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에 식당을 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내게 한 말이 있다. 직원들 때문에 고생을 무척 많이 할 것이라는 얘기였다. 나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은 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많은 직원들을 데리고 있어봤고 더 복잡한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맺고 살아왔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내가 직원들에게 잘할 자신이 있었다. 주인이 잘하면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식당업은 그것이 아니었다. 개업을 하고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다. 홀은 홀대로 힘들었고 주방은 주방대로 힘들었다. 작은 식당이라면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300석의 식당이다 보니 문제였다. 손님들은 밀려오는데 모든 것이 내 의도대로 되는 것이 없었다.
경험이 많은 직원들은 자기 고집대로 하려고 했고 경험이 없는 직원들은 바쁘기만 했지 질서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을 좀 한다는 직원은 그만 두겠다는 말을 아무 때나 서슴없이 했다. 요즘 식당 직원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이다보니 그 말이 입에 붙어 있었다.
일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장 내일부터 나오지 않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사람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었다. 하지만 속에서는 천불이 올라와도 사정을 하면서 달래야 했다.
그렇게 겨우 달래서 한 사람을 주저 앉혀놓으면 그 다음날 다른 직원이 똑같은 말을 했다. 그러면 또 달래고 사정을 했다. 그러면 직원은 이번 한 번만 봐준다는 식으로 인심 쓰듯이 넘어가 주었다. 기가 막혔다. 그렇지만 식당 문을 열어야 하기에 참아야 했다.
직원들 사이에 다툼도 많았다. 손님이 많다보니 직원들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짜증이 날 법도 했다. 얼마 전에는 아침에 출근을 한 주방 직원 두 명이 서로 말다툼을 하고선 둘 다 그만 두겠다고 했다.
그들의 싸움까지는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그래놓고 나서 “오늘부터 그만 둘랍니다.”하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 두 사람 다 퇴근을 해버렸습니다. 상대방 얼굴이 보기 싫다며 그만 둔다는 것이었다. 식당이 어찌되든 말든 그것은 뒷전이었다. 기가 막혔다.
하지만 당장 주방 직원이 없으면 식당 문을 열 수가 없없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아내가 그 직원들 집으로 일일이 찾아가서 통사정을 한 뒤에 겨우 데리고 왔다. 아내는 그 뒤에 한 동안 말이 없었다. 그 속이 어땠을까 싶다.
그렇게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까맣게 타버린 날들을 보내면서도 손님 앞에 서면 아무렇지도 않는 듯 웃어야 했다. 손님이 많아서 좋겠다는 말에도 언제나 웃음으로 대답했다. 그런데 그렇게 한 달을 보내고서 결심을 했다.
이것은 절대 아니라고.
사람들은 가끔 내가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그리고 선한 사람인지 독한 사람인지 시험을 하려고 한다.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좋은 사장인지 나쁜 사장인지 자꾸 시험을 하려고 한다. 그래서 최근 들어 대대적인 정비를 했다.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모두 보냈다. 늘 입이 나와 있는 사람도 보내고 서로를 힘들게 하는 사람도 보냈다. 문을 쾅쾅 닫는 직원도 내보냈다. 과감히 보냈다. 주저하지 않고 보냈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선언을 했다. 앞으로는 누구도 붙잡지 않겠다고.
얼마 전에는 직원 한 명이 또 그만 두겠다고 했다. 그래서 두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힘들면 그만 하자고 했다. 그 자리에서 그만두는 날짜까지 못을 박았다. 그 직원은 일순간 당황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다른 직원을 통해서 그것이 아니라고 해명을 해왔다.
그냥 힘들어서 한 말이지 정말로 그만 두려고 한 말은 아니라고 했다. 하지만 그만 하자고 했다. 이만하면 됐다고 했다. 그리고 더 강하게 몰아붙였다. 남을 사람만 남으라는 식이었다. 나중에 더 잘해주겠다는 말도 하지 않았다. 앞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참 희한한 일이 벌어졌다. 그 일 이후에 나간다고 하는 직원이 한 명도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에게 주문을 했다. 앞으로 손님이 오면 5분 이내에 음식이 나오는 시스템을 구축하라고.
그때까지는 음식 주문을 하면 20분도 좋았고 30분도 좋았다. 직원들은 바쁘기만 하고 정신도 없었다. 손님들은 화가 나서 음식을 기다리는데 주방에서는 주문이 많이 밀렸다며 음식을 내놓을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래서 할 수 없이 내가 직접 주방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고기 굽는 기계 앞에 섰다. 그리고 고기를 직접 굽기 시작했다. 그 일을 몇날 며칠 동안 했다. 그리고 직원들을 정신없이 더 몰아붙였다. 독하게 대했다.
그 과정에서 주방 직원 4명이 그만 두었다. 붙잡지 않았다. 더 밀어붙였다. 그러자 30분을 기다리게 했던 음식이 10분 만에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손님이 아무리 밀려도 대부분 5분 이내에 음식이 나온다.
미리 예약을 한 손님은 자리에 앉자마자 음식이 바로 나올 수 있도록 했다. 과거에는 많은 분들이 “음식은 맛이 있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다.”는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은 주문만 하면 곧바로 음식이 나온다.
직원들 분위기도 얼마나 좋아졌는지 모른다. 지금은 서로를 챙기는 분위기다. 이것이 불과 보름 사이에 벌어진 변화다. 지난주부터는 직원들끼리 마니또 게임을 한다고 했다. 마니또는 이태리어로 비밀친구란 뜻이다.
커다란 통에 서로의 이름을 적어놓고 서로 제비뽑기를 하여 한 달 동안 자신이 뽑은 사람의 수호천사가 되어주는 게임이다. 그렇게 한 달 동안 내가 그 사람의 수호천사가 되어 그 사람이 기뻐할 일을 몰래 해주는 게임이다.
그리고 한 달 후에 이름을 밝히고 서로를 안아준다고 했다. 직원들 스스로 그러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는 희망을 보았다. 이제는 안팎으로 많이 차분해졌다. 그리고 서두르지 않기로 했다. 기본에 충실하면서 차근차근 가기로 했다.
처음에 방문하고 최근에 다시 오신 분들은 식당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며 좋아하신다. 이제는 레스토랑 분위기가 난다고 했다. 사람도 마찬가지고 회사도 마찬가지다. 날마다 조금씩 좋아져야 한다. 그래야 발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오늘 생각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맛있고 가장 친절한 식당을 목표로 하기 이전에 대한민국에서 직원들에게 가장 잘해주는 식당을 목표로 하자고. 그리고 지금은 비록 독하게 살지만 대한민국에서 가장 친절한 박완규가 먼저 되자고... 그것이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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