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간첩 출신 원정화 인터뷰
김정남 측에 이중첩자 있었을 수도
공항가는 건 도청해서 알았을 것
독침 쓴 듯, 사진보니 목·귀 사이 유력
나도 맞아봤다, 깨도 기억이 없었다
일하는 방식, 보위부 아닌 정찰총국
원씨는 “북한은 소행임을 감추는 동시에 김정남이 덜 경계하도록 일부러 외국인 여성을 고용했을 것”이라며 “내가 속했던 (공작원)팀도 현지인을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외국인 여성이고, 왜 공항이었을까.
“암살은 스피드가 관건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더 민첩하고, 남성이란 목표물에 접근하기 쉽다. 경우에 따라 현지인을 고용하는데, 돈을 받으면 얼마든지 청부살인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많다. 북한은 거물 암살엔 돈 아까운 줄 모른다. 김정남 정도 되면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는 선불로 줬을 거다. 공항은 폐쇄회로TV(CCTV)가 많아서 의아해하는데 CCTV는 어디에나 있는 세상이다. 공항은 사람이 많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길도 너무 많고, 저라도 택했을 것 같다. 김정남도 ‘여기가 공항인데 설마’했을 거고. 김현희씨도 (범행장소가)공항 아니었나.”
- 북한 소행이라면 이번에는 외국인이 들어간 게 특이하다.
“북한에서 나온 공작원 수가 사실 적다. 그럼 우리에게 협조하는 현지인을 고용한다. 그런데 그들이 단순한 일반인이냐. 아니다. 조폭도 있고, 저도 납치를 했지만 협조자가 있었다.”
- 용의자인 여성들도 암살훈련을 받았을까.
“아유, 안 받았으면 못하죠. 공항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순식간에 못하면 정체가 탄로나고 못 죽일 수 있는데.”
- 여성 용의자들은 ‘장난 동영상인 줄 알았다’고 부인한다.
“김정남을 장난으로 죽이려 했다? 장난이라고 칩시다. 그럼 왜 하필 장난 대상이 김정남인가. 잡히면 어떻게 말할지 사전에 협의하고 말도 맞춰 놓았을 거다. 저부터도 그랬다. 검찰에 잡혔을 때 묵비권 행사하고, 심지어 증거사진으로 제 사진 갖고 와도 내가 아니라고 억지부렸다.”
- 암살수법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제 생각에는 스프레이는 아니다. 스프레이 뿌리는 여자가 있더라도, 독침도 들어갔을 거다.”
- 왜 독침이라 확신하나.
“독침은 여성(공작원)들을 위해 생산한 거다. 나에게도 독침을 쫙 나열하고 만져본 뒤에 고르라고 했다. 주사기형, 만년필형, 샤프, 립스틱형도 있었다. 열면 안에 독침이 있다. 난 주사기 용수철 형이었다. 독침을 비닐에 밀봉해서 화장품 파우치에 넣고 다녔다. 깊이도 안 찌르고, 슬쩍 찌른다. 침 자체가 바늘보다 가늘고, 머리카락보다는 굵고.”
여성 용의자 2명 당연히 암살훈련 받았을 것
- 독침 훈련은 어떻게 받았나.
“내가 맞은 적도 있다. 독침을 놓으면 몇 초 만에 상대가 어떻게 된다는 걸 우리도 알아야 하니까. (독을 맞을 때)해독약도 있으니까 그냥 마음 편히 누웠다. 다른 나라에 잡혀 가서 부대원들이 고문할 때, 정신을 잃을 때 만약 실토할지 여부도 훈련했다. 우리는 양주, 꼬냑50도부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술을, 옆에선 레퍼토리를 계속 반복하고. 고문이죠.”
- 독침을 맞으면 어떤가.
“저는 그냥 스르륵 잤다. 감각이 없었다. 깨어나서도 기억이 없었다. 몸이 이상하고.”
-(김정남 피살 직후 사진을 보여주면서)어떻게 보이나.
“사진 보니 목부터 귀 사이에 찔린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앉아 있잖나. 급소를 찔려서 순간적으로 독이 와서 주저앉은 자세가 된 거죠. 앉은 자세를 보니 음…그러네….”
- 용의자로 검거된 북 이정철은 어떤 역할일까.
“총알받이다. 핵심 배후 실세들은 이미 현장을 떠나서 평양에 들어갔다고 본다. 현장에서 잡힐 요원들을 정해 놓고 아수라장을 만든 뒤 시간을 버는 거다. 일하는 방식을 봤을 때 내가 속했던 보위부는 아닌 거 같고, 정찰총국인 것 같다.”
- 어떻게 기획했을까. 당신이 일원이라 면.
“일단 김정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이 365일 따로 있었을 거고. 도청을 했을 것 같다. 도청하지 않고는 어떻게 공항에 간다고 알까. (김정남)수행원 중 조금 포섭이 된 사람, 이중첩자가 있었을 거다. 누구 하나라도 협조 안 됐다면 이렇게까지 세밀하게는 안 됐을 것이다. 저도 황장엽 암살 지령 받은 지 3년이나 걸려서 조금씩 알아 가는 과정에 구속이 된 거다. 그러는 데만 3년이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