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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가을의 전설.../ 박완규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1. 19. 07:06

가을의 전설...

                        보낸사람

박완규 <pawg3000@naver.com> 보낸날짜 : 17.11.18 16:38                


 

  



 

 

 

 

 

 

가을의 전설...

 

 

 

 




오가는 길가에는 낙엽이 수북이 쌓여있다. 어느새 겨울이 성큼 다가온 느낌. 아침저녁으로 제법 쌀쌀한 바람이 부는 계절. 오늘은 바람이 몹시 분다. 문득 내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돈인가. 명예인가. 사랑인가. 무언가를 성취한 순간인가. 타인에게 인정받는 순간인가. 사랑하는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인가. 재미있는 무언가를 하는 순간인가. 무엇이 나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가.


가을은 이처럼 사색의 계절이다. 그래서 생각할 것도 많다. 지금까지 너무 일에만 파묻혀서 살아온 것은 아닌지 이런 생각도 드는 요즘이다. 삶이 의무는 아니지만 의무감으로 하는 것이나 시켜서 하는 것은 즐겁지도 않고 오래가지도 않는다.


요즘 어린 인턴 직원들을 데리고 일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우리 식당에 들어오는 손님들은 우리 직원들로부터 “사랑합니다! 어서 오세요!”하는 인사를 받는다. 낭랑한 목소리와 씩씩한 목소리다. 어떤 손님은 “나는 사랑 안 해!”하면서 들어오지만 기분 좋은 표정은 역력하다.


일도 공부도, 그 밖의 어떤 것도 뚜렷한 목적의식을 갖고 자신이 주도적이 돼야 지치지 않고 그것을 할 수가 있다. 주도적이지 않으면 뒤로 빠지기 쉽다.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왜, 이 일을 해야 하는가?" 에 대한 이유를 부여해 주지 않으면 일에 대한 의욕도 없는 법이다.


그래서 직원들을 대할 때는 가급적이면 간섭을 하기보다는 재량권을 주려고 노력한다. 그래야 주도적이 된다. 주도적이면 재미가 있다. 그리고 조직의 성공이 나의 성공과 직결된다는 의식을 심어주어야 한다. 그래야 흥이 나는 법이다.


지난달에 고3 취업생 20명을 인턴으로 채용했다.


그 아이들이 참 잘한다. 얼마나 예쁜지 모른다. 하지만 모두가 잘하는 것은 아니다. 두 아이가 팀장들 눈 밖에 났다. 주의를 주어도 고쳐지지 않는다는 얘기가 계속 들려왔다. 팀장들의 거듭된 시정 요구에도 불구하고 행동은 늘 똑같다고 했다.


그래서 두 아이를 불렀다. 그리고 학교로 돌려보내겠다고 통보를 했다. 이유는 충분히 설명해 주었다. 여기는 학교가 아니라고 했다. 아이들은 내 말을 듣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렸다. 여기서 계속 일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안 된다고 했다.


몇 번이나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정이 되지 않았는데 앞으로 너희들이 변한다는 것을 내가 어찌 믿을 수 있겠냐고 했다. 이렇게 서로 헤어져야 할 때 서로 한 번만 아프자고 했다. 그리고 너희에게 맞는 일을 찾아가라고 했다.


그렇게 돌려보냈는데 아이들은 퇴근도 하지 않고 나를 기다렸다. 그리고 한 번만 더 기회를 달라고 했다. 자신들이 꼭 변하겠다고 했다. 나도 쉽게 물러서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래서 그것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얘기하지 말자고 했다. 매몰차게 대했다.


아이들은 또 다시 눈물을 뚝뚝 흘렸다. 정말로 나가고 싶은 마음이 없어보였다. 나도 사실 마음이 짠했다. 아이들에게 이별 통보를 하고 마음이 몹시 아렸기 때문이다. 그 아이들은 우리 식당에 있고 싶은 마음이 너무나 강했다.


그렇게 생각해 주는 아이들의 그 마음이 고맙기도 했다. 그래서 고쳐야 할 행동들을 조목조목 얘기해 주었다. 그리고 일주일을 더 지켜보겠다고 했다. 바뀌지 않으면 더 이상의 배려는 없다고 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났다. 아이들은 어떻게 변했을까?


지금은 얼마나 잘하는지 모른다. 아이들이 변했다. 인사도 잘하고 일도 열심이다. 동료들과 손님들에게도 잘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아이들 얼굴도 얼마나 밝고 쾌활해졌는지 모른다.


그러면서 느꼈다. 기회를 주면 아이들은 변한다는 사실을. ‘요즘 젊은 애들’이라고 우리는 싸잡아서 비난을 한다. 하지만 ‘요즘 젊은 애들’을 직접 데리고 있어보니 ‘요즘 젊은 애들’ 참 괜찮다. 나는 지금 이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 아이들을 정말 성공시켜 주고 싶은 목표가 또 하나 생긴 것이다.




 

 



 

  

  

   


 


사람처럼 자주 바뀌는 존재가 또 있을까 싶다. 좋은 의미로도 바뀌고 안 좋은 의미로도 바뀐다. 화장실 갈 때 다르고 올 때 다르다. 배부를 때 다르고 배고플 때 다르다. 그런 면에서 사람은 짐승과 조금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사람이 짐승과 다른 까닭은 언어로써 서로의 뜻이 통하고 제도로써 공평하게 나눌 줄 알고 사랑과 연민으로써 서로에 대한 존재의 의미를 이해할 줄 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나를 바꾸고 나를 변화시킨 만남이 얼마나 있었는지를 헤아려 본다. 아주 많았다. 손가락으로 꼽아보아도 제법 많았다. 또한 내가 만났던 사람들에게 나는 몇 번이나 그런 만남이 되어 주었는지를 헤아려 본다.


자신이 없다. 누군가에게 조금 도움은 되었을지 몰라도 그들의 삶까지 변화시켰는지는 자신할 수 없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고 싶고, 누군가에게 그런 만남이고 싶은 마음은 너무나 간절하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라는 시가 있다. 그 시에는 ‘내가 너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구절이 있다. 이 시에서 너의 이름을 불렀다는 의미는 곧 ‘너를 인정한다’는 의미로 나는 이해한다.


내가 너를 인정해 주었을 때 비로소 너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내가 누군가를 인정해 주지 않는데 그 사람이 내게 다가와서 꽃이 되는 경우는 없다. 누군가를 인정해 주면 그때야 비로소 그는 나에게 와서 꽃이 되어준다.


그래서 내 삶의 철학은 누군가를 꽃이 되게 하고 싶으면 그를 먼저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를 높여주고 그를 챙겨주고 그를 불편하지 않게 하고 그의 아쉬움을 알고 그를 성공시켜 주고... 그러면 그가 내게 와서 꽃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내 삶의 범위를 더 이상 넓히고 싶은 생각은 없다. 오지랖 넓게 여기저기를 모두 간섭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그저 내 주변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선이라도 베풀면서 살아가고 싶은 심정이다.


그래서 12월 1일부터는 식당 앞에서 붕어빵을 굽기로 했다. 기계도 알아봐 놨다. 반죽하는 방법도 배우기로 했다. 그래서 식당 앞을 지나가는 길손이나 식당에서 나온 사람들에게 따뜻한 붕어빵으로 겨울사랑을 나눠줄 생각이다.


오늘은 가을인 것 같기도 하고 겨울인 것 같기도 하다. 이 계절에 정호승 시인의 ‘기다리는 편지’라는 시의 마지막 구절을 읊조려본다.


오랑캐꽃 잎새마다 밤은 오고
배고픈 사람보다 더 가난한 사람들이
산그늘에 모여 앉아 눈물을 돌로 내려찍는데


가난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함께 가난을 나누면 된다는데
산다는 것은 남몰래 울어보는 것인지


밤이 오는 서울의 산동네마다
피다 만 오랑캐꽃들이 울었습니다.


가난은 죄가 아닌데 죄가 되어버린 세상이다. 산다는 것은 남몰래 울어보는 것이라 했다. 눈물 젖은 빵까지 먹어보라는 얘기는 아닐지라도. 경쟁의 사회에서 가난하다는 것은 죄가 아니다. 오히려 가난은 그 누구도 밟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는 삶이다.


그 가난으로부터 100명만 구제해도 좋은 소리 듣겠다. 1,000명만 구제해도 좋은 소리 듣겠다. 요즘 나의 온 정신은 여기로 향하고 있다. 가난이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로 함께 가난을 나누면 된다고 외치던 피다 만 오랑캐꽃처럼...


대원(大原)
박 완 규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