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어느 나이든 사람의 기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3. 19. 11:01

 

하나님 아버지여!

제가 정말로 나이를 먹어 
지하철을 공짜(?)로 타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이 나이를 먹도록 뭐했나 싶기도 하구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내가 평소부터 싫어하던 '늙은이 행세'를 
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합니다.

요즈음은 갑자기 잠도 잘 오질 않고, 
정신이 몽롱하기도 하고 
깜짝 깜짝 놀라기도 하고
더러는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기도 합니다.

살아오면서 
아주 싫어하던 '늙은이 짓'을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게 될까봐 걱정이 많습니다. 

하나님 아버지여! 

저로 하여금 
'말 많은 늙은이'가 되지 않게 하시고
특히, 
아무 때나 무엇에나 한 마디 해야 한다고 나서거나
작은 것에 팩~ 토라지며, 
버럭 분노(忿怒)하여 소리치는
늙은이의 치명적인 버릇에 걸리지 않게 하소서.

모든 사람의 삶과 행동을 바로잡아 보고자 하는 
노욕(老慾)의 열망(熱望)에서 벗어나게 하소서.

저를 사려(思慮)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시고
젊었을 때처럼 여유와 기품이 있고,
믿음의 초심(初心)을 갖고
남에게 도움을 주되 낮은 목소리로 칭찬하며
늘 유머가 있게 하소서.

다만,
모든 것에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제가 가진 크나큰 지혜의 창고를 
모두 다 이용하지 못하는 건 참으로 애석한 일이지만
저도 결국엔 
친구가 이 땅에 몇 명은 남아 있도록 도와주시옵소서.

끝없이 이 얘기 저 얘기 떠들지 않고
곧장, 
요점으로 날아가는 그런 날개를 달아 주소서.

하나님 아버지여! 

내 팔다리, 머리, 허리의 고통에 대해서는 
아예 입을 막아 주소서.
내 신체의 고통은 해마다 늘어나고 
그것들에 대해 위로받고 싶은 마음은
나날이 커지고 있을 것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아픔에 대한 얘기를 
기꺼이 들어줄 은혜야 어찌 바라겠습니까만,
적어도 인내심(忍耐心)을 갖고 
자식들에게는 짐이 되지 않게
참을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제 기억력을 좋게 해주십사고
감히 청할 순 없사오나 
제게 겸손의 마음을 주시어
제 기억이 다른 사람의 기억과 부딪칠 때
혹시나 하는 마음이 조금이나마 들게 하소서.
나도 가끔 틀릴 수 있다는 영광된 가르침을 주소서.

하나님 아버지여! 

적당히 착하게 해주소서. 
저는 성인(聖人)까지 되고 싶진 않습니다만 
그렇더라도 심술궂은 늙은이는 그저
세상 모든 것을 사랑의 눈으로 바라보며  
이웃을 내 몸 같이 사랑하는 온유의 향기를 뿜는
용서와 화평의 도구로 쓰임 받게 하옵소서.

제가 눈이 점점 어두워지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저로 하여금 뜻하지 않은 곳에서 선한 것을 보고
뜻밖의 사람에게서 
좋은 재능을 빨리 발견하는 능력을 주소서.
그리고 그들에게 그것을 선득, 
바르게 말해 줄 수 있는 겸손의 마음을 주소서. 

하나님 아버지여! 

저로 하여금 
하늘 우러러 감사의 노래를 부르며 
후손을 위해 기도로 축복하면서 
곱게 늙기를 힘쓰는 늙은이가 되게 하시고,

젊은이나, 나이든 이나, 어린이에게 
용서와 화평의 향기를 뿜는 마음으로 
사랑을 주고, 
사랑을 받는 그런 늙은이로 
나머지 삶을 살아가게 인도하시옵소서!

예수이름으로, 
아멘!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