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마귀의 자식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3. 6. 11:17

3월의 말씀 산책

귀신, 마귀, 사탄 이런 말이 나오면 무당이나 토속 신앙에서 나오는 말 같아서 개화된 현대인에겐 코웃음 치고 싶은 단어이다. 나도 어려선 머리 풀고 떠돌아다니는 처녀 귀신 이야기라든지 밤 내 대빗자루 귀신과 씨름하고 헤매다가 새벽에야 돌아왔다는 시골 머슴 이야기를 들으면 믿지 않았다. 내 선친은 시골에서 작은 초등학교의 교장으로 계시면서 일인이 새로 지어준 학교의 숙직실에서 온 가족을 거느리고 살았는데 거기에는 화장실도 없어서 꾀 떨어진 학교 화장실을 다녀야 했다. 마을에서도 외진 곳이고 또 옛 공동묘지를 정지에서 만든 학교라고 밤에 귀신이 나오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걱정을 안 했으며 밤에도 먼 화장실에 잘 다녔었다. 그런데 기독교인이 되면서 이 귀신의 실체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사탄은 하나님과 대등하게 되려고 싸우다가 쫓겨난 하늘의 천사 루시퍼가 지상으로 내려와 귀신의 왕 사탄이 되었으며 자기가 함께 데리고 내려온 수하 천사들을 마귀나 귀신으로 삼아 지상의 인간들을 다스린다는 것이다. 이들은 죄인들을 백성으로 삼고 강력한 나라를 형성하고 있는데 인간들은 예수를 믿고 구원 받기 전에는 다 죄인이기 때문에 세상 사람은 다 그의 백성인 샘이다. 그래서 예수를 믿고 구원 받은 사람들이 생기면 교묘히 꾀어서 자기 백성을 삼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기독교인은 순간마다 온 몸을 무장하고 싸우는 군인처럼 마귀를 대적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간사하고 악한 일만 꾸미는 그들의 꼬임에 어떻게 넘어갈 수 있는가 하고 늘 자만하였다.

 

그런데 내가 어느 날 그들의 꼬임에 넘어갔다. 금융 감독원에 있다는 어떤 사람이 전화로 내 이름으로 된 070 전화가 서초구에 사는 한 사람에 의해 도용이 되고 사용료를 내지 않은 연체료가 46만원에 달한다는 말을 서초 경찰서 직원에게 듣지 않았느냐는 것이었다. 나는 그런 일을 상상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20 여분 전에 그런 통고를 받고 놀라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금융 감독원에 있다는 이자는 요즘 그런 사기가 빈번이 일어나고 있다면서 그것은 내 개인 정보가 유출되어 그런 것이니 제2의 사고가 나지 않도록 예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는 나더러 인터넷 뱅킹을 하느냐고 물으면서 그렇다면 은행에 로그인해서 지금 쓰고 있는 공인인증서를 폐기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내가 그가 시키는 대로 컴퓨터를 키고, 거래 은행에 들어가자 우선 pc에 있는 인증서를 스마트폰으로 옮겨 놓은 후에 pc의 인증서를 폐기 하겠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날 아는 분의 은퇴식에 참석할 예정으로 점심을 빨리 먹었는데 내 은행 예금을 안전하게 지켜 주겠다는 것 때문에 오후 1시부터 2시 반까지 그의 지시를 충실히 따르고 있었다. 후에 알았지만 그는 그 동안 내 인증서를 자기 스마트폰으로 옮겨서 내 은행 예금을 모두 딴 은행으로 옮겨버린 것이었다. 뒤늦게 이를 깨닫고 은행에 연락하여 빼 나간 예금의 송금처에 지불정지를 해 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이미 늦었었다. 그들은 예금을 옮긴 뒤 벌써 현금으로 찾아간 뒤의 일이었다. 내 두 은행의 잔고는 다 바닥이었다

 

내가 왜 그 마귀의 말을 순순히 순종하고 따라 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이것은 빗자루 귀신에게 밤 내 끌려 다니다 아침에 놓여난 머슴아이와 다름이 없는 일이었다. 나는 어둠의 세상에 살고 있는 마귀의 실체에 대해 너무 방심하고 있었던 것이다.

 

먹이를 찾아 으르렁거리는 사자가 동물원 철조망 안에 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은혜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