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공공기관 채용 비리 수사, ‘몸통’ 안 찾나 못 찾나

[한겨레 사설] 공공기관 채용 비리 수사, ‘몸통’ 안 찾나 못 찾나

등록 :2017-12-21 17:48수정 :2017-12-21 19:10

 

일자리를 구하는 젊은이들에게 좌절과 분노를 안겨준 공공기관 채용 비리에 대한 단죄가 계속되고 있지만 여전히 미흡하다. 대검 반부패부가 7월부터 벌여온 공공기관 채용 비리 중간수사 결과 모두 30명을 재판에 넘겼다고 밝혔으나 비리의 ‘몸통’은 보이지 않는다.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7명의 현역 의원은 아직 한명도 소환되지 않았다. 특히 집중 비난을 받아온 강원랜드 채용 비리와 관련해, 비서관 등이 포함된 권성동 자유한국당 의원에 대해서도 소환 계획조차 없다니 검찰의 수사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한겨레>가 9월 초부터 강원랜드를 시작으로 공공기관 채용 비리를 잇따라 심층보도한 뒤 문재인 대통령 지시로 이뤄진 공공기관 채용 과정 전수조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감사받은 55개 기관을 제외한 275개 공공기관을 조사한 결과 전체의 94%인 259곳에서 비리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마디로 이름만 ‘공채’였지 로비와 청탁이 판치는 ‘아사리판’이었음은 대검 중간수사 발표를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강원랜드 사례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2013년 합격자 518명 가운데 청탁이 있었던 사람이 493명이나 됐다고 한다. 권성동 의원의 경우 2012~13년 강원랜드 공채 때 응시자 11명의 청탁에 연루됐고, 그의 비서관 출신 2명은 강원랜드와 관계사에 각각 특혜채용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아무개 전 비서관은 지원자격에 미달했는데도 최흥집 당시 사장이 “강원랜드 관련 법률 연장 등에 도움을 줬다”는 등의 이유로 채용을 지시했다고 한다. 비서관 힘으로 법률을 연장시킬 수 있다는 것도 처음 듣는 얘기지만 의원과 무관하게 채용했다는 설명은 더더욱 납득하기 힘들다. 권 의원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공수처법) 등 검찰 이해관계가 걸린 법안이 계류 중인 국회 법사위 위원장이란 점에서 검찰이 적극 수사를 꺼리는 건 아닌지 매우 의심스럽다. 혹시라도 검찰이 조직의 이해관계나 정치적 계산에 따라 수사의 완급을 조절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공공기관장들과의 워크숍에서 내년 1월말까지 채용 비리 근절 종합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대책 발표만으로 비리가 근절되지는 않는다. 이미 드러난 비리부터 철저하게 단죄해야 채용에 대한 공공기관의 문화와 의식이 바뀐다. 검찰은 깃털만 처벌하지 말고 몸통을 찾아 단죄할 책임이 있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4585.html?_fr=mt0#csidx92c5013a1b14305851169c81145afc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