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사설] 국회에서 잠자는 소방안전법안 서둘러 처리하라

[한겨레 사설] 국회에서 잠자는 소방안전법안 서둘러 처리하라

등록 :2017-12-25 18:47수정 :2017-12-25 20:25

 

제천 노블휘트니스스파 화재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된 충북 제천시 숭의로 제천체육관에서 25일 조문객들이 영정 앞에서 오열하고 있다. 제천/이정우 선임기자 woo@hani.co.kr

6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피해가 커진 원인 중 하나로 불법 주차가 지목된다. 화재 발생 당시 소방관들은 신고를 받고 7분 뒤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건물 주변의 폭 6m 진입로 양쪽에 있던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핵심 구조장비인 사다리차는 30분 이상 현장 접근을 못한 채 ‘골든 타임’을 놓쳤다. 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평소에도 불법 주차가 극심했다고 한다. 대형 참사가 벌어지자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비단 이번만이 아니다. 2015년 1월 의정부 아파트 화재와 지난해 9월 서울 쌍문동 아파트 화재 등 불법 주차 차량 때문에 피해가 커진 사례가 부지기수다. 촌각을 다투는 화재 현장에서 ‘소방로’는 말 그대로 ‘생명로’이다. 소방차 진입을 막는 불법 주차 차량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흉기와 다르지 않다. 선진국에서 불법 주차를 엄격히 단속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우리도 불법 주차 차량이 화재 진압이나 긴급 구조를 어렵게 만드는 것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소방로 확보를 위한 법안들이 국회에서 잠을 자고 있다. 해양수산부 장관인 김영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소방차의 통행을 방해해 대형 참사를 부를 수 있는 장소를 ‘주정차 특별 금지구역’으로 지정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2배 이상 물리는 도로교통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아직까지 심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또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일정 규모 이상 공동주택에 ‘소방차 전용 주차구역’ 설치를 의무화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주차를 할 경우 2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1년이 넘도록 계류 중이다. 소병훈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구조 작업 도중 차량 파손 등 피해가 발생하더라도 손해배상 대상에서 소방관은 제외하는 소방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이 역시 논의가 내년으로 미뤄졌다.

이렇게 정작 해야 할 일은 손 놓은 채 정치권은 이번 참사마저 정쟁의 도구로 이용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25일 화재 현장을 방문해 “이 정부가 정치보복과 정권을 잡았다는 축제에 바빠 소방 점검을 전혀 안 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화재 원인을 정부 탓으로 돌리는 홍 대표의 발언은 부적절하다”고 응수했다. 여야는 유족과 피해자들의 비통한 심정을 조금이라도 공감한다면 자중해야 한다. 지금은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 마련에 힘을 쏟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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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5018.html?_fr=mt0#csidxde75ab50009f1d7a673ff8e9638c5c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