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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성한용 칼럼] 박대통령,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스스로 사퇴하라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7. 10:00

박 대통령,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스스로 사퇴하라

[성한용 칼럼] 대한민국을 사랑한다면 사퇴하라

한겨레 등록 :2017-02-06 17:34수정 :2017-02-07 00:25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성한용
정치팀 선임기자


쫓겨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야 마지막 한 조각 명예를 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스스로 위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대한민국이 양분되는 비극이나 참사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태극기 집회의 열기는 뜨겁다. 분노와 한숨과 눈물이 있다. 애국심이 넘쳐난다.

참가자들은 박근혜 대통령에게 잘못이 없다고 확신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소추된 것은 ‘종북좌파’에 장악된 언론과 국회 때문이라고 믿는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초기의 결정적 증거였던 태블릿피시는 조작된 것이라고 믿는다. 검찰과 특검의 모든 수사 결과도 거짓이라고 믿는다.

탈진실(Post-truth) 시대는 믿음의 시대다. 진실이 무엇인지 확인하려 하지 않고 자신이 믿고 싶은 것을 그냥 진실로 받아들인다. 진실이 믿음을 이기지 못한다. 극단의 허위도 진실의 탈을 쓰고 유통된다.

“좌파언론 제이티비시, 티브이조선, 경향신문, 한겨레신문은 북한 인민무력부 12사단에서 남파된 인민군들입니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을 포함해 박근혜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는 15%의 국민이 있다. 지지도 0.1%가 아쉬운 새누리당 대선주자들이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두 달 남짓 진행된 특검의 수사 발표나 헌법재판소의 동영상을 본 결과 박근혜 대통령이 사적인 이익을 취하지 않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김문수)

“태극기 물결은 애국이고 조국의 미래를 향한 열정이다. 건국, 산업화, 민주화를 넘어 통일을 여는 에너지다.”(이인제)

표가 된다면 어린아이 사탕도 빼앗아 먹는 것이 정치인이지만, 이들의 행동은 무책임한 선동이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에게 탄핵이 기각될지도 모른다는 헛된 희망 고문을 하는 가혹 행위다.

헌법재판소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인용하면 어떻게 될까.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은 공황 상태에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자신들이 그렇게 사랑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쫓겨나 감옥에 가는 모습을 제정신으로 바라보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세상에 대한 불신과 혐오로 자신이나 불특정 타인을 향해 극단적 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60일 안에 치르는 다음 대통령 선거 결과에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다. 비극이다.

만에 하나 탄핵이 기각되면 어떻게 될까. 나라가 뒤집힌다. 참사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통령직을 정상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제와 안보, 이중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탄핵이 인용되든 기각되든 후유증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할까? 비극이나 참사를 막을 방도가 있을까?

있다. 탄핵심판의 결론이 나기 전에 박근혜 대통령이 자진사퇴하는 것이다. 특검은 이번 주에 박근혜 대통령 대면수사를 예고하고 있다. 특검에게 모든 것을 정직하게 밝혀야 한다. 그리고 헌법재판소에 출석을 요청해 진술한 뒤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사퇴하면 된다.

쫓겨나지 않고 스스로 물러나야 마지막 한 조각 명예를 건질 수 있다. 무엇보다도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스스로 위안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남은 절차도 어렵지 않다. 탄핵심판을 계속할지 말지는 헌법재판소가 정할 일이다. 대통령직은 궐위가 되므로 60일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러야 한다. 불투명한 안개가 걷히고 정치 일정이 정상화되는 것이다. 대한민국이 양분되는 비극이나 참사를 막는 유일한 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18대 대통령이다. 박정희의 딸이다. 누구보다 애국심이 강하다고 자부하는 사람이다. 20년 전 정치를 시작하며 “이제부터 내 삶은 나의 것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다. 오로지 국민과 나라만 바라보자”고 결심했다. “정치를 그만뒀을 때 향기나는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듣는 것이 개인적 바람”(2008년 5월 김용갑 출판기념회)이라고 했다. 그래서다. 이제 사퇴해야 한다.

이승만 대통령은 1960년 4·19 혁명으로 쫓겨났지만 최후의 순간 어쨌든 자진해서 물러났다. 미국의 닉슨 대통령도 1974년 탄핵 직전 국익을 명분으로 사퇴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1990년께 읽은 오쇼 라즈니쉬의 글을 인용한 일이 있다. 이런 내용이다.

“인생은 참으로 짧지만 거기에는 별, 달, 꽃, 남자, 여자, 강 그리고 산 등 수많은 즐거움이 있다. 그런데도 그대는 싸움만을 일삼으며 우둔하고 어리석게 살 것인가. 그대는 빈손으로 왔다가 빈손으로 돌아간다. 이 사실을 깨달을 때 모든 것이 분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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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1526.html?_fr=mt0#csidxcde103d2f511ad98a5048bc7353cc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