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사설] 이러니 짜맞추기 수사 소리 듣는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12. 15. 16:09

[사설] 이러니 짜맞추기 수사 소리 듣는다

[중앙일보] 입력 2014.12.15 00:03

 
 
청와대 문건 유출사건 수사 와중에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최모 경위가 14쪽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최 경위는 문건 작성자인 박관천 경정이 지난 2월 청와대에서 들고 나온 라면 박스 2상자 분량의 문건을 복사해 언론사 등에 유출한 당사자로 지목됐다.그러나 최 경위는 혐의 내용을 부인하면서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그는 자신이 문서를 유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진 한모 경위를 거론하며 “민정비서관실에서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자살을 선택한 건)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회사(경찰을 지칭) 차원의 문제”라고 밝히고 있다. 또 자신이 몸담았던 경찰을 거론하며 “이번 일을 겪으면서 힘 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한다”고 적었다.

 검찰은 우선 최 경위의 유서에서 제기된 입맞추기 수사 의혹부터 시원하게 밝히는 게 순서다. 최 경위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남긴 ‘민정비서관실의 제의’가 무엇이었는지가 밝혀지지 않고선 짜맞추기 수사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청와대 역시 “접촉도 제안도 없었다”고만 할 일이 아니다. 입맞추기 의혹이 새롭게 제기되고 있는 만큼 진실을 규명하는 데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문건 유출사건에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동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마당이다. 사건의 당사자이자 수사 대상이기도 한 청와대가 수시로 수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발언을 쏟아내고 있어 혼란스러운 상황을 더욱 복잡하게 몰아가고 있다. 며칠 전에도 청와대는 ‘정윤회 문건’ 유출에 대한 자체 감찰 결과를 이례적으로 언론에 공개했다. 4~5월께 유출된 청와대 문건 128건의 사진 출처가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드러났으며 지난 6월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유출 사실을 다시 청와대에 알려온 건 혼선을 주기 위한 자작극이라고 결론 내렸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과거 국정 운영의 중대사나 인사 사고가 났을 때 ‘모르쇠’로 일관하거나 ‘검찰 수사 중’이란 이유로 입을 다물고 있던 때와는 180도 다른 발 빠른 대응이다. 청와대의 이런 행태는 도를 넘는 월권행위이자 진행 중인 사건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주려는 의도로 비칠 수 있어 위험하기까지 하다. 자칫 정윤회씨 등 비선(秘線) 실세들의 국정개입 의혹이란 사건의 본질을 희석해 조 전 비서관, 박 경정 등이 주도한 허위 문건사건으로 몰아가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에 충분하다. 청와대는 이제부터라도 수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일체의 발언을 삼가고 중립적이고 철저한 검찰 수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해야 할 것이다.

 검찰은 문건의 작성이 김기춘 비서실장 교체설에 대한 진원지를 파악하라는 지시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그 연장선상에서 문건에 적힌 실세들의 국정 개입이 있었는지를 밝혀내는 게 본질이자 핵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