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간증+믿음의 글

100316 열혈 기독교도=차정미 시인

성령충만땅에천국 2011. 1. 30. 22:29

'열혈 기독교도' 차정미 시인

[2010.03.16 19:58] 트위터로 퍼가기 페이스북으로 퍼가기


시인 차정미 ‘수렁에서 생명의 도구로’

나는 지독한 일 중독자였다. 굶기를 밥 먹듯이 할 정도로 시간을 아꼈다. 퇴근 후엔 각종 문학모임과 토론회에 참석했다. 그 와중에 민족문학작가회의(한국작가회의 전신) 여성분과위에서 실무간사를 맡았다. 낮과 밤이 따로 없이 일에 파묻혀 살았다. 아이를 낳고 서울 여의도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들어갔다. 대필 작업을 하던 그땐 원고를 들고 퇴근했다. 새벽까지 손을 보다가 아침이면 출근을 했다.

중학교 때부터 예수를 믿었지만 주일 성수는 팔자가 좋은 성도들이나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문학과 세상일에 빠져 있던 내 안에 예수 그리스도는 없었다. 친구가 교회에 다시 나가야 된다고 하면 핀잔을 주었다. 일반인들이 세상을 비판하는 시각으로 문학 활동을 하며 민주화운동, 여성주의 문학 활동에 푹 빠졌다. 군부독재 시절 작가들의 시대적 사명을 절감하며 시위에 참여했다. 극심한 천식으로 날아오는 최루탄에 숨이 막힐 것 같은 위기를 겪은 적도 있었다. 그런 와중에 민족문학작가회의 활동을 계속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 출판부장으로도 페미니즘 관련 출판활동을 했다. 당시 분과 소속 여성문인들과 공동 산문집 ‘내가 알을 깨고 나온 순간’. ‘울타리를 넘어서’ 등 두 권을 펴냈다. 또 우리나라 최초 여성문제 시집으로 이름을 달고 나온 ‘눈물의 옷고름 깃발 삼아’와 ‘딸에게 주는 사랑 노래’, 사회비판 시집 ‘테트리스와 카멜레온’도 출판했다.

밤낮으로 일에 매달리던 어느 해 봄날 잔기침이 심해지더니 만성 천식으로 악화됐다. 4월에 시작된 기침이 해가 넘어가도록 그치지 않았다. 목이 끊어질 것 같은 지경까지 간 뒤에야 교회에 다시 나가 하나님께 매달렸다.

직장을 그만두면 인생이 끝날 것 같은 두려움에 날마다 출근은 했지만 사무실 소파에 누워 거의 일을 못했다. 그때 직장에 봉사 나오셨던 어느 분이 나를 위해 기도를 하고 나가시는데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예수님 대신 저 분을 보내셨구나’하는 생각이 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예수 그리스도가 삶의 모든 문제의 해결자이시며 죽음의 한가운데서도 나를 영생으로 인도하시는 구원자이신 것을 깨달았다. 삶과 죽음의 문제는 말씀을 보고 기도하면서 차차 사라졌다.

삶과 죽음의 두려움이 사라지자 목숨처럼 붙들고 있던 직장에 우편으로 사직서를 보냈다. 기도한 지 6개월이 안되던 때였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집에 붙들어놓으시는 이유가 있을 거라며 기도하는 중에, 성령께서 하나님을 비방하던 죄를 회개하게 하시고 하나님을 찬양하는 시를 쓰도록 마음을 움직이셨다. 밤낮으로 성령께서 시상을 주셔서 ‘빈들에 혼자인 사람일수록’(규장) 이라는 시집을 한 달도 안 돼 출간하자 지인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울 신림교회(전준식 목사)는 행복이 솟아나는 우물과 같은 곳이다. 구원의 확신이 생긴 뒤 집과 교회 주변 신림동 고시촌에서 전도를 했다. 딸을 납치했다고 보이스피싱 협박 전화하는 사람에게도 전도를 하고, 부동산 컨설팅회사에서 땅을 소개하는 사람에게 결코 없어지지 않는 ‘하늘나라 땅’을 소개한다며 전도했다. 10초 전도법을 사용해 겨울에는 따뜻한 차, 여름에는 시원한 음료수로 택배 하는 분들에게도 대접을 하며 사랑을 전했다.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삼십대 중반이었다. 시편을 묵상하면서 내가 예수 믿기 전 시를 썼을 때 허무함이 밀려드는 원인을 알게 됐다. ‘이 백성은 내가 나를 위하여 지었나니 나의 찬송을 부르게 하려 함이라’(사 43:21)라는 말씀이 해답이었다. 서울역 ‘소망을 찾는 이’ (노숙인)들을 위해 여러 편의 시를 썼다. 쪽방촌 아이들에게 독서논술을 가르쳤다. 그때부터 나의 호흡이 끝날 때까지 낮은 곳, 소외된 자, 예수님이 친히 벗이 되어주시고 귀히 여기시는 ‘한 영혼’을 품고 계속 시를 쓰겠다고 다짐했다.

50대 고개를 오르면서 서울의 양화진 외국인 선교사 묘지를 참배하게 됐다. 국내성지순례를 다녀오면서 우리나라 초기 외국인 선교사들의 헌신과 십자가 삶에 놀라움과 감격을 체험했다. 그 감격을 담아서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름’(쿰란출판사)의 시집을 냈다. 지난해 11월에 출간된 이 시집은 대동강물 위 순교의 꽃으로 피어난 로버트 토마스 등 70여 명의 한국기독교 초기 외국인 선교사들의 삶을 형상화했다. 우리나라를 위해 자신의 재능과 물질, 생명까지도 바친 이들의 삶을 시어로 갈고 다듬었다.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세상 사람들의 지탄을 받으며 세상의 ‘빛과 소금’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이때에 선교사들의 죽음으로 대신한 숭고한 삶을 알려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삶을 알리고 싶었다.

예수님은 자신의 생명까지 우리를 위해 내려놓으신 분이다. 그 ‘낮아짐’이 십자가이다. 나를 위해 창조주가 죽다니, 이 건 복음으로만 해석될 수 있는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낮은 자들과 가난한 자들, 죄인과 병자들의 친구이셨던 예수님, 잃어버린 ‘한 영혼’을 천하보다 귀하게 여기셨던 예수님을 닮은 선교사들의 삶을 통해 우리 모두가 예수 그리스도의 편지로 세상 가운데 쓰이기를 소망해 본다. 인세가 허락된다면 개교를 앞두고 있는 평양과기대에 기부해 북한 복음화에 조금이나마 보태고 싶다.

정리=국민일보 미션라이프 윤중식 기자 yunj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