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 © News1
한명숙 전 국무총리(73·수감중)의 남편이 한 전 총리의 추징 대상에 자신의 전세보증금을 포함하는 건 부당하다며 이의를 신청했지만 재차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서울고법 민사12부(부장판사 임성근)는 한 전 총리의 남편인 박성준 성공회대학교 교수(77)가 정부를 상대로 낸 제3자 이의소송에서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5일 밝혔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서에는 임차인이 한 전 총리로 돼 있을 뿐 박 교수의 이름은 없다"며 "한 전 총리가 계약을 하면서 (임대인에게) 자신이 대리인임을 표시했다거나 임대인이 박 교수가 한 전 총리의 대리인임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한 전 총리는 임대차계약 체결일 이후인 2012년 8월 국회의원 재산등록사항 공개시 이 사건 보증금채권을 본인 재산으로 등록했다"며 "2013년 3월 재산변동사항 공개시에도 변동사항을 신고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임대차계약 보증금의 현실적인 수수 없이 임차인 명의만 한 전 총리에서 박 교수로 변경된 사정을 보면 실질적으로 한 전 총리가 보증금채권을 박 교수에게 양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런 채권양도로 채무자 이외의 제3자인 정부에 대항하려면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에 따른 통지나 승낙이 있어야 한다"며 "그렇다고 볼 수 있는 아무런 증거가 없고 박 교수가 한 전 총리로부터 보증금채권을 양수했더라도 제3자인 정부에 대항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전 총리는 2011년 8월 서울 마포구의 한 아파트를 보증금 1억6000만원·월세 80만원에 살기로 2년 임대차계약을 했다.
이후 계약이 끝나자 2013년 10월 보증금 1억5000만원·월세 90만원으로 2년간 재계약했는데 임차인 명의를 박 교수로 바꿨다.
한 전 총리는 한만호 한신건영 대표(56)로부터 2007년 대선경선 자금 명목으로 불법 정치자금 9억원을 받은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는데 2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자 한 달 뒤 남편 명의로 계약을 한 것이다.
당시 이를 두고 추징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란 분석이 나왔다. 한 전 총리는 국회의원이던 2014년과 2015년에는 전세보증금을 모두 본인 이름으로 재산신고했다. 그는 2심 선고 직후 2억원이 넘는 은행 예금도 인출했다.
한 전 총리는 이후 대법원이 2015년 8월 상고를 기각해 형이 확정됐다. 검찰은 범죄수익 은닉 규제 및 처벌법에 따라 추징금 납부명령서와 납부독촉서를 보냈다.
하지만 한 전 총리가 추징금을 내지 않자 정부는 같은 해 9월 추징금 집행을 위해 법원에서 박 교수 명의의 아파트에 대한 압류명령을 받았다.
1심은 한 전 총리가 해당 전세보증금을 본인 명의로 재산등록해 신고했고, 2심 선고 직후 재산 명의를 박 교수로 돌린 점 등을 근거로 해당 재산은 한 전 총리 소유로 보인다고 판결했다.
한편 검찰은 한 전 총리에 대한 추징금 환수를 위해 2015년 9월 서울중앙지검 공판2부(부장검사 김지용)에 검사 1명과 집행과 직원 3~4명으로 추징팀을 만들었다. 지난해 1월에는 교도소 영치금 250만원도 추징해 국고에 귀속했다.
(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