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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인도에서 보낸 편지 / 김득중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26. 03:49

[시론] 인도에서 보낸 편지 / 김득중

한겨레 등록 :2017-12-25 17:43수정 :2017-12-25 20:25

 

김득중
민주노총 금속노조 쌍용자동차 지부장



한국에서 인도 뭄바이로 날아온 지 25일째를 맞고 있습니다. 연일 추위가 맹위를 떨치는 한국과 달리 이곳 뭄바이는 계절상 겨울이지만 따뜻합니다. 9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노조지부장으로서 초침 소리가 환청으로 들릴 정도로 시간의 흐름이 야속합니다.

2011년 쌍용차가 마힌드라 그룹으로 인수된 뒤 쌍용차는 점차 성장하고 있습니다. 2013년 465명의 무급휴직자들이 지각 복직을 했고 2016년 2월과 2017년 4월에 37명의 해고자들이 복직했습니다. 하지만 숫자가 터무니없이 작습니다. 이 작은 숫자는 결국 남은 이들의 어려움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해고자도 해고자지만 사측의 정리해고를 막겠다며 핏덩이를 안고 함께 싸웠던 가족들의 고통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습니다.

지난 5월 해고자 부인이 자살했습니다. 안타까운 사실을 알리고 복직 속도를 높이라고 요구하려고 했지만 그러지 못했습니다. 남겨진 해고자의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입니다. 버티는 것조차 어려워할 정도로 조합원들과 가족의 상태는 위태롭습니다. 해고 이후 건강 조사를 몇 차례 진행한 바 있습니다. 지난 11월 남아 있는 해고자 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건강실태 조사 결과는 모두를 당혹하게 했습니다. 조사 대상 중 우울증과 불안장애가 82.9%, 항우울제와 수면제 복용이 34%, 복직이 미뤄지면서 건강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결과 또한 79.2%로 나타났습니다.

고려대 김승섭 교수는 2년 전 조사 결과에 비해 “항우울제와 수면제 복용 비율이 높아진 것이 눈에 띄며, 건강 상태가 위태로워 보인다”고 했습니다. 이것이 더 이상 국내에서만 싸울 수 없다는 결심을 한 계기였습니다. 2017년 상반기까지 해고자 전원 복직을 위해 노력하기로 약속했음에도 국내 경영진은 어떤 메시지나 노력도 없었습니다. 마힌드라 그룹 아난드 마힌드라 회장과 직접 담판밖에는 방안이 없었습니다.

저는 쌍용차지부에서 마힌드라 회장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눠본 유일한 사람입니다. 2014년 겨울 김정욱·이창근 조합원이 공장 안 굴뚝에 올랐고, 2015년 1월13일 티볼리 출시를 계기로 방한한 마힌드라 회장을 만났습니다. 그는 명함을 건네며 어려운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했고, 티볼리가 성공하면 해고자를 복직시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번 인도 원정길에 제가 나선 가장 큰 이유입니다. 문화와 언어가 다르다지만 다시 만나 슬기로운 해법을 반드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마힌드라 회장이 갖고 있는 철학과 경영 마인드에선 충분히 접점을 찾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입니다. 그래서 쌍용차 이사회 고엔카 의장과 12월26일 대화하기로 약속을 잡아둔 상태입니다. 이곳 인도노총의 도움으로 성사된 자리에서 충분한 대화가 오갈 것을 기대합니다. 또한 마힌드라 회장과 더 유익한 대화로 진전되길 바랍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지 7개월이 넘었지만 70%가 넘는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습니다. 문 대통령은 취임 직후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했고, 일자리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쌍용차 해고자 복직 문제에도 청와대는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에서 쌍용차 파업과 대한문 분향소가 폭력적으로 짓밟혔던 우리들 입장에서는 상전벽해 같은 기분마저 듭니다. 이런 상황에서 쌍용차 사측이 응답할 차례입니다. 해고자 복직. 이것이 지금 쌍용차가 국민에게 보여야 할 첫번째 일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인도노총 관계자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습니다. 국내외에서 함께 손발 맞춰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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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825003.html?_fr=mt5#csidxbacbcd7a687f470aa49b8cf746b81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