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 작가, 소설로 ‘아우팅’ 피해 주장에 법적 대응 예고
등록 :2021-04-26 15:31수정 :2021-04-26 15:39
장편 ‘항구의 사랑’과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 논란
김세희 작가. 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김세희 작가의 소설들 때문에 강제 ‘아우팅’ 피해를 당했다는 네티즌의 주장에 김세희 작가가 사실 무근이라 맞서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네티즌 ㄱ씨는 지난 23일 트위터에 글을 올려 자신이 김세희 작가의 장편소설 <항구의 사랑>에 등장하는 ‘인희’이자 ‘에이치’(H)이며 역시 같은 작가의 단편 ‘대답을 듣고 싶어’에 등장하는 ‘별이’라고 주장했다. <항구의 사랑>에는 2000년대 목포에서 고등학교를 다닌 칼머리의 퀴어 청소년 인희와 동료 H가 등장하는데, ㄱ씨는 그 모델이 자신이라며 “김세희 소설가와 18년간 친구였던 저는 필요에 따라 주요 캐릭터이자 주변 캐릭터로 부분부분 토막 내어져 알뜰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했다.ㄱ씨는 또 “‘대답을 듣고 싶어’에는 토씨 하나 바꾸지 않은 사적 대화 및 에피소드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그대로 실려 있다”며 “이로 인해 저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직업, 투병 과정, 죽음, 장례와 관련된 이야기를 어떠한 동의 절차 없이 지면으로 접해야만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김세희 작가의 소설들로 인해 아우팅 등의 피해를 당했다며 “잘못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이와 관련해 민음사는 24일 트위터에 입장문을 올려 “ㄱ씨와 작가 사이에 입장 차가 있음을 확인하고, ㄱ씨에게 작품 속 인물이 자신임을 특정한다고 생각하는 장면에 대해 알려줄 것을 요청하였으며 그 답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밝혔다.김세희 작가도 26일 법무법인을 통해 밝힌 입장문에서 “ㄱ씨가 언급한 ‘칼머리’는 ‘팬픽이반’으로 설정된 등장인물의 전형성을 보여주는 외모일 뿐 누군가를 특정하는 개성이 되는 징표가 아니”고 “‘대답을 듣고 싶어’에는 화자의 고등학교 친구인 ‘별’의 어머니 직업만 언급될 뿐 인상착의조차 나오지 않으며 ㄱ씨의 사생활이나 비밀이 침해되는 사연이 없다”고 밝혔다. 김 작가는 이 입장문에서 “소설 속 인물과 에피소드는 작가가 삶에서 겪은 다양한 사람들과 경험을 모티브로 삼고, 여러 문헌과 창작물을 참고하면서 상상을 덧붙여 만들어낸 허구의 서사다. 현실에 기반했더라도 실존인물이 아니다”라며 “진실이 아닌 허위에 기댄 위법한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부득이 법적 조치도 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김세희 작가는 26일 <한겨레>와 통화에서 “소설 속 등장인물이 자기라고 주장하는 근거는 ‘칼머리’밖에 없는데, 그건 팬픽 이반의 일반적인 설정”이라며 “아우팅 피해를 당했다는 내용증명을 작년 말 민음사에 보내와서, 소설에서 구체적으로 자신을 특정할 만한 부분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답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항구의 사랑>의 후일담인 ‘대답을 듣고 싶어’에는 친구와 나눈 농담이 들어가 있긴 하지만 그것은 고인이나 유족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반적인 농담”이라고 해명했다.그는 “작가는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문학을 창작하고 그건 허구의 이야기가 되는 것인데, 그에서 모든 맥락을 다 빼고 어떤 한 조각이 자기 이야기 같다고 익명으로 공론화 하고 어떤 검증절차도 없이 (작가를) 가해자로 조리돌림 한다면, 어떻게 창작을 할 수 있겠는지 공포스럽다”며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차분하게 살펴보고 건강하고 발전적인 논의가 일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한편 지난해에는 김봉곤의 단편소설 ‘그런 생활’과 ‘여름, 스피드’가 지인들과 나눈 사적 대화를 무단으로 차용함으로써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사실이 드러나 해당 소설이 실린 작품집을 낸 문학동네와 창비가 판매 중지와 환불 조치를 하고 김봉곤은 해당 소설로 받은 젊은작가상을 반납하기도 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992634.html?_fr=mt2#csidxeb7f1c3577099c89e1dbfc04313c22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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