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재 장로(박사)소설 콩트 에세이

풍성한 추석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0. 11. 05:56

풍성한 추석 |성경 말씀 묵상

은혜 | 조회 103 |추천 0 |2017.10.09. 14:10 http://cafe.daum.net/seungjaeoh/J75F/206 

10월의 말씀 산책

2017년의 추석명절은 문재인 대통령이 102일을 임시 공휴일로 공포한 뒤 정식으로 10일간의 연휴를 갖게 되었다. 평소 추석에는 인구의 75%가 고향을 찾아 차례를 드리느라 북적댔는데 금년에는 유래 없는 10일간의 장기 휴가로 해외로 나간 사람도 많아 인천공항에 200만명의 출입국 연인구가 몰린 것은 개항 이래 처음이었다고 한다.

나는 이번 91일 아내가 두 번째 병원에 입원해서 추석을 병원에서 맞게 되었다. 지난번에는 113일에 입원해서 구정(128)을 병원에서 보냈는데 이번에도 중추절을 병원에서 보내게 되었다. 95일 대퇴골 골절부분 수술, 912일 척추의 압박골절 수술로 골 시멘트를 주입해서 겨우 재활 운동을 시작할 때가 되었는데 3번도 제대로 다리 운동을 하지 못하고 장기 휴일이 생겨 집으로 퇴원도 못하고 꼼짝없이 병원에서 명절을 보내야 할 형편이 되었다. 간병인도 명절에는 자기 집 차례를 지내러 가야한다고 그만 두었다. 서둘러 간병인 협회에 전화를 했더니 이 기간은 사람을 찾기가 힘 든다는 것이었다. 특히 추석 전후 3일간은 평소 비용의 50%는 추가로 더 주어야 찾아 볼 수 있단다. 더 난감한 것은 지금 입원 중인 이 수술환자를 위한 병실은 우리처럼 수술을 마치면 다음 입원 환자를 위해 퇴원해야 한다고 했다. 이 병원의 재활 병실에 입원을 신청했지만 재활병실의 환자들은 일반적으로 장기 환자들이 많아 병실이 잘 비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다른 재활병원을 찾아 옮기려면 그쪽 사정도 있지만 환자 상태 때문에 환자를 운송해 가는데 다시 119의 도움을 받든지 아니면 억지로 휠체어에 태워 장애인 협회에 연락해서 그곳의 휠체어 탑승 전용차를 교섭해야 했다. 그런데 다행이도 장기 휴일 덕분인지 아니면 특별한 은혜인지 재활환자가 조기 퇴원을 해서 나는 재활 병실을 어렵지 않게 배정 받게 되었다. 간병은 내 몫이었다. 아들 셋은 미국에 있어 나오지 못하고 국내에는 용인에 딸만 살고 있는데 그 애는 내가 걱정 말라고 했는데도 마음이 편치 않은 모양이었다. 1(주일) 예배를 일찍 드리고 버스로 대전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3일 순천 시댁으로 가는 버스표를 예매해서 아내를 찾아와 이틀 밤 병실을 지키고 갔다. 그녀는 계룡 집을 팔고 용인에 전세로 아파트를 구해 들어오면 좋겠다고 여러 번 말했지만 나는 별장 같은 계룡의 내 집을 떠나기가 싫다.

3일부터는 상·하행 도로가 가장 많이 막히는 추석 전후였다. 평소에도 우리 둘이는 추석을 대단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송편은 떡집에서 사고 과일을 좀 사고 생선전이나 집에서 붙여 추석 분위기를 내곤했었다. 이번에는 병원에서 아내가 좀 쓸쓸해할까 봐 뭘 좀 사가지고 갈까 물었더니 그냥 오라고만 했다. 나는 병원에서 보낼 옷가지만 준비해서 병원을 찾았다. 우리가 옮긴 재활병실은 4인실인데 장기 휴일이라 비어 있는 한 침대는 수속이 안 되어 아무도 들어오지 않았고 나머지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추석 기간 중 외출신청을 해서 집으로 나갔고 다른 한사람은 병원 가까이에 아들 집이 있어 나갔다 들어왔다 하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병원 병실에 환자들이 거의 없어 너무 넓고 한적하였다. 나는 한적한 병원으로 휴양 온 기분이었다. 서로 취향이 달라 TV 프로그램을 마음대로 선택하지 못해 신경을 쓰던 것도 자유롭게, 또 내가 들을 수 있을 만한 음량으로 들을 수도 있어 편했다. 고속도로는 그렇게 붐비고 복잡한데 이곳은 이렇게 한가할 수가 없다. 그래도 홀로 병원 식사를 받고 먹고 있으려니 좀 외로운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내는 입맛이 없어 병원 근처에 잉어빵 장사가 있어 가끔 사 주었는데 이날은 그 장사도 문을 닫았다. 점심을 먹고 얼마 지나자 교회의 여 집사가 전화를 해 왔다. 좀 찾아가도 되느냐는 것이었다. 그녀는 아내보다 한 살 위인 할머니다. 그래도 너무 건강하다. 그녀는 따끈따끈하게 다시 찐 송편에 커다란 나주 배, 홍옥 사과, 거봉 포도, 그리고 몇 가지 전을 푸짐하게 들고 왔다. 흩어져 있는 자·외손들이 10여명 와서 법석대고 갔다는 것이다. “하나님은 너에게 하늘의 이슬을 주시고, 네 땅을 기름지게 하시며 너에게 풍성한 곡식과 포도주를 주시기를 원한다.”고 하셨는데 우리에게 명절을 맞아 친구를 통해 이런 풍성한 음식을 주신 것이다. 그녀는 한참 자녀들 자랑을 하고 돌아갔다.

추석 뒷날이다. 이번에는 한 장로 내외가 장어정식을 사가지고 가겠으니 점심을 먹지 말고 기다리라는 것이다. 추석 다음날이라 음식점이 문을 열었다고 한다. 그 장로의 부친은 내가 존경하는 분이었는데 미국으로 이민을 가셨다. 미국에서 한번 들렸더니 집에서 자고 가라고 강권하셨다. 남의 집에서 자게 되면 몇 시에 일어날지, 또 일어나서 어디서 어떻게 기도를 해야 할지, 신앙생활에 흠 잡히지는 않을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분은 큰 소리로 오 장로, 와서 아침 예배드리자.”라고 하는 것이었다. 한국에 오셨을 때는 집에 들려 이렇게 아파트에 꽃을 잘 기르고 있는 곳은 세계에 없을 거야.”라고 과찬하기도 했었다. 아들 장로가 결혼 할 때는 어머니 권사님이 집 사람과 함께 며느리 혼수 감 준비하러 가자고 같이 다녔다. 그런데 그 아들 장로 내외가 이제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되었다. 그리고 지난 구정에도 집에서 떡국을 끓여 병원을 방문해 주더니 또 이번 추석에도 이렇게 사랑을 나누어주니 너무 감사하다. 이번 추석은 하나님께서 나를 슬로시티(slow city)로 보내 주셔서 하나님의 풍성한 은혜를 우리 하나님의 지체를 통해 체험하게 해 주신 것이다. 나는 예배 전 복음성가로 박수를 치며 분위기를 고조하는 찬양단이나, 바쁘게 안내하는 사람, 식사당번, 주차관리자들의 분주함 속에 보여주는 미소를 보며 주일날도 쉬지 못하고 예배도 제대로 드리지 못하고 동동거리는 그들을 보며 슬로시티를 생각한다. 우리를 위해 죽기까지 하신 예수님은 악을 심어 죄를 거두고, 거짓말의 열매를 먹는우리를 질타하지 않으시고 나를 밟고 지나가라. 나는 너희가 고난을 받지 않고 평안을 얻도록 내가 그 짐을 지기 위해 이곳에 왔다.’라고 용서를 선포하신다. 그 용서의 하나님이 자기를 경배한다고 너무 바쁘게 뛰어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분명 안타까워하시리라 생각한다. 하나님은 마르다가 아니라 마리아의 편을 드셨기 때문이다.

나는 교회의 전통과 율례와 유전을 벗어나지 못하고 바쁘게 사는 젊은 장로내외가 시간을 할애하여 우리 아버지의 자녀들로 사는 모습을 보여 주며 하나님의 전령으로 나에게 이 병실에까지 풍성한 추석을 선물로 전해 준 것을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