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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황장엽 암살 위해 탐색만 3년…내가 속한 팀도 현지인 썼다” / 중앙일보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2. 20. 04:09

“난 황장엽 암살 위해 탐색만 3년…내가 속한 팀도 현지인 썼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여성 공작원 원정화씨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감추기 위해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김정남을 암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북한 국가안전보위부 출신 여성 공작원 원정화씨는 1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자신들의 소행임을 감추기 위해 외국인 여성들을 고용해 김정남을 암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빈 기자

북한 여성공작원 출신 원정화(43)씨는 18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나도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암살 지령을 받고 남파돼 주변 인물 탐색에만 3년을 썼다”며 “북한은 오랜 시간과 거금을 들여 김정남 독살을 기획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 여간첩 출신 원정화 인터뷰
김정남 측에 이중첩자 있었을 수도
공항가는 건 도청해서 알았을 것
독침 쓴 듯, 사진보니 목·귀 사이 유력
나도 맞아봤다, 깨도 기억이 없었다
일하는 방식, 보위부 아닌 정찰총국


검찰이 지난 2008년 북한공작원 원정화씨를 검거한 후 공개한 간첩 활동 관련 각종 증거물. [중앙포토]

검찰이 지난 2008년 북한공작원 원정화씨를 검거한 후 공개한 간첩 활동 관련 각종 증거물. [중앙포토]

원씨는 북한 국가안전보위부(현 보위성) 소속으로 공작원 교육을 받고 2001년 탈북자로 위장해 입국했다. 한국군 인사들에게 접근해 기밀을 빼내고, 탈북한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를 암살하라는 지령을 받고 활동하다 2008년 검거됐으나 전향 후 5년형을 받고 2013년 만기출소했다.
 
원씨는 “북한은 소행임을 감추는 동시에 김정남이 덜 경계하도록 일부러 외국인 여성을 고용했을 것”이라며 “내가 속했던 (공작원)팀도 현지인을 쓴 적이 있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왜 외국인 여성이고, 왜 공항이었을까.
 
“암살은 스피드가 관건이다. 아무래도 여자들이 더 민첩하고, 남성이란 목표물에 접근하기 쉽다. 경우에 따라 현지인을 고용하는데, 돈을 받으면 얼마든지 청부살인을 할 수 있도록 훈련된 사람들이 많다. 북한은 거물 암살엔 돈 아까운 줄 모른다. 김정남 정도 되면 100만 달러(약 11억5000만원)는 선불로 줬을 거다. 공항은 폐쇄회로TV(CCTV)가 많아서 의아해하는데 CCTV는 어디에나 있는 세상이다. 공항은 사람이 많고, 빠져나갈 수 있는 길도 너무 많고, 저라도 택했을 것 같다. 김정남도 ‘여기가 공항인데 설마’했을 거고. 김현희씨도 (범행장소가)공항 아니었나.”
 
- 북한 소행이라면 이번에는 외국인이 들어간 게 특이하다.
 
“북한에서 나온 공작원 수가 사실 적다. 그럼 우리에게 협조하는 현지인을 고용한다. 그런데 그들이 단순한 일반인이냐. 아니다. 조폭도 있고, 저도 납치를 했지만 협조자가 있었다.”
 
- 용의자인 여성들도 암살훈련을 받았을까.
 
“아유, 안 받았으면 못하죠. 공항에, 수많은 사람이 있는데 순식간에 못하면 정체가 탄로나고 못 죽일 수 있는데.”
 
- 여성 용의자들은 ‘장난 동영상인 줄 알았다’고 부인한다.
 
“김정남을 장난으로 죽이려 했다? 장난이라고 칩시다. 그럼 왜 하필 장난 대상이 김정남인가. 잡히면 어떻게 말할지 사전에 협의하고 말도 맞춰 놓았을 거다. 저부터도 그랬다. 검찰에 잡혔을 때 묵비권 행사하고, 심지어 증거사진으로 제 사진 갖고 와도 내가 아니라고 억지부렸다.”
 
- 암살수법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제 생각에는 스프레이는 아니다. 스프레이 뿌리는 여자가 있더라도, 독침도 들어갔을 거다.”
 
- 왜 독침이라 확신하나.
 
“독침은 여성(공작원)들을 위해 생산한 거다. 나에게도 독침을 쫙 나열하고 만져본 뒤에 고르라고 했다. 주사기형, 만년필형, 샤프, 립스틱형도 있었다. 열면 안에 독침이 있다. 난 주사기 용수철 형이었다. 독침을 비닐에 밀봉해서 화장품 파우치에 넣고 다녔다. 깊이도 안 찌르고, 슬쩍 찌른다. 침 자체가 바늘보다 가늘고, 머리카락보다는 굵고.”
 
여성 용의자 2명 당연히 암살훈련 받았을 것
 
- 독침 훈련은 어떻게 받았나.
 
“내가 맞은 적도 있다. 독침을 놓으면 몇 초 만에 상대가 어떻게 된다는 걸 우리도 알아야 하니까. (독을 맞을 때)해독약도 있으니까 그냥 마음 편히 누웠다. 다른 나라에 잡혀 가서 부대원들이 고문할 때, 정신을 잃을 때 만약 실토할지 여부도 훈련했다. 우리는 양주, 꼬냑50도부터 시작했다. 어린 나이에 술을, 옆에선 레퍼토리를 계속 반복하고. 고문이죠.”
 
- 독침을 맞으면 어떤가.
 
“저는 그냥 스르륵 잤다. 감각이 없었다. 깨어나서도 기억이 없었다. 몸이 이상하고.”
 
-(김정남 피살 직후 사진을 보여주면서)어떻게 보이나.
 
“사진 보니 목부터 귀 사이에 찔린 거라고 생각한다. 스스로 앉아 있잖나. 급소를 찔려서 순간적으로 독이 와서 주저앉은 자세가 된 거죠. 앉은 자세를 보니 음…그러네….”
 
- 용의자로 검거된 북 이정철은 어떤 역할일까.
 
“총알받이다. 핵심 배후 실세들은 이미 현장을 떠나서 평양에 들어갔다고 본다. 현장에서 잡힐 요원들을 정해 놓고 아수라장을 만든 뒤 시간을 버는 거다. 일하는 방식을 봤을 때 내가 속했던 보위부는 아닌 거 같고, 정찰총국인 것 같다.”
 
- 어떻게 기획했을까. 당신이 일원이라 면.
 
“일단 김정남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사람이 365일 따로 있었을 거고. 도청을 했을 것 같다. 도청하지 않고는 어떻게 공항에 간다고 알까. (김정남)수행원 중 조금 포섭이 된 사람, 이중첩자가 있었을 거다. 누구 하나라도 협조 안 됐다면 이렇게까지 세밀하게는 안 됐을 것이다. 저도 황장엽 암살 지령 받은 지 3년이나 걸려서 조금씩 알아 가는 과정에 구속이 된 거다. 그러는 데만 3년이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출처: 중앙일보] “난 황장엽 암살 위해 탐색만 3년…내가 속한 팀도 현지인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