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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와 『맹자』를 읽으며 [박석무]

성령충만땅에천국 2015. 7. 13. 10:29

『논어』와 『맹자』를 읽으며 [박석무]

- 제 873 회 -

『논어』와 『맹자』를 읽으며

  차마 두고만 볼 수 없는 못된 세상에 의욕을 잃고 살아가다가도 고전에서 찾는 경구를 읽다 보면 번뜩 정신을 차리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논어』 자한(子罕)편에서 공자는 말합니다. “3개 군단(1만2천5백⨯3)의 장수야 빼앗을 수 있으나, 한 개인의 의지야 꺾을 수 없다(三軍可奪帥也 匹夫不可奪志也)”라는 대목이 바로 그런 곳입니다. 『맹자』 등문공(滕文公) 하편에는 “천하의 광거(廣居:仁)에 살며 천하의 정위(正位:禮)에 서며 천하의 대도(大道:義)를 행해야 한다. 그리하여 뜻을 펴게 되면 백성들에게 혜택을 끼치고 뜻을 펴지 못하는 경우라면 홀로 도를 행하면서 부귀에 아첨하지 않고 가난하고 천해도 지조를 바꾸지 않고 위협적인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사람을 대장부라고 말한다.”라는 호호탕탕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위축되고 좌절감에 빠져있다가도 이런 대목을 읽다 보면 마음이 흥기되면서 어떤 욕구가 살아나려고도 합니다. 다산의 『논어고금주』를 읽다 보면 필부의 의지는 빼앗을 수 없다는 의미를 맹자의 주장과 결부시켜 해석한 참신한 대목이 나옵니다. “의지를 빼앗을 수 없다라는 뜻은 부귀에도 아첨하지 않고 빈천에도 지조를 바꾸지 않으며 위협적인 무력에도 굴복하지 않는 의지를 말한다(不可奪志謂 富貴不能淫 貧賤不能移 威武不能屈)”라고 공자의 말씀과 맹자의 말씀을 합해서 한 인간의 의지가 얼마나 위대하고 큰 힘을 지녔나를 의미 깊게 해석해주었습니다.

  한 사람 인간이 지닌 굳은 의지가 그렇게 큰 위력을 지닌 것을 알게 되면 오늘의 세상에는 왜 그런 필부는 사라져가고 대장부는 나타나지 않는가라는 한탄을 금할 수 없습니다. 3만7천5백 명의 군대를 지휘하는 장수야 붙잡을 수 있지만, 한 개인의 굳은 의지는 어떠한 경우라도 앗아갈 수 없다는 그런 인간의 무서운 힘, 긴급조치 시절에 엄혹하던 법정에서 “무릎이야 꿇을 수 있어도 내 뜻을 굽힐 수 없다”라고 당당히 맞서던 젊은 학생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합니다. 그런 용감한 젊은이들과 민주인사들의 대장부다운 기개에서 조국의 민주주의가 그런대로 성장했건만, 그런 필부도 없는 요즘은 나날이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꼴을 보면서 괜스레 대장부 타령이나 해봅니다.

  다산이 인용한 부분에, “3군이야 숫자야 많지만, 인심이 하나로 합해지지 않으면 그 장수는 뺏을 수 있다.”라고 했습니다. 지금의 우리 세상을 빗댄 내용으로 보입니다. 경제적·사회적·지역적·정치적 갈등만 갈수록 증폭되어 인심이 갈가리 찢겨 있는데, 나라에 무슨 힘이 있겠는가요. 이래서 또 무력감, 무의욕, 졸장부의 생각만 가슴을 메우고 있습니다.

  가뭄에도 콩이 나고, 쥐구멍에도 볕이 드는 날이 있다는 속담처럼, 뜻을 굽히지 않으려는 필부들이 이 나라에도 나타났습니다. 여당 원내대표가 그렇고 국회의장이 그렇습니다. 그렇지만 불행하게도 이 나라의 무도한 권력은 그런 의지조차 지키지 못하게 했으니, 이런 희망이 없는 나라가 세상 어디에 있을까요. 오호 통재로다. 그렇다고 그 의지가 꺾일 이유가 있는가요. 반드시 살아나고 말 것입니다. 공자의 말씀대로.

박석무 드림

글쓴이 / 박석무

· (사)다산연구소 이사장
· 고산서원 원장
· 성균관대 석좌교수
· 실학박물관 석좌교수

· 저서
『다산 정약용 평전』, 민음사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역주), 창비
『다산 산문선』(역주), 창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한길사
『조선의 의인들』, 한길사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