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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촌에 퍼지는 책의 온기 / 한겨레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14.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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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촌에 퍼지는 책의 온기

성동구 금호동 동네책방

등록 : 2017-12-14 14:23 
 

지난 8월 ‘프루스트의 서재’ 박성민 대표(윗줄 맨 왼쪽)가 성동구립금호도서관에서 열린 ‘길 위의 인문학’ 참가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성동문화재단 제공


성동구 금호동 무수막길 아파트 속에 자리잡은 동네책방(독립서점) ‘프루스트의 서재’에는 금호동에서 나고 자란 박성민 대표의 개인적 취향과 색깔이 묻어 있다. 대형서점 직원이던 박 대표는 판매율을 기준으로 책을 진열하는 회사원이 아니라, 자신의 주체적 판단으로 사람들과 책을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 2015년 초 동네책방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어린 시절 금호동은 빈민촌이었지만 지금보다는 따뜻하고 푸근했다”며 “이제 아파트 속에 묻힌 금호동의 푸근함을 주민들에게 전하고 싶다”는 박 대표는 독립출판물을 주로 다루고, 독립출판물 작가들과 꾸준히 소통한다. “아파트 밀집 지역으로 자리잡은 금호동이라는 동네에 주민들이 경험하지 못한 공간들이 곳곳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의 특성상 삭막할 수 있겠지만, 저 나름의 문화 활동을 제공해 따뜻한 동네로 만들고 싶어요.”


독립출판물 작가들이 많이 사는 금호동에 동네책방이 잇따라 생기고 있다. 프루스트의 서재 단골이었던 황숙자 대표가 지난해 11월 금호동 3가에 문을 연 ‘서실리 책방’은 프루스트의 서재와 또 다른 색깔이다. 헌책을 주로 다루며 새 책도 함께 판다. 프루스트의 서재와 서실리 책방은 매달 영화 상영을 비롯한 다양한 행사를 기획해 지역주민과 만나고 있다. 오는 18일에는 동네책방 ‘카모메 북스’도 신금호역 인근에 문을 열 예정이다. 박 대표는 “금호동은 독립출판물 작가들이 모여 있어 동네책방들이 서점과 작업실로 운영되기에 충분히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프루스트의 서재도 작가들의 작업실을 겸해 운영하고 있다. 여러 색깔을 가진 동네책방이 많이 생겨 금호동이 ‘동네책방 거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동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성동구립금호도서관에서는 금호동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 두 차례 열린 ‘동네책방 탐방’ 프로그램은 지역주민의 사랑을 많이 받았다. 서실리 책방을 방문해 책방을 열게 된 과정부터 운영하는 이야기를 황 대표에게서 들을 수 있었다. 새로운 문화 공간으로 주목받는 동네책방 주인들의 생각과 책방이 내뿜는 다양한 매력을 느껴보는 시간이었다. 지난 6~10월 열린 ‘길 위의 인문학’은 참가자들이 글을 쓰고 실제 책을 출판하는 과정이었다. 습기 가득한 바람이 아침저녁으로 불던 지난 8월 프루스트의 서재에서는 밤늦게까지 독립출판물을 펴내는 과정과 방법으로 이야기꽃이 폈다. 저마다 독립작가를 꿈꾸는 참가자들은 박 대표를 비롯한 여러 독립작가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지역 도서관과 동네책방이 상생하는 길을 제시한 사례로 모두에게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성동구립금호도서관 임선희 사서는 “도서관이 기점이 돼 지역주민이 동네책방과 함께 상생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금호동은 아파트가 밀집한 환경 속에서도 그들 나름의 방식으로 ‘동네 문화’를 키워나갈 것이다. 아파트라는 주거 공간 형태의 삭막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그 안에서도 따뜻함을 갖기 위해 노력하는 동네책방 대표들, 도서관, 지역주민이 있다면 말이다.

오유경 성동문화재단 주무관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