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찬의 세상의 저녁] ‘토리노의 말’을 응시하라 등록 :2020-04-23 18:20수정 :2020-04-24 13:45 정찬 ㅣ 소설가 ‘토리노의 말’은 니체가 1889년 1월 토리노의 거리를 걷다가 마부의 모진 채찍질에도 꿈쩍도 하지 않는 말을 끌어안고 울었고, 그 후 정신착란 속에서 10년을 살다 운명했다는 짧은 이야기다. 이 짧은 이야기가 예술가들에게 매혹적이었던 것은 이야기에 내재된 깊은 상징 때문이다. 상징은 그 깊이만큼 풍요로운 해석과 창조를 낳는다. 마부의 채찍에도 움직이지 않는 말의 모습이 니체의 눈에는 노예 노동을 거부함으로써 타락한 일상을 부정하는 ‘자유정신’으로 보였고, 그 선택으로 말이 견뎌야 했던 채찍질의 고통에 자신의 실존적 상황이 투영되었기 때문에 니체가 울었다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