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스크랩] 양화진을 다녀와서(대덕한빛교회 황성하)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3. 19. 20:08



양화진을 다녀와서

 

                                                           글 황성하/대덕한빛교회 6기 선교학교

 

   발 예정시간인 아침 7시 10분이 임박하자 교회 앞 주차장에 6기 선교학교 학생들이 하나 둘 씩 모여들었다이른 아침인데도 저마다 최선을 다했다먼저 도착한 사람은 한가롭게다소 늦은 사람은 헐레벌떡... 저마다 상황과 입장은 다르나 목적은 하나였다양화진 선교모역 참배어쨌든 일상탈출은 늘 흥미롭고 가슴 설렌다. 37명을 태운 신촌관광버스는 예정시간 보다 약간 늦은 7시 30분에 주차장을 출발했다버스 안에서 간단한 기도로 출발예배를 대신했다모든 프로그램이 간결하고 깔끔하여 신선감을 주는 것이 대덕한빛교회 선교학교의 특징이다.

 

묘역내의 유니온 처치

 

   37명을 실은 45인승 신촌관광버스는 동네 골목만큼이나 낯익은 경부고속도로를 크루즈 한다노란 귤과 커피까지 곁들인 보조 팩과 함께 제공된 김밥을 받아들며 준비하신 분들의 정성에 고마움을 느꼈다고속도로에 옅게 깔린 안개 사이로 노랗고 빨간 만추의 단풍잎들이 우리를 반긴다. 124년 전 부터 조선의 복음화를 위해 모든 것을 바쳐 일하다 영면(永眠)하신 초대 선교사들의 묘역을 찾아가는 참배객들답게 분위기가 자못 정숙하고 엄숙하다신촌관광 버스는 참배객들의 정숙을 싣고 어느새 목적지에 도달했다현대문명이 사방을 지척으로 만든 덕이다.

 

   버스에서 내리자 쾌청한 가을 하늘에 우뚝 솟은 유니온 처치(Union Church)가 한눈에 들어왔다서울의 하늘조차도 파란 천고마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상쾌하기 그지없는 날씨다닥터 셔우드 홀의 조선회상에서 나를 울린 홀 패밀리의 묘역을 속히 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그들의 묘지 앞에서 기도하고 찬송가를 부르고 싶다그리고 자기들의 몸을 던져 조선을 그토록 사랑하신 그들의 값진 삶에 경의를 표하고 그들의 죽음을 추모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하다.

 

  묘역에는 참배객들이 제법 많았다어린애들을 인솔해온 단체도 있고 줄을 선 학생들도 보이고 교회에서 온 팀도 있는 듯하다많은 사람들이 방문하여 선교의 정신을 느끼고 가는 것은 값진 일이라고 생각된다.

 

   똑같은 이슬을 먹어도 벌은 꿀을 만들지만 뱀은 독을 만든다고 했던가같은 의술을 가졌어도 환자들을 딛고 부를 축적 하려는 해적 같은 불쌍한 의사들이 있는가 하면 버림받은 오지의 사람들을 위해 자기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사랑의 의술을 펼치는 닥터 셔우드 홀(Dr. Sherwood Hall)같은 의사들이 있다이들은 전자의 의사들이 오염시킨 이 지구촌을 마마존의 밀림에서 만들어 낸 산소만큼이나 신선한 공기를 만들어 살맛나는 곳으로 바꾸어 놓은 분들이다.

 

묘역으로 가는 길

 

   98세의 기나긴 인생을 살았지만 더 오래오래 살았으면 하는 아쉬움을 남긴 사람인간의 수명이 짧아서 너무 아쉽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사람언더우드의 절규하는 기도가 메아리치는 암울한 한국 땅에서 온갖 어려움을 헤치고 나아가 조선 최초의 결핵요양원을 건설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을 준 고마운 사람, 98년의 인생을 살아가며 가진 모든 것을 남에게 다 주어버리고 정작 자기는 한국에 초대를 받고도 입을 옷이 없어 난감해 하던 세상의 욕심은 모두 다 버린 신과 같은 인간, 120여 년 전 막막한 어둠의 땅이 세계 제2의 선교국으로 성장하게 한 밑거름을 만들어 준 고마운 이의 묘가 가까워오자 두근거리는 가슴을 억제할 수 없다.

 

   입구로부터 몇 개의 묘역을 지나자 아주 눈에 잘 띠는 곳에 Hall Family 묘역이 나타났다. 2대에 걸친 가족묘라 한다제 1대 Dr. William James Hall, Dr. Rosetta Sherwood Hall부부와 2대 Dr. Sherwood Hall, Dr. Marian Hall 부부와 그들 자녀들의 합장묘가 잘 정돈 되어 있었다결핵협회에서 세웠다는 셔우드 홀의 공적비가 붉게 타는 단풍잎들과 어우러져 빛을 발한다그들이 했던 엄청난 일에 비하면 보잘 것 없는 묘역이지만 그래도 그들의 업적을 회상하며 우리의 삶의 지표를 바로 잡을 근거를 마련해 둔 것은 다행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나이 들어 내 마음을 보이는 것이 쑥스럽고 계면쩍었지만 나는 준비해 간 장미 한 송이를 그들의 묘비 옆에 가만히 눕혀 놓았다어제 밤부터 시들세라 정성을 다해 보관한 붉은 장미다.

 

                                              셔우드 패밀리 묘역


    ‘신들이 일구어 뿌려 놓은 선교의 씨가 자라고 자라 이제 거목으로 성장하여

온 세계에 그늘을 이루고 있답니다기뻐하십시오. -이곳이 머지않아 은총의 땅이 되리라는 것을 믿습니다.-라는 언더우드의 기도처럼 조선 땅은 은총의 땅이 되었습니다당신들의 지칠 줄 모르는 끝없는 추구에 경의를 표하고온갖 어려움에 굴하지 않는 용기에 경의를 표하고인간의 욕심을 모두 버릴 수 있는 믿기 어려운 초연함에 경의를 표합니다.’ 조선의 믿기 어려운 교회의 발전에 만족 해 하는듯한 홀 패밀리 멤버들의 호흡소리를 들으며 셔우드 패밀리를 뒤로 했다.

 

   1885년 최초로 조선에 입국하여 선교의 밭을 일군 잊을 수 선교사 Dr. Underwood Family의 4대가 묻혀있는 묘역과같은 해에 입국하여 선교활동을 하다 목포앞바다의 전복된 배에서 한국 소녀를 구하려다 익사하신 배재학당의 설립자 Henry Appenzeller의 묘도 잘 보존 되어 있었고,

 

       선교사 자녀들의 묘역

 

 이들의 묘지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는 유아 때 사망한 선교사자녀들이 묻혀 있는 묘역도 있었다. 170개의 선교사 묘 중 1/3이 유아 때 풍토병으로 죽은 아이들의 묘라 하니 당시 조선 선교에 얼마나 많은 어려움이 있었던 가를 짐작 할 수 있는 대목이다.

 

                                           언더우드 가족 묘역


   머나먼 이국땅에서 사랑하는 자녀들이 죽어가는 슬픔을 겪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선교활동을 그치지 않았던 그들을 생각하며 숙연한 마음이 들었다오늘 날 내 가족만을 소중히 여기는 가족이기주의가 팽배한 현실을 보며 참으로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그 밖에도 많은 선교사들의 묘비가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한 채 적절한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선교는 사랑만으로 안 된다지식만으로는 더욱 안 된다병으로 죽어가는 오지의 사람들을 의술이 없이 사랑만으로 어떻게 구할 수 있겠는가또 사랑이 없는 누가 이 힘들고 어려운 곳에 가서 의술을 베풀 시도를 하겠는가그러나 그들은 사랑과 지식을 겸비한 사람들이었다그들은 의술을 앞세운 사랑의 힘으로 조선을 복음화 하는 데 성공한 위대한 분들이었다그리고 그들의 사랑의 흔적을 회상해 볼 수 있는 곳이 바로 양화진 선교사 묘역이다.

 

   그들의 갸륵한 희생과 열정을 우러르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신촌 관광버스에 무거운 침묵을 실었다유니온 처치의 첨탑이 제법 높아 보인다천고마비의 한국의 가을이 아닌가 

                                                                                             -- 

-Appendix-

세브란스(Severance)대학의 언더우드 동상 뒤로 보이는 고풍스런 건물에 기어올라 수놓은 듯 붙어있는 아이비와 노랗게 물든 아름다운 깅코 나무들이 가을의 정취를 더했고저렴하지만 맛깔스런 교내 식당의 음식도 좋았다특히 교내에 위치한 한국 최초의 서양식 병원이자 세브란스 병원의 전신인 광혜원(나중엔 濟衆院)의 방문은 의미가 있었다.


   

광혜원(廣惠院)앞에서

 

언더우드 동상 뒤로 보이는 고풍스런 

연세대학 켐퍼스 건물들




출처 : 낮은 문턱
글쓴이 : 황성하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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