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축사- 이길섭교수 정년퇴임을 즈음하여

성령충만땅에천국 2022. 7. 10. 17:46
축사- 이길섭교수 정년퇴임을 즈음하여
 
축사


이길섭 교수의 정년퇴임을 축하합니다. 나는 스스로 너무 오래 사는 게 아닌가 생각하는데 그것은 이 교수의 부친과 내가 동갑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평소 이 교수는 나를 많이 존경해서 내가 덥석 치기를 부려 한남대학교 총장에 출마했을 때 그는 물신양면((物神兩面)으로 나를 많이 도와주었습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는 그 은혜를 갚고 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 교수는 하나님께 크게 은혜를 입은 사람입니다. 1980년 숭전대학 수학과를 졸업한 뒤 바로 고대 대학원에 진학했는데 석사를 마치자마자 25살의 약관으로 숭전대학에 교수직으로 들어와 40년을 근속하다가 지난 2021년 은퇴하였습니다. 지금 25살이면 취직도 못 하고 방황할 땐데, 물론 이수만 교수의 큰 사랑과 배려도 있었지만 그렇게 40년 근속한 교수가 요즘 우리나라에는 드문 일입니다. 고도근시로 운전도 할 수 없는데 평생 기사로 아리따운 아내를 맞아 얼마 전까지 벤츠로 18년을 출퇴근하다가 폐차했다고 합니다. 지금은 포항제철에 취직한 아들이 가족을 데리고 터키로 가서 두고 간 차로 잘 여행을 다니는 모양입니다. 지난주에도 기사를 동반하고 진도 “운림산방”까지 다녀 왔다고 합니다. 사지와 눈이 멀쩡한 우리가 부러워할 만한 축복이지 뭡니까? 요즘 한창 뜨고 있는 세종시에 5년 전부터 이사해서 지금은 거의 터줏대감으로 있습니다. 슬하에 남매를 두었는데 큰아들이 포항제철에 스카우트 취직되었을 때는 자기보다 연봉이 높다고 자랑하더니 지금은 비교가 안 될 만큼 더 높다고 합니다.
대학에서 많은 후학을 길러서 이제 은퇴하면 편히 쉴 줄 알았는데 작년 7월 세종시에서 발행하는 시 전문 무크지(Magazine+Book) “세종시 마루” 7월호에 신인 작가상을 받으며 시인으로 등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세종에서 출판하는 “세종의 소리”에는 “수학 교수에서 65세에 시인으로 변신했어요.”라는 제목의 특종기사가 떠 “늦깎이 이모작 인생”이라고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작가상을 받은 7편의 시 중에서 한 시를 여러분에게 낭독해 드리려고 합니다.
미분방정식 연습시간


"다음 차례 학생들
교단 위로 나오세요."
칠판에 분필로
5명이 동시에 문제를 푼다.
양철지붕 위로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
학생들이 분필로 칠판을 두들기며 문제를 풀 때 나는 분필 소리를 양철지붕에 쏟아지는 소나기 소리로 듣는 것은, 수학을 하는 지성으로 듣는 게 아니며 시를 쓰는 감성으로 듣는 소리라고 평자는 말하고 있습니다.
또 이 교수는 시력이 나쁘면서도 Facebook을 하고 있습니다. 나보다도 팔로워가 많아서 올린 글마다 6.70명이 ‘좋아요’나 댓글을 달고 있습니다.
이 정도면 하나님의 은혜를 넉넉히 누리고 사는 삶이 아닙니까? 하나님의 은혜를 누리고 산다는 것은, 죽기 전에 이 세상에서 천국을 체험하며 산다는 뜻입니다. 이렇게 자기만 천국의 기쁨을 누리고 살아도 되는 것일까요?
요즘 세상은 인포데믹(Information+ Pandemic) 시대라고 합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무엇을 따라야 할지 방황하게 됩니다. 소음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을 들어야 푯대를 향해 나갈 수 있는데 그러려면 하나님의 아들이 되어야 합니다. 그 단계는 세 가지입니다. ‘누림’, ‘섬김’ 그리고 ‘살림’입니다.
이 교수는 첫 단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 이웃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할 ‘섬김’의 단계로 옮겨야 합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충분히 누리는 사람은 예수처럼 어려운 사람을 찾아가서 도와야 합니다. 그런 뒤에는 “나처럼 같이 살며 천국의 기쁨을 공유하자”라고 육신에 속한 사람의 영적인 눈을 띄워 그 영을 살리는 ‘살림’의 단계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런 삶을 사시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2022년 5월 20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