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원 감세법안 가결에 이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승리’
NYT “행정명령 적법성 고려할 때도 정부 쪽 승리 기회 증가”
연방법원들 세 차례 집행정지했는데도 연방대법이 뒤짚어
NYT “행정명령 적법성 고려할 때도 정부 쪽 승리 기회 증가”
연방법원들 세 차례 집행정지했는데도 연방대법이 뒤짚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지난 10월18일 워싱턴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워싱턴/AP 연합뉴스
미국 연방대법원이 북한과 이슬람권 등 8개 국가 국민의 입국을 제한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행정명령’의 효력을 전면 인정했다. 이번 결정은 취임 1돌을 한달 앞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승리로 평가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상원이 지난 2일 법인세를 35%에서 20%로 인하하는 내용의 감세 법안을 가결한 것에 이어 연타석 홈런을 친 셈이다.
<에이피>(AP) 통신은 4일 연방대법원이 반이민 행정명령을 부분적으로 저지한 하급심 결정을 취소해달라는 행정부의 손을 들어줬다고 보도했다. 대법관 9명 중 진보 성향인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와 소니아 소토마요르만 반대 의견을 냈다. 연방대법원은 또 항소법원에 반이민 행정명령에 대한 본안 심리를 신속히 진행하라고 요구했다. 제프 세션스 법무장관은 “미국인들의 안전과 안보를 위한 실질적 승리”라며 “헌법은 대통령에게 국내외 모든 위협으로부터 나라를 지킬 힘과 책임을 줬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수차례 우여곡절을 겪었다. 지난 1월27일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서명한 안은 이라크·이란·시리아·리비아·예멘·소말리아·수단 등 이슬람권 7개국 출신들 및 난민의 입국을 90일간 전면 금지했다. 이에 워싱턴주 등이 위헌 심사 및 집행정지를 신청하자, 하급 연방법원들은 “특정 국적과 종교를 차별하는 것은 헌법의 평등 보호 조항 침해”라며 행정명령에 제동을 걸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3월에 기존 비자 보유자와 영주권자는 제외하고 비자 신규 신청자만을 입국 금지 대상으로 삼은 개정안을 발표했다. 하와이주 등은 “지난 명령과 다를 게 없다”며 다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 이에 연방대법원은 입국 희망자가 미국의 개인이나 단체와 ‘진실한 관계’(bona fide relationship)가 있음을 신빙성 있게 진술하면 예외로 한다는 내용의 타협적 결정을 내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9월에는 수단을 제외하고 북한·차드·베네수엘라를 포함시킨 새로운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하지만 메릴랜드주와 하와이주가 이 또한 “이슬람교 금지령과 유사하다”며 소송을 내 하급 연방법원에서 일부 집행정지를 받아냈다. 백악관은 지난달 20일 “종교적 반감이 아닌 국가 안보와 외교적 목적”이라며 연방대법원에 하급심 결정을 뒤집어달라고 요구했다.
결국 올해 내내 엎치락뒤치락한 이 사안은 트럼프 행정부의 승리로 귀결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는 “(본안소송에서도) 행정부가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미국시민자유연합(ACLU)의 오마르 자드왓 이민자권리 프로젝트담당 국장은 “대통령의 반이슬람 편견은 비밀이 아니다”라며 “그는 지난주 트위터로 이를 확인시켰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영국 극우정당 ‘영국 우선’의 부대표가 트위터에 올린 반이슬람 영상을 리트위트했다가 국제적으로 강한 반발을 부른 바 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