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청송(聽訟:재판)의 근본은 성의(誠意) [박석무]

성령충만땅에천국 2021. 7. 26. 08:20

제 1172 회  풀어쓰는 다산이야기

청송(聽訟:재판)의 근본은 성의(誠意)


나는 오래전부터 수사하고 재판하는 공무원들이라면 아무리 독서를 하지 않는다 해도, 최소한『목민심서』의 형전(刑典)장 만이라도 읽어야 한다고 강조해왔습니다. 그렇게만 했더라도 요즘처럼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강력해지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지금처럼 법원과 검찰에 대한 개혁 요구가 거세지는 현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제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됩니다. 엊그제 언론 보도를 통해, ‘개혁적 소수의견으로 사회적 약자 권익옹호’라는 제목으로 타계한 전 대법관 이홍훈판사를 추모하는 글을 읽으면서, 더욱 ‘형전’의 진리가 얼마나 훌륭한가를 새삼스럽게 느꼈습니다.

다산의「형전」첫 줄은 이렇게 시작됩니다. “청송의 근본은 성의에 있고 성의의 근본은 신독(愼獨)에 있다.”(聽訟之本 在於誠意 誠意之本 在於愼獨) 이런 대원칙을 내세운 다산은, 그에 대한 설명에 참으로 많은 예문(例文)을 열거하였습니다. 『중용』·『논어』·『대학』등의 고경을 두루 열거하고, 『시경』까지 인용해 왜 ‘성의’가 필요하고 ‘신독’이 요구되는가에 대한 상세한 풀이를 해놓았습니다. 『대학』에는 성의장(誠意章)이 따로 있어서 사람이 사람다우려면 정성스러운 뜻이 어떤 역할을 해주는가에 대한 온갖 설명을 했으며, 『중용』에는 신독장(愼獨章)이 있어 신독이라는 수신(修身)공부가 얼마나 귀중한 가치인가도 충분히 설명해놓았습니다.

일생을 법관으로 살다가 대법관의 지위에 올라 개혁적인 소수의견을 많이 개진했고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을 옹호하는 많은 판례를 남긴 법관의 죽음에 생전의 위대한 업적을 찬양하는 신문기사를 읽다 보니, 그분이 대법관에 취임하면서 말했다는 취임사의 한 대목에『목민심서』의 형전 첫 줄이 인용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왜 그분이 많은 법관들의 귀감이 되는 법관이었음을 이해하게 되기도 했습니다. 신문에 “다산선생이 재판의 요체에 관해 일찍이 갈파하신 ‘성의’를 갖고 사건 하나하나에 정성을 다하겠다”라고 말하고는 “통합과 시대정신을 구체적 판결에 담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는 내용이 취임사에 나오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산이 “재판의 근본은 성의에 있다.”고 했던 의미를 기억하고 재판에 임했던 이홍훈대법관을 타계한 뒤에야 보도를 통해 알게 된 것이 아쉬움으로 남았습니다. 『중용』이라는 책에는 많은 내용이 있지만 ‘성(誠)’이라는 덕목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정성이란 하늘의 도요 정성스러우려 하는 것은 사람의 도이다.”(誠者 天之道也 誠之者 人之道也)라고 했으니, ‘성의’를 가슴에 새기고 정성을 다해서 사건을 심리하겠다는 뜻은, 바로 하늘의 뜻대로 심리하여 판결을 내리겠다는 뜻이었으니, 얼마나 진지한 재판으로 실체적 진실을 파악한 판결을 내리겠다는 뜻인가요. 다산은 공직생활 동안 절대로 잊지 않고 마음에 새길 단어는 공렴(公廉)이고, 그런 공렴도 온 정성을 다 바쳐 실천하겠다는 언약을 했던 바가 있습니다. 그래서 불성무물(不誠無物), 지성무식(至誠無息) 등 온갖 덕목의 최상위에는 정성이라는 글자가 등장합니다.

재판의 근본이 성의에 있다고 믿고 그렇게 법관생활을 하다 옳은 판례를 남기고 세상을 떠난 이대법관님의 명복을 빕니다. 살아생전에 만나 다산의「형전」에 관한 대화를 나누었으면 얼마나 좋았을 것인지, 그러지 못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법을 다루는 공직자를, 다시 또 다산의「형전」읽기를 권장합니다



박석무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