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김훈 “지난 시대 갑질이 광화문 분노의 함성으로”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6. 17:37

김훈 “지난 시대 갑질이 광화문 분노의 함성으로”

한겨레 등록 :2017-02-06 16:05수정 :2017-02-06 16:17

 

신작 장편 ‘공터에서’ 발간 기자간담회
“지난 70년 살면서 시대의 야만성에 소름”
“공터 가건물 위에서 살아온 비애감 담아”

소설가 김훈이 새 장편 소설 <공터에서> 출간을 기념해 6일 오후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애서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소설가 김훈이 새 장편 소설 <공터에서> 출간을 기념해 6일 오후 서울 한국언론회관에서 연 기자회견애서 발언하고 있다. 김봉규 선임기자 bong9@hani.co.kr
“저는 대단히 협소한 시야와 세계관을 가진 사람입니다. 거대한 전망, 시대 전체의 구조를 볼 수 있는 통합적 시야가 저에게는 없습니다. 저는 제가 쓰고 싶은 것, 써야 마땅한 것을 쓰는 게 아니고 제가 쓸 수 있는 것을 겨우겨우 조금씩 쓸 수밖에 없습니다.”

신작 장편소설 <공터에서>를 낸 작가 김훈(69)이 6일 오후 서울 태평로 한국언론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공터에서>는 1910년생 마동수와 그의 두 아들 마장세·마차세를 통해 1920년대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한국 현대사를 다룬 소설이다. 작가는 “나라가 망한 1910년에 태어난 저희 아버지와 나라를 다시 세운 1948년에 태어난 제가 살아온 시대에 관한 소설”이라고 소개했다.(<한겨레> 2017년 2월3일치 ‘책과생각’ 4면)

작가는 “제 소설이 명석한 전망이나 희망을 제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잘 알고 있다”며 “제 소설의 등장인물은 이념이나 사상이 거의 없는 사람이다. 저는 생활의 바탕 위에서 이념과 사상이 건설되고 전개되어야 옳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는 말로 그것이 자신의 어찌할 수 없는 소설적 특징임을 강조했다.

“공터란 주택과 주택 사이의 버려진 땅이죠. 아무런 역사적 구조물이나 시대가 안착될 만한 건물이 들어서 있지 않은 곳입니다. 제 아버지와 제가 살아온 시대를 저는 공터로 보았습니다. 앞으로 무언가 지어야 할 땅이죠. 돌이켜 보면 지난 70년 동안 가건물 위에서 살아 왔구나 싶습니다. 그런 비애감과 연결되는 제목이 ‘공터에서’입니다.”

작가는 “이 땅에서 70년 살면서 소름 끼치게 무서웠던 것은 우리 시대의 야만성과 폭력이었다”며 “지난 시대에 우리가 목격한 갑질이 지금 광화문의 분노의 함성으로 연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는 광화문 국정농단 규탄 집회와 탄핵 반대 집회에, 참석한다기보다는 관찰하고자 두번쯤 가봤다고 밝혔다.

“특히 태극기와 성조기, 십자가가 등장한 탄핵 반대 집회를 보면서는 어릴 때 그 거리에서 대통령 해외 순방을 축하하는 행렬에 동원되어 태극기를 들고 나갔던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러자니 내가 지금 어디 와 있나 싶더군요. 70년이 지났는데 제자리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저 나름대로, 아주 소극적이고 조심스럽게 쓴 글을 계간지에 발표할 예정입니다.”

작가는 <공터에서>를 원래 5권짜리 긴 소설로 구상했다가 결국 한권으로 마무리했다고 털어놓았다. “기력이 미치지 못해, 바친 노력은 많았는데 결과는 초라하게 되었다”고 말한 그는 이번 소설을 쓰면서 특정한 세부 묘사에 달려들어서 날카롭게 한 커트를 쓰는 스냅적 기법과 펜의 속도를 매우 빨리해서 골격만을 그리고 세부사항을 생략하는 크로키 기법을 택했다고 밝혔다.

“제가 쓰고 싶거나 써야만 할 당위와 목표가 있더라도 그것을 향해 나의 언어를 몰고 가서 올바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장인적 기법을 확보하지 못하는 한 저는 글을 쓸 수 없습니다. 결국 이 소설에서도 쓴 부분보다 쓰지 못한 부분이 더 많았습니다. 쓰지 못한 부분을 너무 나무라지 말고 제가 쓴 부분을 연민을 가지고 보아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최재봉 선임기자 bong@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781478.html?_fr=mt2#csidxb10c01bb1612ca186859c8c1a032f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