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나이아가라 기행 (수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3. 9. 18. 07:22

 

저는 이번에 보스턴에 사는 아들집에 갔는데 9년만에 다시 우리 부부끼리 나이아가라 여행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쉬지 않고 8시간만 달리면 갈 수 있는 거리였지만 80이 넘은 나이여서 오가는 길에 시라큐스에서 하룻밤씩 묵고 3박 4일로 다녀오기로 하였습니다. 여행이란 돈에 인색하지 않고, 시간에 인색하지 않고 여유 있는 태도로 가야 기쁨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일단 부딪치면 돈에도 인색해 지고 시간도 남으면 뭣인가 더 써서 보고 싶은 모양입니다.

나이아가라 폭포는 캐나다 쪽에 있는 말발굽폭포와 미국 쪽에 있는 미국폭포로 되어 있는데 오대호의 이리호에서 온타리오호를 잇는 곳에 있습니다.

저는 아들이 예약해 준 대로 캐나다 쪽의 ‘엠바시 스위트(Embassy Suite)’라는 호텔로 들어갔습니다. 캐나다 쪽에서 보는 경관이 더 아름답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입니다. 일박 20만원($200)이 넘는 고급 호텔입니다. 돈 많은 한국인 여행객도 많았습니다. 투숙 수속을 하는데 폭포가 보이는 전망이 좋은 방이냐고 물었더니 그런 방을 원하면 8만원을 더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어쩌면 일생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여행인데 돈을 아낄 수 없는 일이어서 그렇게 해달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발렛파킹(Valet)은 어떻게 하겠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열쇠를 맡겨 놓으면 길 건너 주차장에 주차해 주는데 주차장까지는 오전 7시부터 오후 2시까지 호텔에서 셔틀을 운행하고 있어서 그것을 타고 가서 자가 운전하는 경우는 2만원, 호텔 종업원이 입구까지 갖다 주는 것은 4만원을 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좀 인색해져서 2만원 주차를 하겠다고 했습니다. 37층의 예약한 방에 올라와 보니 정말 두 폭포를 내려다 볼 수 있어 그 경관이 환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캐나다는 외국이어서 미국으로 쉬 전화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아이패드(iPad)를 쓰기 위해 와이파이(Wi-Fi) 연결을 시도 했는데 이 고급호텔에서 연결이 안 되는 것입니다. 호텔 측에 연락을 했더니 와이파이를 쓰려면 만원을 더 내야 한다면서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는 것입니다. 아무리 돈에 인색하지 않으려 해도 기분이 나빠졌습니다. 이건 손님의 돈을 훔쳐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렇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방에서 좀 쉰 뒤 폭포 가까이로 내려가려 했는데 아내는 무릎이 아파 제가 먼저 답사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호텔에서 직접 내려가는 길은 없었습니다. 폭포를 내려다보며 멀리 돌아 남산 타워 같은 회전 식당을 가진 스카이론(Skylon) 쪽을 돌아 내려가게 되어 있었습니다. 아내는 도저히 꿈도 꿀 수 없는 산책로입니다. 대신 4 종류의 관광버스가 폭포 주변과 명소를 돌고 이었습니다. 20분 간격으로 버스는 순환하고 있었는데 이 버스는 또 24시간 용 패스를 사야 합니다. 만 원짜리 패스를 둘이서 사서 푹포 곁으로 나왔습니다. 53m의 낙차를 가지고 말발굽처럼 빙 둘러 790m의 너비를 가진 폭포에서 천둥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물을 바라보는 느낌은 호텔 안에서 보는 것과는 비교가 안 되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경치가 좋다고 마냥 폭포만 쳐다보고 있을 수가 없습니다. 어디 앉아서 무엇인가 사 먹어야 하는데 한 걸음마다 돈입니다.

저녁 식사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스카이론 곁에 있는 아이맥스를 관람하기로 하였습니다. 거기도 한국 관광 팀이 두 팀이나 와 있었습니다. 보고 나오는데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스카이론으로 피해 들어갔는데 저녁 먹을 시간입니다. 최상층 회전 식당으로 식사를 하러 가자고 했더니 아내가 반대 했습니다. 일인당 4만원씩이나 하는 식사를 비가 와서 잘 보이지도 않은 곳에 올라가 왜 먹어야 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돈을 안 아끼고 쓰는 것이 여행의 즐거움이라 할지라도 이것은 보람 없는 짓이라는 것입니다. 호텔로 그냥 돌아 왔는데 그 때도 비가 오고 있어 호텔 안에서 식사를 해야 했습니다. 고급호텔이라 저급 식당이 붙어 있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보람 없는 비싼 식사를 해야 했습니다.

성경의 디모데에게 보내는 바울의 첫 번째 편지의 마지막 장에는 ‘부하게 되고자하는 자들은 시험과 올무에 빠지지 않게 하라. 돈을 사랑함이 일만 악의 뿌리가 된다.’고 말했으며 ‘이미 부하게 된 자들은 교만하지 말며 오히려 선한 사업에 부하여(rich in good deeds) 나누어 주기를 좋아하게 하라’고 가르쳤는데 저는 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도 아니요 이미 부한 사람도 아니어서 그런지 ‘선한 사업에 부한 모습’을 어떻게 보일 것인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다만 여행에서 돈에 인색하지 않으려면 다 써버려야 할 돈을 한 보따리 가지고 가서 마구 쓰고 오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었습니다.

다음날 호텔을 떠날 때 침대 머리맡 전등 믿을 보았더니 방 청소하는 분이 써 놓은 작은 봉투가 보였습니다. 이건 팁을 내놓고 가라는 것이 분명하여 마지막 날까지 돈을 요구하는 구나하는 생각으로 호주머니를 뒤졌더니 제일 작은 지폐가 2만원이었습니다. 중국 여행을 하는 동안 가이드가 늘 강조한 것은 호텔 방을 떠날 때는 꼭 천 원짜리 지폐를 하나 놓고 나가라는 것이었는데 2만원은 좀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이것이야말로 ‘선한 사업에 부해지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중국 여행 때의 20배를 넣어놓고 나왔습니다.

캐나다를 떠나 미국으로 오는 무지개다리(Rainbow Bridge)를 건너면서 나이아가라 폭포 앞에서 ‘주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라고 소리 높이 찬양도 못해 보고, ‘나이아가라는 내 아버지의 것이니 내 것이다!’라고 큰 소리로 옆 사람에게 자랑해 보지도 못하고 떠나니 좀 덜 흥겨운 여행이 되었다고 생각하며 떠났습니다.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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