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천원짜리와 자존심 대결

성령충만땅에천국 2014. 12. 17. 11:18

12월의 묵상

 

그리하여 나아만은 하나님의 사람이 시킨 대로, 요단 강으로 가서 일곱 번 몸을 씻었다. 그러자 그의 살결이 어린 아이의 살결처럼 새 살로 돌아와, 깨끗하게 나았다. -왕하5:14-

 

나아만은 아람왕의 군대 장관으로 왕 앞에 크고 존귀한 용사로 왕의 총애 뿐 아니라 모든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나병환자였습니다. 그가 어떻게 해서 깨끗함을 받았습니까?

 

그는 이스라엘에서 노예로 데려온 계집종이 사마리아에 있는 선지자 엘리사에게 가면 병을 나을 수 있다고 읊조리는 말을 믿고 적국인 사마리아로 가게 되었습니다. 한 나라의 장군이 자기 집 하녀의 말을 믿고 왕에게 허락을 받아 먼 나라까지 가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선지자 엘리사는 그를 맞아 주지도 않고 요단강에 몸을 일곱 번 씻으라고 말했습니다. 이것은 견딜 수 없는 모욕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자존심을 내려놓고 수행한 종들의 말을 따라 요단강 물에 몸을 일곱 번 씻어 선지자 엘리사의 말을 순종하고 나음을 받았습니다.

저는 나아만이 자기의 자존심과 체면을 버리고 어린 계집종과 부하직원의 말을 따를 뿐 아니라 선지자의 무례함까지 참음은 어려운 결단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경로사상을 고취해서 65세가 넘으면 으레 존경 받는 것으로 알고 있어서 저는 나아만 장군 같은 존귀한 자리에 있어보지 못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나이를 먹었다고 존경을 받고 있으며 이 일에 익숙해 졌습니다.

얼마 전 산책을 하다가 저는 길 곁 동사무소에 들려 토지대장을 떼려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한 직원이 밖에 나가면 무인민원 발급기가 있는데 거기서 발급 받을 수가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여러 가지 수속을 할 필요 없이 쉽게 발급 받을 수 있는 신기한 기계를 발견하여 참 세상도 좋아졌다는 생각을 하며 밖에 나와서 시작 단추를 누르고 초기화면에서 토지대장을 클릭했더니 요금 천원을 넣으라는 것입니다. 저는 빈손으로 궁금해서 물으러 왔던 것뿐인데 단돈 천원이면 된다니 출력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직원에게 돈을 안 가져왔는데 좀 빌려줄 수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 직원은 가까우면 집에 갔다 오고 아니면 다음날 와서 발급받으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손녀 같은 얘에게 거절당해 심한 모욕감을 느꼈지만 그래도 일을 마치고 싶어 차용증이라도 써줄 테니 천원 좀 빌려 달라고 했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그 돈을 돌려주러 가야겠다고 집을 나서는데 아내는 그 직원이 못됐다면서 책상 위에 돈을 땅 소리가 나게 내려놓고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나아만 장군처럼 용맹을 떨쳐서 가진 명예도 아닌데 나이만 들었다고 대접 못 받아 분개할 일인가 생각하고 봉투에 천원을 넣어서 가지고 갔습니다. 가서 땅 소리 나게 내려놓지도 못하고 나아만 장군을 생각하며 흰 봉투를 친절히 전하고 왔습니다. 그러면서 저는 완전히 자존심을 내려놓지 못하고 내가 이러는 것은 너의 불손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습니다

 

기도:

하나님,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주를 닮지 못하는 저희를 용서해 주십시오, 아멘.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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