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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범죄 현장’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중대 범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4. 06:34

[한겨레 사설] ‘범죄 현장’ 청와대의 압수수색 거부는 ‘중대 범죄'

등록 :2017-02-03 17:24

 

3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청와대 압수수색이 청와대의 거부와 저지로 무산됐다. 이달 말까지 거듭 시도할 수 있다지만 청와대 쪽이 완강하게 막으면 도리없이 갈등과 충돌만 이어지게 된다. 법원이 적법하게 발부한 영장을 국가기관인 대통령이 거부한 것은 그 자체로 삼권분립과 영장주의 등 헌법 원칙의 훼손이다. 헌법 위반의 책임을 엄하게 묻지 않을 수 없다.

청와대 쪽은 ‘군사상 비밀을 요하는 장소’ 혹은 ‘공무상 비밀에 관한 것’에 대한 압수수색에는 책임자의 승낙이 필요하다는 형사소송법 규정을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그런 규정 바로 뒤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해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승낙을 거부하지 못한다’고 명시돼 있다. 중대한 국익이 침해될 일이 아니라면 압수수색을 승낙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검이 압수수색을 하려는 청와대의 여러 사무실이 얼마나 군사상·공무상 비밀을 필요로 하는 장소인지는 의문이다. 설령 중대한 비밀이 있더라도 압수수색 과정에서 협의해 선별하면 될 일이지, 청와대 진입부터 아예 막을 일은 아니다. 지금 이 나라엔 국정농단의 진상을 낱낱이 규명하는 것 이상으로 중대한 일은 없다. 특검의 압수수색을 저지해 국정농단 수사를 방해하는 것이야말로 ‘중대한 국익 침해’다.

압수수색 대상인 청와대 사무실들은 하나같이 국정농단 사건의 ‘범죄 현장’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는 비서실장실에서 지시가 내려와 정무수석실 등에서 만들어졌고, 최순실씨의 국정농단은 부속실을 거쳐 대통령에게 전달되고 경제수석실과 정책조정수석실을 통해 실행됐다. 민정수석실은 이를 모른체하거나 되레 장애물을 치워주는 구실을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대통령 관저와 의무실 등은 세월호 7시간 동안 대통령이 헌법상 직무를 유기하고 방치한 현장이다. 청와대 압수수색은 이들 범죄의 현장 확인뿐 아니라 곧 있을 박근혜 대통령 대면조사를 앞둔 물증 확보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수사 절차다. 이를 막는 것은 명백한 공무집행 방해다. 압수수색을 통해 대통령기록물 등 증거가 훼손된 흔적이 발견된다면 그 역시 엄하게 처벌할 일이다.

청와대는 지금이라도 압수수색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어깃장을 놓고 시간을 끌다가는 국민의 분노와 저항만 키우게 된다.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총리는 특검의 협조 요청에 응해 청와대가 압수수색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 옳다. 그게 그나마 파문을 줄이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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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781246.html?_fr=mt0#csidxd2b43daaa157641a43ace389720e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