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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햇발] 이명박근혜 정부의 ‘망쳐버린 10년’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3. 3. 03:11

[아침 햇발] 이명박근혜 정부의 ‘망쳐버린 10년’

한겨레 등록 :2017-03-02 18:08수정 :2017-03-02 20:58

 

안재승
논설위원

10년 전인 2007년 한나라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가리켜 ‘잃어버린 10년’이라고 공격해 크게 재미를 봤다. 원래 ‘잃어버린 10년’은 부동산 거품이 꺼지기 시작한 1991년부터 2000년까지 일본 경제가 겪은 극심한 침체 상황을 말한다.

한나라당의 주장은 전체적으로 과장됐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경제 사정에 대한 국민 불만을 담아내면서 대선 캐치프레이즈로 효과를 톡톡히 거뒀다. 또 당시에 “보수는 부패하지만 유능하고, 진보는 깨끗하지만 무능하다”는 주장도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도덕성에 흠이 있지만 경제는 잘 이끌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퍼지면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30만이라는 큰 표 차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2012년 12월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2012년 12월28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청와대에서 만나 대화를 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그로부터 10년이 지난 지금, 한국 경제는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을 거치면서 참담할 정도로 망가져버렸다. 적어도 지난 10년의 경험에 비춰보면, 보수가 부패한다는 얘기는 사실로 확인됐지만 보수가 유능하다는 주장은 거짓말로 드러났다.

이명박 정부는 핵심 경제정책으로 ‘747’을 내놨다. 연평균 7% 경제성장을 통해 10년 안에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를 달성하고 세계 7대 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목표였다. 이명박 정부 5년간의 평균 성장률은 2.9%로, 목표는커녕 노무현 정부의 4.3%에도 한참 못 미쳤다. 노무현 정부 마지막해인 2007년 2만3033달러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이명박 정부 마지막해인 2012년 2만4696달러로 5년 동안 겨우 1663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세계 7대 강국 도약은 허황된 공약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삽질에 22조원의 예산을, 엉터리 자원외교에 57조원의 국부를 날리는 동안 한국 경제는 날개 없는 추락을 했다.

이명박 정부가 ‘747’이라면 박근혜 정부는 ‘474’였다. 박 대통령은 취임 1주년인 2014년 2월25일 “제2의 한강의 기적을 이뤄내 우리 경제를 튼튼한 반석 위에 올리고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며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3년 안에 잠재성장률 4%와 고용률 70%를 달성해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로 가는 초석을 다져놓겠다고 공언했다. 하지만 노무현 정부 때 4%대 후반이었던 잠재성장률은 올해 2%대 후반까지 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고용률은 지난해 66%에 그쳤고, 1인당 국민소득은 여전히 2만달러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2016년 가계 동향’은 최악이었다.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데 소득은 되레 줄어, 서민 가계가 먹는 것부터 입는 것까지 죄다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계층간 소득 격차는 더 벌어졌다. 성장과 분배 가운데 어느 하나도 챙기지 못한 것이다. 대통령이 최순실과의 국정농단에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동안 민생은 파탄 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10년 성적표는 처음부터 예정돼 있었던 것인지 모르겠다. 국가를 이끌어갈 국정 철학과 비전은 제시하지 못한 채 공허한 숫자 놀음에 빠져 세월을 허비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이고 소수의 기득권 유지에 급급하다 보니 국민이 등을 돌렸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2007년 11월 한 강연에서 ‘잃어버린 10년’과 관련해 이런 얘기를 했다. “경제 발전과 남북 평화 분위기 조성 등 우리는 자랑스러운 10년을 만들었다. 잘못하면 이 자랑스러운 10년이 큰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 지금 남북 대발전의 시대로 나아가느냐, 이전의 시대로 돌아가느냐의 갈림길에 있다.” 지난 10년은 불행하게도 그의 걱정이 현실로 나타난 10년이었다.

jsah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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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784893.html?_fr=mt0#csidxcbe586b1c8d83e28440eb1c9b52c4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