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1일 지난 2014년 국정개입 논란과 관련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는 정윤회.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최태민 일가 재산 축적 과정의 불법성 여부를 살펴보고 있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의 남편 신동욱(48) 공화당 총재를 9일 참고인으로 소환 조사한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2007년 육영재단 운영권이 박근령에서 박지만 이지(EG) 회장 쪽으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최태민 일가의 불법적인 개입이 있었는지 들여다볼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는 2007년 말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 때 “정윤회 당시 박근혜 한나라당 의원 보좌관이 현장에 두차례 들러 점검하고 돌아갔다”는 박지만 회장 쪽 관계자의 증언을 확보했다. 육영재단 분쟁의 배후에 최태민 일가의 개입이 있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07년 육영재단 분쟁 때 박 회장 쪽 행동대장 역할을 했다고 소개한 ㄱ씨는 최근 <한겨레>와 만나 “육영재단 사건의 배후에는 정윤회씨가 있다. 정씨가 당시 육영재단 폭력 사태에 동원된 용역들의 밥값을 내고 돌아간 적도 있다”고 밝혔다. ㄱ씨는 “당시 박지만 이지 회장의 비서실장 정용희씨가 육영재단 강탈의 책임을 맡았는데, 정윤회씨는 방문 때마다 정씨의 보고를 받고 돌아갔다. 정씨는 박지만의 비서였지만 실제로는 정윤회씨 측근”이라고 주장했다.
정윤회씨는 당시 박근혜 의원의 보좌관이었고 박지만 회장과는 특별한 관련이 없었다. 따라서 육영재단 분쟁을 정씨가 직접 살피고 갔다는 ㄱ씨의 증언은 박근령-박지만의 형제간 다툼으로 보였던 당시 사건이 실제로는 최태민 일가와 박근령 이사장과의 다툼이었다는 그간 신동욱씨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육영재단 운영권 분쟁이 박 회장 쪽의 승리로 정리된 뒤 정용희씨는 실제 육영재단 임시 이사를 맡았다. 2기 임시 이사진인 백기승(현 한국인터넷진흥원장)씨는 박근혜 정부 출범 뒤 청와대 대통령 국민소통비서관을 맡았다. <한겨레>가 확보한 육영재단 관련 녹취록을 보면, 2008년 육영재단 1기 임시 이사진 관계자는 “(박근령씨가 물러나자) 최태민의 자손, 친척들이 (육영재단을 놓고) 해먹자는 판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ㄱ씨는 2007년 여름께부터 정용희씨가 회의를 소집해 육영재단 강탈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ㄱ씨는 “회의 자리에는 나를 포함해 8명이 참석했고 박용철(박근혜 5촌 조카·2011년 9월 신동욱 총재의 박근혜 명예훼손 관련 재판에서 증인채택 되자 의문의 살해를 당한 의혹)씨 등이 함께했다.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도 재단 분쟁 때 점검차 다녀갔다”고 주장했다. 또 ㄱ씨는 “박 대통령의 삼성동 자택에 몇차례 들러 밥을 먹은 적이 있는데 최순실·정용희씨 등 측근들이 모여 박 대통령 앞에서 회의를 하는 모습을 봤다”고도 주장했다.
ㄱ씨는 “신동욱씨의 재판(박근혜 명예훼손)에도 출석해 진실을 밝히려 했지만 정용희씨가 참석하지 말라고 회유했다. 특검이 부르면 출석해 조사를 받겠다”고 말했다. 김경협 더불어민주당 의원(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은 “육영재단 접수가 최태민 일가 재산의 불법 증식으로 연결되지 않았는지 특검팀이 철저히 밝혀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재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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