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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사설] 국정 농단 넘어 법치도 농단하는 대통령 측근들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 11. 03:32

[사설] 국정 농단 넘어 법치도 농단하는 대통령 측근들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이 중요한 이유는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할 헌법적 책무(헌법 10조)를 제대로 했느냐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만약 이 의무를 소홀히 했다면 대통령 자격이 없다. 야당이 강력하게 세월호 7시간 행적을 탄핵소추 사유로 넣은 배경이다. 그동안 ‘밀회를 했다’ ‘굿판을 벌였다’ ‘프로포폴을 맞아 잠을 잤다’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괴담들이 무한 증식된 데는 박 대통령의 책임도 크다. 대통령의 위치와 동선은 국가기밀 사항이라며 비공개로 덮었기 때문이다.

어제 세월호 참사 꼭 1000일 만에 박 대통령이 ‘세월호 7시간 행적’의 소명자료를 헌법재판소에 냈다. 내용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그동안 감사원에 제출된 자료,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에서 공개한 부분 등을 짜깁기한 수준이다. 답변 요지도 참사 당일 오전 10시에 국가안보실로부터 사고 발생 보고서를 처음 받아 검토한 이후 대통령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다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들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침몰을 언제 처음 인지했는지 밝히고, 김장수 국가안보실장과의 수차례 통화기록도 찾아서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박 대통령이 미흡한 답변서를 제출하면서 헌재 재판은 지연이 불가피해졌다. 이러다 보니 주심인 강일원 재판관이 박 대통령 측의 적극적 소명을 촉구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형사재판의 피고인은 무죄추정의 원칙을 따르지만 탄핵 심판에선 피청구인이 적극 소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 일종의 경고였다.

특히 이날 3차 탄핵 재판은 최순실·정호성·안종범씨 등 핵심 3인방이 출석하지 않아 1시간여 만에 싱겁게 끝났다. 지난 5일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이 아예 잠적해 버린 것의 연장선이다. 이런 행위는 탄핵 심판 일정을 지연시키려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국정 농단을 넘어 ‘법치 농단’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대통령 측근으로서의 품격은커녕 마치 잡범이나 파렴치범처럼 탄핵 재판에 응하고 있는 것이다. 헌재는 앞으로 이들이 불출석하면 강제로 구인해 소환하는 게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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