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MBC 기자 90여명, ‘막내들의 반성문’ 지지 동영상 올려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 11. 02:31

MBC 기자 90여명, ‘막내들의 반성문’ 지지 동영상 올려

한겨레 등록 :2017-01-10 18:24수정 :2017-01-10 22:06

 

막내 기자 3명, 보도국서 경위서 제출 요구받자
“선배들의 대답이자 회사쪽에 보내는 경위서”
“MBC 욕하고 비난해달라, 포기하지 말아달라”
막내들의 목소리 그대로 되풀이하며 힘 실어

10일 MBC 기자협회 소속 기자 90여명이 ‘막내’ 기자들을 지지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보도 참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막내 기자들의 동영상에 대해 MBC 보도국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10일 MBC 기자협회 소속 기자 90여명이 ‘막내’ 기자들을 지지하는 영상을 인터넷에 올렸다. ‘보도 참사’에 대한 반성을 담은 막내 기자들의 동영상에 대해 MBC 보도국은 경위서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유튜브 화면 갈무리
<문화방송>(MBC) ‘막내’ 기자들이 ‘보도 참사’를 반성하고 보도본부장·보도국장 사퇴와 해직·징계 기자 복귀를 촉구하는 동영상을 직접 만들어 올린 데 이어, 90여명이나 되는 ‘선배’ 기자들도 이들과 같은 목소리를 내는 동영상을 만들어 올렸다. 공영방송의 ‘쇄신’을 요구하는 내부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커져가는 모양새다.

문화방송 기자협회는 10일 오후 ‘엠비시 막내기자들의 경위서, 선배들이 제출합니다’란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에 올렸다. 앞선 5일 곽동건·이덕영·전예지 등 문화방송 기자 3명은 ‘엠비시 막내기자들의 반성문’이란 제목의 동영상을 인터넷에 올리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때 문화방송이 사안을 제대로 보도하지 않은 ‘보도 참사’에 대해 반성하고, 문화방송의 쇄신을 위한 보도본부장·보도국장 사퇴, 해직·징계 기자 복귀를 촉구한 바 있다. 동영상을 올린 뒤 문화방송 보도국이 이들에게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번에는 선배 기자들이 막내 기자들을 지지하는 동영상을 올린 것이다.

영상에는 1993년 12월에 입사한 박장호 기자부터 2012년 1월 입사한 손령·이동경·김미희 기자 등 모두 96명의 문화방송 기자들이 차례대로 등장한다. 시청자들에게도 친숙하지만 보도국 밖으로 전보 조처되어 한동안 얼굴을 보기 힘들었던 기자들의 모습도 여럿 볼 수 있다. “엠비시 막내 기자들이 올린 영상에 대한 선배들의 대답이자, 회사 측에 보내는 경위서”라는 자막과 함께 시작하는 이 영상은, 막내 기자들이 썼던 ‘반성문’을 선배 기자들이 되풀이하고 때로 부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컨대 막내 기자들의 동영상은 촛불집회 때 시민들이 문화방송 중계차를 에워싸고 문화방송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치는 장면을 보여준 뒤 곽동건 기자가 “이 화면 속 버스 위에 서 있었던 곽동건 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것으로 시작했는데, 선배 기자들의 동영상은 “이 화면 속 버스 위에 서 있었던 엠비시 사회부 막내 기자의 13년 선배 왕종명입니다”, “7년 선배 이지선입니다” 등으로 이를 받아서 이어나가는 식이다.

따라서 선배들의 목소리는 막내들의 그것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100만명이 운집했던 2차 촛불집회를 단 8꼭지로 보도했던 문화방송 뉴스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이를 비판하는 시민들 앞에서 느꼈던 부끄러움을 고백한다. 국정농단의 핵심 증거인 ‘태블릿 피시’의 출처에 집착하는 문화방송의 보도 태도를 비판하고, “사실관계조차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추측의 추측으로 기사화하는 현실에 저희 중견 기자들은, 2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해온 저희들은, 더욱 절망하고 있다”고 말한다.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과거 엠비시의 뉴스를 이끌던 기자들 저희도 정말 못본 지 오래됐다”며, “회사 전체로 따지면 유능한 피디와 아나운서 등 200여명이 쫓겨나 아직 109명이 제자리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한다. “저를 비롯해 보도국에 남아있는 기자 30여명이 실명으로 글을 쓰며 저항하고 있고, 매일 피케팅을 하고 집회도 열어봤지만 회사는 전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한다.

선배 기자들은 시청자들에게 문화방송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던 막내들의 목소리도 그대로 받아 더욱 힘을 실었다. “기자인 저를 탓하셔도 좋다. 다만 엠비시 뉴스가 다시 정상화될 수 있도록 욕하고, 비난하는 것을 멈추지 말아 달라. 엠비시를 아직 포기하지 않으셨다는 것을 보여달라. 이 안에서 기자들이 더 절실하게 단호하게 맞설 수 있도록 단 한 번만 힘을 보태달라”는 것이다.

영상 말미에 등장한 김희웅 문화방송 기자협회장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자고 할 때 이건 말이 아니고 사슴이지 않냐고 저항하지 않았다. (이것이) 폐허가 된 엠비시 뉴스에 대한, 저희 기자들의 경위서 사유”라고 반성했다. 그는 “진짜 경위서는 엠비시 뉴스를 짓밟은 보도 책임자들이 써야 한다. 그러나 이제 이들에게 경위서를 요구하진 않겠다”고 했다. 대신 막내들이 했던 요구를 ‘기자협회’의 요구로 바꿔서 자막으로 보여준다. 선배·막내 모두가 한목소리로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보도국장의 사퇴, 해직 기자·징계 기자의 복귀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문화방송의 한 기자는 “선배들 입장에서 막내들에 대한 미안함과 부끄러움이 너무 크다. 그동안 끊임없이 싸워왔는데도 ‘이제와서 왜 이러느냐’는 비판이 많은 것도 잘 안다. 내부에서는 지금이라도 더 저항하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media/778179.html?_fr=mt2#csidx30544999131a91bbfc1feeb86c04e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