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급등 최저임금’ 연착륙 단기처방…혜택 비껴간 사각지대 여전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1. 10. 16:57

‘급등 최저임금’ 연착륙 단기처방…혜택 비껴간 사각지대 여전

등록 :2017-11-09 21:28수정 :2017-11-10 10:14

 

신규 사회보험 사업장에 지원 확대
1년간 ‘한시적’ 지원은 극복 과제
고용보험 미가입 영세업체는 제외 

 소상인연합회 “근본적 대책” 요구
야당 “세금으로 임금 메우는 편법”
예산안 심사 국회서 찬반논쟁 예상


정부가 최저임금 인상분을 지원하기 위해 재정을 직접 투입하는 사상 초유의 정책 실험에 나선 것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핵심 과제인 최저임금 인상 추진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기간이 한시적이고, 지원 요건인 고용보험 가입 사각지대에 있는 사업주들은 혜택을 받기 어렵다는 한계가 여전하다. 또 예산안 심사를 맡는 국회에서 찬반 논쟁이 뜨거울 것으로 보여, 최종안이 확정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

9일 정부가 발표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 대상은 ‘30명 미만 노동자를 고용한 사업주’로 고용보험 가입이 필수조건이다. 고용보험 가입 예외 노동자(외국인 노동자, 초단시간 노동자, 만 65살 이상 노동자, 5인 미만 농림·어업 종사 노동자)를 제외하면 애초 정부가 내세웠던 고용보험 가입 요건은 그대로 유지됐다.

문제는 고용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사업주의 경우 지원금을 신청하면 4대 사회보험료를 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는 점이다. 한 달 노동자 한 명당 16만원 정도 드는 사회보험료에 부담을 느끼는 영세 사업주의 경우, 보험료를 내고 최저임금 인상 지원을 받기보다 고용보험 사각지대에서 최저임금 준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 임서정 고용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은 “현재 13% 정도인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주 비율을 줄이기 쉽지 않겠지만 최소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이런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것은 막기 위해 대책을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월 재정지원 방침이 처음 발표된 직후,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23개 부처와 연구기관이 모여 만든 ‘최저임금 티에프(TF)’가 이번 계획안을 내놓기까지 가장 크게 고심한 부분도 이러한 ‘신청률과 고용보험 가입 의무 사이의 딜레마’였다. 이 때문에 정부는 지원 대상 범주를 두고 논의 과정에서 넉달 가까이 진통을 겪어 왔으며, 지난주에는 애초 5일 시행계획 발표를 잡았다가 돌연 미루기도 했다. 티에프 관계자는 “신청률과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고용보험 가입 원칙을 완화하자는 의견도 일부 나왔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최저임금 지원을 매개로 고용안전망을 강화하자는 쪽으로 가닥이 잡혔다”고 설명했다.

결국 정부는 고용보험 원칙을 지키는 대신, 사회보험 신규 가입 사업장에 대한 지원은 대폭 늘리는 선에서 보완 대책을 마련했다. 10명 미만 사업장이 고용보험·국민연금에 가입하면 사회보험료 분담금을 현행 60%에서 최대 90%까지 올려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 도달을 위해 내년뿐 아니라 해마다 가파른 인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일자리 안정자금의 ‘지원 기한’은 분명치 않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일자리 안정자금은 한시적 대책이라는 것이 원칙이지만 내년 최저임금의 안착 상황을 보며 하반기께 지속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안정자금의 한시성을 극복하기 위해선, 사회보험료 지원 정책을 더 정교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 나온다. 이번 계획안은 사회보험료 지원이 신규 가입 뒤 1~2년 정도에 쏠려 있다. 예를 들면, 두루누리 사업의 경우 신규 가입자 지원은 보험료 90%까지 늘었지만 올해 40%였던 기존 가입자에 대한 지원은 내년에 20%로 줄어든다. 신규 사회보험 가입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처지만 일자리 안정자금과 사회보험료 지원 혜택이 모두 사라지는 시점에 ‘고용절벽’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오상봉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고용보험 가입 원칙을 앞세운 것은 것은 장기적으로 일자리 안정자금 지원을 두루누리 사업과 같은 사회보험료 지원 방식으로 대체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하며 “이를 위해선 현재 일자리 안정자금 사업 대상인 30인 미만 사업장들을 사회보험료 지원 대상에 포함하거나, 기존가입자 지원 기준을 새로 마련하는 등 추가적인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야당의 반발로 국회 심의 과정에서 정책의 핵심 내용이 뒤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예산안 법정 처리 기한인 다음달 2일까지 심의가 진행된다. 이날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정부의 일자리 안정자금 시행계획에 대해 “남미·그리스식 좌파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각을 세웠다. 김 부총리는 이날 “국회 결정에 따라 지원 내용이 변동될 수 있다”며 “변동이 있을 경우 내용을 수정 보완해 알리겠다”고 말했다.

방준호 정은주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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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18375.html#csidx5895f2442926ef29e2d9a7750c59ae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