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우는 소리에 뛰쳐나간 박씨의 딸과 부인은 최씨가 때렸다고 생각하고 바로 집으로 찾아갔다. 딸과 부인은 반쯤 열린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 최씨에게 항의했다. 박씨의 딸은 식칼을 들고 선 최씨와 실랑이를 벌이다 최씨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혔다.
집으로 내려온 딸은 “위층 사는 할아버지가 칼로 강아지에게 상처를 입힌 것 같다”며 회사에 있던 아버지 박씨에게 전화했다. 박씨는 전화를 받고 1시간여 만에 귀가해 위층으로 올라갔다. 최씨 부인이 현관문을 열자 박씨는 거실로 뛰어 들어가 “왜 애완견에게 상처를 입혔냐”며 최씨에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면서 최씨에게 “너도 맞아봐라. 네 손자도 패줄까”라며 멱살을 잡고 주먹으로 때리는 시늉을 했다.
‘애완견 폭행’으로 시작된 윗집과 아랫집의 갈등은 검찰 수사와 기소로 비화됐다. 아랫집 박씨의 고소로 검찰 수사를 받은 최씨는 남의 애완견을 발로 차 상처를 입힌 혐의(재물손괴)로 지난해 1월 벌금 7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최씨도 지지 않고 박씨 가족을 고소했고, 검찰의 기소로 재판이 시작됐다. 검찰은 박씨에게 주거침입과 폭행 혐의, 박씨 딸에게는 과실치상, 부인에게는 주거침입 혐의를 적용해 지난해 7월 기소했다. 1심 법원은 지난 2월 박씨 가족이 유죄라고 판결했다. 박씨와 딸은 각각 벌금 100만원, 부인은 선고유예를 받았다. 박씨 가족은 선고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며 항소했다. 지난 6월 2심에서는 가족들의 유무죄가 엇갈렸다.
항소심도 박씨에게는 벌금형 유죄를 유지했다. 재판부는 “박씨가 허락 없이 집에 들어와 폭행했다는 피해자 최씨와 최씨 부인의 진술이 구체적”이라고 했다. 다만 1심이 선고한 벌금 100만원은 지나치다면서 벌금 50만원으로 줄였다. 감형 이유에 대해 “애완견 부상에 항의하는 과정이었기에 참작할 사정이 있고, 폭행 정도도 심각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박씨의 부인과 딸에게는 무죄를 선고했다. 최씨에게 전치 2주의 상처를 입힌 혐의로 기소된 박씨 딸에 대해서는 “상처를 입은 과정과 관련해 피해자 최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고 했고, 박씨 부인에 대해서는 “최씨 부부의 동의 없이 거실에 들어갔다 해도 사회상식에 위반되지 않는 정당행위”라고 했다.
박씨 가족과 검찰은 상고했고, 대법원은 지난 9월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애완견을 두고 얼굴을 붉히며 시작된 송사는 2년3개월 만에 윗집과 아랫집에 모두 전과를 만들며 벌금과 벌금으로 끝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