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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보훈처를 ‘선거운동 기구’로 전락시킨 박승춘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20. 12:26

[한겨레 사설] 보훈처를 선거운동 기구로 전락시킨 박승춘

등록 :2017-12-19 18:41수정 :2017-12-19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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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보훈처가 19일 박승춘 전 처장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겉으로 드러난 혐의는 직무유기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국가기관을 동원한 불법적 정치관여에 가깝다. 국민통합에 기여해야 할 보훈기관을 선거운동에 동원하고 국민 분열과 갈등을 부추기는 데 앞세운 행태는 용납하기 어렵다.

국회에서 답변하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국회에서 답변하는 박승춘 전 국가보훈처장. <한겨레> 자료사진
  

보훈처는 박승춘 처장이 재임 시절 안보교육을 통해 대선에 개입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박 전 처장은 총선과 대선을 앞둔 2011년 보훈교육용 디브이디(DVD) 1000세트를 제작해 전국의 보훈단체 등에 배포했다. 야당(현 여당) 정치인에게 종북 딱지를 붙이고 반독재·반유신 투쟁, 햇볕정책까지 종북으로 매도했다. 이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 선거 개입지적이 나오자 박 전 처장은 익명의 기부자에게 제작 비용을 협찬받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최근 국정원개혁위원회 조사 결과, 국정원 심리전단의 지원을 받아 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위증도 문제지만 국가보훈 기구를 국정원의 불법 선거운동 지원기구로 전락시켰으니 어찌 이렇게까지 할 수 있나 싶다.

박 전 처장은 재임 기간 함께하는 나라사랑재단과 나라사랑공제회등이 비위를 저질렀으나 이를 방조하거나 감독·시정하지 않아 직무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고엽제전우회·상이군경회 수익사업 비리 등을 눈감아줬다는 의혹도 있다. 보훈처의 내부 감사엔 한계가 있다.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보훈처를 추락시킨 박 전 처장의 책임을 엄정하게 물어야 할 것이다.

박 전 처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63개월이나 국가보훈처장으로 재직하면서 극히 편향적인 행보로 숱한 논란을 불렀다. 야당이 3차례나 해임결의안을 낼 정도였지만 오만하고 방자한 태도를 버리지 않았다. 이런 인물에게 국가와 애국의 가치를 계승하는 책임을 맡긴 이전 정권의 역사적 책임 또한 결코 가볍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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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4226.html?_fr=mt0#csidx37a919282efa732bdd8174e810827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