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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드러낼수록 더 강해질 수 있다면 / 브레네 브라운 지음 [정여울의 내마음속 도서관]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15. 17:37

약점을 드러낼수록 더 강해질 수 있다면

한겨레 등록 :2017-12-14 19:36수정 :2017-12-14 20:07

 

[정여울의 내마음속 도서관]

마음가면
브레네 브라운 지음, 안진이 옮김/더퀘스트 (2016)


낯선 장소에서 강연을 시작할 때면 필연적으로 긴장감이 감돈다. 처음 보는 청중 앞에서 내 생각을 펼쳐놓는다는 것은 매번 진땀나는 일이다. 청중도 긴장한다. 과연 기대한 것만큼 좋은 강의를 펼쳐줄까하는 의심 반, 그래도 좋은 강연을 해주지 않을까하는 설렘 반. 어떻게 하면 서로의 이 긴장감을 풀어낼 수 있을까 고민하던 나는 망가지기 전법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차라리 내 약점을 보여주기전법을 쓰기 시작했다. 강한 모습을 보여줄 자신이 없기에, 약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자백하는 정직함이 사람들을 편안하게 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었다. 내가 옛날에 얼마나 무지했는지, 중요한 순간에 어떤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는지, 내 지긋지긋한 콤플렉스는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기 시작하자, 과연 얼마나 잘하는지 보자라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던 분들도 어느새 수더분한 하회탈처럼 활짝 미소 짓기 시작했다.

약점을 드러낼수록 더 강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 확실하다면, 우리는 타인 앞에서 얼마든지 자신의 약점을 드러낼 수 있지 않을까. 브레네 브라운의 연구는 우리가 약점을 툭 털어놓을수록 우리 자신의 콤플렉스로부터 진정으로 자유로울 수 있음을 수많은 실제사례를 통해 보여준다. 우리가 강해지기 위해, 아니 강해보이기 위해 자신을 숨기면 숨길수록, 우리는 진정한 자신의 마음으로부터 더 멀어진다. 저자는 수천 명의 상담 사례를 통해 행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밝혀낸다. 그것은 바로 자신의 취약점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출신콤플렉스, 외모콤플렉스, 학벌콤플렉스 등 인간을 괴롭히는 수많은 결점들이 하나도 없는 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콤플렉스조차도 온전히 내 것임을 받아들이는 사람들, 즉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들이 행복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것이다. 저자는 취약성을 드러내는 순간 우리는 오히려 강인해질 수 있으며, 저자 자신 또한 장점 때문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게 숨기고 있었던 약점 때문에 오히려 더 주변 사람들에게 진심어린 사랑을 받을 수 있었음을 고백한다.

사람들은 자신의 취약점이 드러났을 때의 공포감을 이렇게 표현한다. 두려우면서도 신나고, 무서우면서도 희망찹니다.”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을 향해 한 걸음 내딛는 기분이에요.” “나의 전부를 거는 것이요.” “어색하고 두렵지만 내가 사람답게 산다는 느낌.” “총소리를 분명히 들었는데 내가 다쳤는지 안 다쳤는지 아직 확인하지 않았을 때랄까요?” “모두들 옷을 잘 차려입었는데 나 홀로 벌거벗고 있는 느낌.나는 이 느낌들을 있는 그대로 끌어안기로 했다. 나는 내가 그저 나인 채로 사랑받을 수 있는 길이 있다는 믿음을 실험하는 중이다. 더 멋진 나로 보이기 위해 가장하지 않고, 그저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정직하게 보여줄 때마다, 사람들은 나에게 한발짝 더 가까이 다가온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나를 때로는 가엾게, 때로는 어여삐 여기며 오늘도 콤플렉스 덩어리인 나를 다독이며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간다. 나는 결점투성이다. 내 인생은 콤플렉스의 박물관이다. 하지만 내 최고의 장점은 내 결핍으로부터, 내 단점으로부터 결코 도망치지 않는 것이다.

정여울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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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823594.html?_fr=sr1#csidxd4bda82b63267a0b17fafe8363f09a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