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재판부, 조현오에 “국론 분열시켜 놓고, 반성 없어” 호통

성령충만땅에천국 2013. 9. 27. 10:53

재판부, 조현오에 “국론 분열시켜 놓고, 반성 없어” 호통

한겨레신문 등록 : 2013.09.26 18:32수정 : 2013.09.26 21:10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명예 훼손 혐의로 기소된 조현오 전 경찰청장이 26일 오후 항소심 공판을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던 중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13.09.26. 【서울=뉴시스】

‘노 전 대통령 명예훼손 혐의’ 항소심서 실형 8월 선고
“유족에겐 정신적 고통”…보석 취소하고 다시 법정구속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조현오(58) 전 경찰청장에게 항소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한 재판부가 조 전 청장에게 “국론을 분열시키고도 진지한 반성이 없다”고 꾸짖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부(재판장 전주혜)는 26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기 전날 거액의 차명계좌가 발견됐다’는 발언을 한 혐의(사자 명예훼손)로 기소된 조 전 청장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한 원심보다 낮은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조 전 청장의 보석을 취소하고 재수감했다.

재판부는 30분 동안 판결 이유를 설명하면서 마지막에 “일반인이 알기 어려운 정보를 많이 아는 피고인의 지위로 볼 때, 국민들은 피고인의 발언에 구체적 근거가 있다고 예상하고 그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노 전 대통령의 사망원인에 의혹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다”고 말했다. 이어 “피고인의 정확하지 않은 발언으로 유족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안겼고 당시 수사에 대한 많은 의혹을 확산시켜 노 전 대통령의 지지자와 비판자들 사이에 충돌을 일으켜 국론을 분열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만약 피고인이 문제가 불거진 뒤 잘못을 시인하고 진지한 사과를 했다면 이 자리에 섰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피고인은 여러차례 주장을 바꿔 책임 회피를 위해 변명으로 일관했다. 본인은 정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유족들에게 고소 취하를 요구하는 반면, 직접 사과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재판부는 판결과 별도로 재판에 대한 소회를 밝혀 눈길을 끌기도 했다. 재판부는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수사는 종결되고 기록은 역사속에 묻혔다. 만약 수사가 진행됐다면 새로운 금품수수 사실이 발견됐을지 아닐지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검사와 피고인 모두 국민화합을 언급하고 있다. 앞으로 더 이상 근거없는 주장으로 국민 화합을 해하는 소모적 주장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란다. 전직 대통령이 측근 비리 등으로 수사 대상이 되는 불행한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날 법정은 선고를 보러온 방청객들로 가득찼다. 선고가 끝나자 한 방청객은 “죽은 사람을 비난했는데 징역 8월은 너무 가볍다”고 소리를 질러 재판부의 경고를 받기도 했다. 박수를 치는 사람도 있었다. 조 전 청장은 마음의 준비를 한 듯 담담한 표정으로 법정을 떠나 구치소로 향했다.

이경미 기자 kmlee@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