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서관 519호 법정. '국정 농단'의 주범이자 박근혜 정권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61·최서원으로 개명)씨가 1심 선고 결과를 듣기 위해 재판장 앞에 섰다. 법정에는 무거운 적막감이 감돌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 재판장인 김수정(48) 부장판사는 선고에 앞서 최씨를 비롯한 피고인들의 이름을 차례로 부르고 생년월일과 주소를 확인한 뒤 판결 선고에 나섰다.
김 부장판사가 판결 이유와 유·무죄 판단, 양형 배경, 선고 형량을 차례로 말하는 동안 최씨는 내내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최씨 왼쪽에 선 최경희 전 이대 총장과 오른쪽에 선 남궁곤 전 입학처장이 긴장한 모습을 보인 것과 대비를 이뤘다.
최 전 총장은 법정에 들어설 때부터 붉어진 얼굴로 긴장한 듯 눈을 내리뜨고 있었다. 남궁 전 처장은 재판장이 무거운 형을 선고해야 할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반면 최씨는 표정이나 행동에 아무런 동요가 없었다. 법정에 나올 때는 방청석을 향해 잠시 시선을 던지기도 했다.
남편이 부산고법 부장판사인 '부부 법관'이자 두 자녀를 둔 어머니이기도 한 김 부장판사는 이번 사건을 접하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해 질타하기도 했다.
김 부장판사는 "자녀가 체육특기자로 성공하기 위해선 법과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배려받아야 한다는 잘못된 생각과 그릇된 특혜의식이 엿보인다"며 "자녀가 잘되기를 바라는 어머니 마음이라 하기엔 자녀에게 너무나도 많은 불법과 부정을 보여줬고, 급기야 비뚤어진 모정은 결국 자신이 아끼는 자녀마저 공범으로 전락시키고 말았다"고 꾸짖었다.
재판장이 선고를 마치고 '무죄 공시'를 위해 일부 무죄가 난 혐의를 법원 인터넷 사이트 등에 올리고 싶은지 물었지만 최씨는 바라지 않는다는 뜻으로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법정을 빠져나가면서 남궁 전 처장은 방청석 쪽에 시선을 고정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고, 최 전 총장은 다소 붉어진 얼굴에 침울한 표정을 유지했다.
취재진과 방청객이 선고를 지켜보기 위해 몰려들어 34석 규모인 법정은 재판 시작 40분 전에 이미 가득 찼다. 자리를 잡지 못한 방청객들은 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판결을 지켜봤다.
주요 피고인에게 잇달아 실형이 선고되자 지인 또는 가족으로 추정되는 방청객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몇몇 방청객은 선고 직후 흐느끼며 눈물을 훔쳤다. 류철균 교수에게는 징역형이지만 집행을 유예하는 판결이 선고돼 구속에서 풀려나게 되자 한 여성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도 보였다. 한 방청객은 김경숙 전 학장이 실형을 받자 "교수님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