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호 목사
facebook. 2017. 3. 30. 목요일
아직도 설렌다.
1.
글씨가 악필까지는 아니었는데
추필(?)이었다.
아내와 연애 시절 편지를 참 많이 썼는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보내는 편지의 글씨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 다시 글씨를 만들기 시작했다. 하루 아침에 글씨가 예뻐질 수는 없었지만 나름 엄청 노력하였다. 한
자 한 자 참 정성껏도 편지를 쓰곤 했었다.
2.
편지라는 시를 써서 아내에게 보냈다.
편지를 쓸 때의 자세와 모습을 그냥 그대로 서술했는데 그게 시가 되었다.
그 편지라는 시가 아내에게 한 프로포즈가 되었다.
이벤트가 되었다.
3.
편지
깨끗히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아
한자 한자 정성껏
편지를 쓴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쓰는 편지
진실이고파
아름답고파
썼다간 지우고
또 썼다간 지우고
마음같이 써진 편지
마무리하다
그만
잘못 써진 글씨 하나
그냥 죽죽
두 줄 그어 지워버리고
계속 쓰면 될 것을
다시
손 씻고와
처음부터 쓰는 편지
당신께 쓰는 편지
4.
이제 넉달 반만 있으면
결혼 40주년이다.
어려울 때도 많았고
위기도 있었다.
그러나 아내에게 보냈던
그 시의
진심이
고비를 넘기게해 40년을 살았다.
제법 잘 살았다.
5.
시카고와
밀워키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8시에 호텔에서 아침먹고
시카고 공항으로 떠나
12시 35분 비행기를 타고
서울로 간다.
아내에게로 간다.
6.
아내에게로 가는 길은....
지금도
아직도
언제나
설렌다.
출처 : 삶과 신앙
글쓴이 : 스티그마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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