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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질] 공공기관들 ‘사내하청’ 실태 파악도 못해…등잔밑 차별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20. 11:57

공공기관들 ‘사내하청’ 실태 파악도 못해…등잔밑 차별

등록 :2017-12-19 10:30수정 :2017-12-19 10:47

 

[한겨레-직장갑질119 공동기획] 멈춰, 직장갑질-①공공기관

정규직 전환 대상 ‘상시지속 업무’
외주화로 비정규직 내몰아
고용부 6월 공공부문 실태조사
일부기관 ‘용역’ 입력 누락 드러나
고용부조차 용역직원 수치 빼먹어


국무조정실이 정보시스템 관리업체 직원들에게 의무에 없는 일을 시키면서도 휴가는 제대로 보내주지 않는 ‘갑질’은 근본적으로 정부청사 안에서 이뤄지는 상시지속적 업무임에도 이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몬 ‘외주화’에서 비롯한다. 대부분의 행정부처가 관련 업무를 국무조정실처럼 사내하청 형식으로 운용하는데도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는 ‘등잔 밑 어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근무하는 정보시스템 관리업체 ㅇ사 직원은 모두 7명이다. 6명은 정부세종청사로, 나머지 1명은 정부서울청사로 출퇴근한다. 이들은 업무 중 계속 정부전산망이나 인터넷망, 피시에 문제가 생긴 국무조정실 직원들이 부르면 달려가 일을 처리한다. 같은 정부청사에서 일하더라도 별도 업무지시 없이 고유 업무를 처리하는 환경미화 등 다른 용역직원들에 비해 원청이라 할 수 있는 공무원들에 의한 직접 업무지시가 일상적으로 이뤄지는 것이다.1년마다 용역계약을 갱신하는 국무조정실 정보시스템 관리는 2015년까지는 ㄷ업체가 하다 지난해부터 ㅇ업체로 바뀌었는데, 일부 직원은 업체 소속만 바뀐 채 계속 같은 자리에서 근무하고 있다. 사실상 총리실 소속 직원처럼 일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9월 국무조정실 쪽 ㅇ업체를 그만둔 나갑철(가명)씨는 “입사 때 면접을 위해 ㅇ업체 이사를 딱 한번 만났을 뿐 사장 얼굴을 본 적도 입사 뒤 업체 사무실을 가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 <한겨레>가 18일 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쪽을 통해 받은 정부 부처의 정보시스템 유지·보수·관리 용역계약서를 보면, 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옛 미래창조과학부)도 올해 초 ㅅ·ㄷ·ㅇ업체와 1년짜리 계약을 맺고 이처럼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 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장갑질 119 제공
지난 7일 저녁 서울 마포구의 한 커피숍에 직장 ‘갑질’ 피해자 20여명이 모였다. 이들은 종이 봉투로 만든 가면을 쓰고 각자의 경험과 노하우를 공유했다. 직장갑질 119 제공
 

정부세종청사에서 근무하는 한 사회분야 행정부 공무원은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이번에 장관 바뀔 때 장관 관사의 피시 및 망 설치 작업을 기존 업체 직원을 불러서 하는 걸 보고 ‘이런 것도 업체 사람들 몫인지 의아하게 생각했다’”며 “전산 담당 부서 공무원이 이쪽 관련 업무를 잘 몰라 무슨 일만 생기면 무조건 정보시스템 업체 직원만 부른다”고 말했다. 이는 다른 행정부처에서도 비슷한 갑질이 벌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노조활동에 관한 대책을 업체 쪽에 요구한 국무조정실처럼 부당노동행위가 벌어지지 말란 법도 없다.

하지만 2020년까지 공공부문 비정규직 노동자 20만명 정규직화 계획을 발표한 주무부처 고용노동부는 이들 노동자의 실태조차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노동부가 49개 전체 중앙행정기관을 대상으로 6월 말까지 벌인 ‘공공부문 비정규직 특별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용역 노동자가 한명도 없다고 답한 곳은 대통령 비서실, 기획재정부, 중소벤처기업부, 여성가족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새만금개발청, 금융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 8곳에 이르렀다. 해당 기관이 관련 정보 입력을 누락한 탓이다. 국가인권위에는 업체 직원 5명이 정보시스템을 관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노동부조차 자체 정보시스템 관리 인력 수치는 입력하지 않았다.

심지어 지난해 연말 발표한 ‘2016 공공부문 비정규직 인원 현황’ 땐 전체 7538명에 불과하던 중앙행정기관의 용역 노동자 수가 여섯달 만인 지난 6월 1만5893명으로 무려 두 배 이상 불어난 점을 고려하면 정부 발표 자료는 거의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권구형 고용부 공공기관노사관계과장은 “정부 안에서도 용역과 민간위탁, 도급, 위임 등의 개념 정리가 엄밀하게 안 돼 있어서 생긴 일이다. 공공기관 정규직화가 올해 국정과제에 포함되고 관계기관에 실태를 누락하지 말라고 강조하면서 수치가 크게 늘었다”며 “용역 등 개념 정리를 위해 연구용역 과제를 발주해 해결에 나섰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각 행정부처가 이번에 문제가 된 국무조정실처럼 통상적인 전산망이나 인터넷, 피시 관리 노동자의 경우는 정규직화에 나서는 게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특정한 목적을 위해 전문 아이티(IT)업체에 맡겨 망을 개설한 경우엔 해당 업체가 계속 유지·관리·보수를 할 수밖에 없지만 나머지는 그러지 않다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부가 소프트웨어 라이선스를 갖고 있는 전문업체와 단순 유지·보수 업무 업체를 구분해야 한다. 월급 500만~600원을 받고 정부에 와서 용역으로 일하는 대기업 노동자는 민간 전문성이나 효율성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보더라도, 단순 유지·보수 업무의 경우엔 예전 기능시설직과 같은 형태로 정부가 직접고용 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직장내 괴롭힘·직장갑질이란?

회장 기사폭행·성심병원 등

신체적·정신적 모든 괴롭힘

최근 직장인들이 직장 안에서 겪는 피해 경험은 괴롭힘, 갑질, 차별, 성희롱, 스토킹 등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가운데 상대적인 개념의 차별이나 성별 중심으로 나타나는 성희롱에 비해 ‘직장 내 괴롭힘’과 ‘직장 갑질’이 보다 넓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 사회에선 1997년 구제금융 이후 비정규직이 전면적으로 확산되고 각종 가학적 노무관리가 횡행하는 등 노동권이 대폭 위축되면서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괴롭힘 문제가 본격적으로 제기됐다. 2000년대 들어 간호사에게 출산·육아휴직을 제대로 못 쓰게 하는 등의 괴롭힘 문제가 제기됐고, 2010년대 들어선 케이티(KT) 등이 경영의 수단으로 가학적 노무관리를 한 사례 등이 문제가 됐다. 근래 들어선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등 대기업 오너의 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갑질 문제 등이 불거졌다. 최근엔 성심병원에서 간호사들에게 야한 옷을 입히고 걸그룹 춤을 추게 해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연구용역 과제로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를 벌인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직장 내 괴롭힘이 직장인의 존엄성을 강조하는 말이라면 갑질은 권력관계와 계약관계에 관한 말이라고 이해된다”며 “성희롱이나 차별 등의 뜻까지 포함한 ‘직장 내 괴롭힘’이 좀더 포괄적인 단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가인권위 연구용역에선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직장 내에서 노동자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침해하여 노동자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규정했다.

전종휘 기자 symbi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labor/824101.html#csidx1e7b7400e3537e8839c226789dcadb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