마지막날인 31일 오전 국회 앞에서 많은 단체가 농성을 벌이고 있다. 김혜윤 기자 unique@hani.co.kr

“될 때까지 와야죠. 죽기 전에 내 자식을 내 손으로 뒷마무리를 해줘야 내가 죽어도 눈을 감고 죽을 것 같아요.”스텔라데이지호 실종 선원 허재용씨의 어머니 이용문(72)씨는 2차 심해 수색과 사고 원인 규명을 촉구하며 지난 8월부터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매일 낮 12시부터 2시간 동안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이씨를 기준으로 왼쪽에는 ‘4·16 세월호 참사 가족협의회’(가족협의회)와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기획단)의 노숙농성장이, 오른쪽에는 ‘코레일 네트웍스 노동자’들의 노숙농성장이 들어서 있다.

 

31일 청와대 앞 분수대에는 영하 10도의 추위 속 북악산 칼바람이 매섭게 몰아쳤다. 그러나 문재인 대통령을 향한 이들의 호소는 2020년 마지막 날까지 계속됐다. 세월호 참사 유족들은 문 대통령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57일째 종이패널과 스티로폼 바닥재로 만든 지붕 없는 농성장을 밤새워 지키고 있다. 정성욱 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진상규명부서장은 “아직도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다”며 “문 대통령이 ‘군과 국정원, 기무사에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의 진상조사에 협조해라’고 한마디만 해줬으면 좋겠다. 유족들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중요하다”고 했다.이들 바로 옆에 자리 잡은 ‘김진숙 희망버스 기획단’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중대재해법) 연내 처리와 김진숙 한진중공업 해고자(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복직을 요구하며 10일째 단식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연내 해결’이라는 이들의 요구는 무산됐지만 농성장을 지키는 이들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정홍영 희망버스 집행위원장은 “김진숙 조합원의 정년 기한이 종료(12월31일)됐다고 해도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단식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전날 김진숙 위원은 부산을 떠나 걸어서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새해에는 이들과 만나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같은 시각,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 인도에도 “정치가 제 역할을 해달라”고 외치는 이들로 가득했다. 인도를 따라 늘어선 10여개의 농성장은 ‘중대재해법 즉각입법’, ‘부당해고 철회’, ‘소상공인자영업자 보호 법안 마련’ 등의 문구가 쓰인 펼침막을 걸고 겨울 칼바람을 견뎌내고 있었다. 지난 5월 공장 파쇄기에 끼여 숨진 노동자 김재순씨 아버지 김선양(51)씨는 중대재해법 제정을 요구하며 나흘째 단식 중이다. 이스타항공 노동자들이 대규모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4개월째 차려놓은 농성장도 보인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동조합위원장은 “정부 여당에 대량해고 해결을 수차례 요구했지만 단식투쟁할 때 의원 몇명이 찾아온 뒤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라며 “해고된 노동자들이 생활고 등으로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데, 노동자는 안중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이들은 새해를 청와대와 국회 앞에서 맞이한다. 각자의 사연을 품고 한 곳에 모인 이들은 믹스 커피와 일회용 손난로로 매서운 바람을 견뎌내며 그들만의 새해 인사를 주고 받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께 1인 시위를 접고 집으로 향하는 이용문씨는 “내일도 춥다니 늦게 나오세요”라는 세월호 유족들의 인사에 “내일이면 새해에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2021년에는 이들의 ‘평범한 바람’이 이뤄질까. “새해엔 노동자들의 안전과 행복이 보장됐으면 좋겠어요. 더 이상 안타까운 희생은 없어야 하잖아요.”(김선양씨), “해고된 노동자들이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는 한해였으면 좋겠습니다. 힘있는 이들 눈치 보지 말고, 힘없는 국민들을 바라보는 정치를 했으면 해요.”(박이삼 위원장).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7년이 다 돼갑니다. 문 대통령이 계실 때 제대로 된 진상규명을 할 수 있다고 믿어요.”(정성욱 부서장)장필수 강재구 기자 fee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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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976802.html?_fr=mt1#csidxbc596f8e4fc286b96246f8acbced9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