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회고록> ‘무관’ 주장 거짓 드러나
5·18재단쪽이 독일 목사한테 받은
‘정보부장서리 언론사기관장 간담회’ 문건에 실려
5·18재단쪽이 독일 목사한테 받은
‘정보부장서리 언론사기관장 간담회’ 문건에 실려
언론사 간부들에 보도협조 채근하며
“누가 어떻게 노는 지 잘 알고 있다…
사태 해결 뒤 계속되면 체포 불사할 것”
전두환씨가 광주항쟁이 진행중인 80년 5월 중앙정보부장 서리 자격으로 언론인들을 만나 5·18민주화운동 무력진압을 시사한 것으로 보이는 문건이 나왔다. 이 문건은 전씨가 최근 <전두환 회고록>을 통해 “광주사태와 나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주장하는 것과 달리 당시 그가 군대 투입 뿐 아니라 정치 일정까지 좌우할 ‘최고권력자’였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5일 <한겨레>가 확보한 ‘전두환 중앙정보부장 서리의 발언’이란 문건을 보면, 전씨가 80년 5월22일 서울 한 호텔에서 열린 ‘언론사기관장간담회’에서 ‘광주사태’, ‘정치일정’, ‘언론문제’ 등에 대해 발언한 내용이 담겨 있다. 보고서 형태로 작성된 이 문건엔 전씨가 ‘광주사태’와 관련해 “군은 시가전 각오한 일대 작전을 준비중이다. 군에는 고도의 훈련받은 병력 많다. 작전할 경우 2시간 내 진압할 자신있다”고 발언한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당시 보안사령관 겸 (박정희 전 대통령 살해사건) 합동수사본부장이었던 전씨는 1979년 12·12쿠데타로 군권을 장악한 뒤 다음해인 1980년 4월 중앙정보부장 서리 자리까지 꿰 차면서 ‘최고권력자’로 부상했다. 전씨는 이 문건에서 안갯 속이던 정치 일정도 언급했다. 이 문건엔 “명백히 다짐한다. 이번 (광주)사태 진정되고 진압된 후 불길이 더 번지지 않겠다고 판단되면 최(규하)내각이 밝힌 정치일정을 절대로 충실히 지키겠다”고 돼 있다.
이 문건에서 전씨가 ‘광주사태’ 보도 협조를 채근하며 언론사를 협박한 정황도 나온다. 전씨는 “최근의 언론 내부 실태 잘 알고 있다. 누가 어떻게 노는 지 알고 있다. 경제권을 경영권자가 행사 못하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이것은 주요 문제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태 해결 후에도 계속된다면 조사된 바에 따라 체포도 불사하겠다. 그러나 그런 일 없도록 내부적으로 노력해달라”고 발언한 것으로 돼 있다. 실제로 신군부는 5·18민주화운동을 진압한 뒤 80년 6월9일 전국에서 언론인들을 체포·연행하고, 7월 말 강제로 일괄사표를 받았으며 8월 초 대규모 언론인 해직 사태를 밀어붙였다.
정수만 5·18기념재단 5·18연구소 비상임연구원은 1998년 독일을 방문해 독일 평화운동가인 파올 슈나이스 목사한테서 이 문건을 입수해 3권 짜리 <5·18성명서>(2011년)에 실었다. 한 5·18 연구자는 “이 문건의 작성자를 확인할 수 없으나, 80년 당시 정보기관이나 수사기관이 내부 보고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슈나이스 목사는 1975~1984년 일본에서 동아시아선교사로 활동했으며, 한국에서 추방당했던 80년 5월엔 독재정권의 실상이 담긴 각종 자료를 모았다. 이런 공로로 그는 2011년 ‘제5회 오월어머니상’을 받았으며, 그가 모은 자료는 국사편찬위원회에 전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