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돈이면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행태”
김 부장판사 1억5천 뇌물 혐의는 증거 부족 이유 무죄
김 부장판사 1억5천 뇌물 혐의는 증거 부족 이유 무죄
‘법조계 전방위 로비’ 의혹을 받는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13일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한 뒤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는 뇌물공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정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연합뉴스
현직 부장판사와 검찰 수사관 등을 상대로 전방위적 청탁을 벌인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은 정운호(52)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가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정씨의 100억원대 회삿돈 횡령 등 혐의는 유죄로 판단하면서도, 김수천(58) 인천지법 부장판사에게 재판 관련 청탁과 함께 금품을 건넨 혐의는 무죄로 봤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김인겸)는 18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의 횡령 및 뇌물공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씨에게 “회사 자금을 개인 돈인 것처럼 함부로 유용했고, 돈이면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있다는 그릇된 행태를 보여 엄정한 처벌이 불가피하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정씨는 2015년 네이처리퍼블릭과 자회사로부터 회삿돈 108억원을 빼돌리고 35억원에 달하는 회사 소유 건물 전세권을 개인 명의로 넘겨받은 혐의(특경가법의 배임)를 받는다. 또 자신이 고소한 사건 관련 청탁과 함께 검찰 수사관 김아무개씨에게 2억2500여만원을 건네고, 김 부장판사에게 자사 제품인 ‘수딩젤’의 가짜 상품 제조자를 엄벌해 달라며 1억5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건넨 혐의(뇌물공여)도 있다. 1심 재판부는 정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정씨의 횡령 및 검찰 수사관에 대한 뇌물공여 등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봤다. 다만 1심과 달리 정씨가 김 부장판사에게 건넨 금품은 뇌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씨가 김 부장판사에게 구체적 사건과 관련해 뇌물을 공여했다고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정씨는 지난 1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혐의를 대부분 부인하던 기존 입장을 뒤집고 횡령 등 일부 혐의를 인정하면서도, 김 부장판사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선 일관되게 부인했다. 그는 “형제 같은 친분 때문에 (김 부장판사에게) 이익을 제공한 것”이라고 주장해온 바 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3부(재판장 조영철)도 지난달 6일 “금품이 전달되던 시기에 김 부장판사가 (정씨가 고발한) 사건을 맡을 것이 분명하지 않고, 다른 사건과 관련된 돈이었다고 봐야 한다”며 김 부장판사의 뇌물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재판부는 또 정씨의 배임 혐의에 대해서는 구체적 액수가 특정되지 않는다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이 아닌 형법의 배임죄를 적용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