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구속적부심사로 주요 사건의 핵심 피의자들을 잇달아 풀어주면서 불거진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공방이 여야 정치권으로 번지더니, 적부심을 맡은 판사 개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이런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자, 이를 비판하는 주장까지 법원 내부에서 나왔다. 어지러운 사태 전개가 걱정된다.
김명수 대법원장
법원 판결이나 결정을 두고 담당 판사를 공격하는 것은 재판의 독립을 침해하는 잘못된 일이다. 특히 이번 적부심 담당 판사에 대한 공격은 도를 한참 넘었다. 인터넷에서는 ‘신상털기’와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비방이 난무했다. 여당 의원들까지 근거도 불분명한 비난에 가세해, 사법부 불신을 부추겼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판사 개인을 지목해 ‘조리돌리기’를 하고, 법원 전체에 침을 뱉는 행위야말로 구시대의 유물이다. 지난 정권에서 일부 보수 언론과 정치권은 자신들의 입맛에 맞지 않는 판결을 한 판사의 신상과 얼굴을 공개하며 온갖 인신공격을 퍼부었다. 그런 행동이 후진적이고 반헌법적이라는 사실은 시대가 바뀌었다고 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논란이 된 적부심의 석방 결정을 국민이 쉽게 수긍할 수 있는 건 결코 아니다. 헌법은 불구속 수사 원칙을 명시하고 있고, 구속 피의자의 석방 여부는 법원 고유 권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이례적인 것은 사실이다. 적부심에 영장심사에 대한 항고의 성격이 있다고 해도, 불과 10여일 만에 같은 법원에서 구속 여부에 다른 판단을 한 것을 납득하기란 쉽지 않다. 절차 잘못이나 구속 뒤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볼 만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 잘못된 관행이라면 당연히 바꿔야 하겠지만, 적어도 이번 결정이 지금까지의 실무 관행과 다른 것만은 분명하다.
사정이 이러니 동료 법관이 “적부심에서 이렇게 하는 걸 본 적이 없다”며 “납득하는 동료 법관이 없다”고 말했을 터이다. 하물며 일반 국민의 상식으로는 더욱 이해하기 힘들 것이다.
법원은 이런 비판까지 외면하진 말아야 한다. 법관 개인에 대한 공격은 잘못이지만, 법원의 판결이나 결정에 대한 정당한 비판과 의견 제시까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비난”으로 폄훼해선 안 된다. 사법부가 안팎의 비판과 평가를 금기시하고 스스로 성역화하려 한다면 국민의 신뢰는 영영 기대하기 어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