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점에서 최 경위가 유서에 “(청와대) 민정비서관실에서 너(동료인 한아무개 경위)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건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언급한 부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동생이 억울하다고 했고, 심한 압박감에 시달렸다”고 말한 최 경위 형의 증언과 일맥상통한다. 최 경위의 형은 “(검찰) 수사가 지금 바르게 이뤄지고 있다고 보는가. 자기가 한 일이 아닌 것을 뒤집어씌우려 하니 죽음으로 간 것이다. … 동생은 전화통화에서 ‘검찰도 누가 지시하느냐, 결국은 모두 위(청와대)에서 지시하는 거 아니냐. 퍼즐맞추기다’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유서 내용과 가족의 증언을 종합하면, 청와대가 특정한 방향으로 검찰 수사를 유도하기 위해 한 경위 등을 회유하려 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이 강하게 든다. 검찰은 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을 서두를 게 아니라, 이런 부분에 오히려 수사력을 집중했어야 했다. 최 경위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데서 검찰 수사가 너무 조급하고 무리했던 게 아닌가 추측할 수 있다.
따지고 보면 검찰 수사는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것이기에 그 과정이 계속 무리할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었다. 사태의 본질은 청와대 비선의 국정농단 의혹이고, 그 중심엔 박근혜 대통령과 비서 3인방이 있다. 비서 3인방을 통해서 거의 모든 일을 처리해온 박 대통령의 폐쇄적 국정운영 방식이 문제를 일으켰고, 그러다 보니 권력 내부의 암투가 매우 심했다는 게 이번 사태를 통해 드러난 사실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사건의 본질엔 눈감은 채 청와대 문건 유출만 문제삼아 ‘국기문란 행위’라고 규정해버렸다. 본말을 전도하고 수사 가이드라인까지 내려보내니, 수사를 하는 검찰이나 수사를 받는 당사자나 모두 심한 ‘정치적 압박’을 느끼지 않을 도리가 없을 것이다.
최 경위의 혐의는 문건 유출에 따른 ‘공무상 비밀 누설’이다. 문건 유출 사실을 청와대가 파악한 건 이미 지난 6월이다. 그때 청와대는 100여건의 문건이 시중에 돌아다닌다는 사실을 알고도 조처를 취하지 않다가 최근에야 난리를 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사태의 본질도 아니고 핵심도 아닌 일선 정보경찰관이 마치 가장 중요한 범법자인 양 부풀려졌고 이것이 최 경위에겐 엄청난 심리적 압박으로 다가온 게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녕 청와대와 검찰은 최 경위의 죽음에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