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뇌물 89억 인정해 징역 5년 선고
박상진·최지성·장충기에게 징역 10년 구형
박상진·최지성·장충기에게 징역 10년 구형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박영수 특별검사가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쪽에 433억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1심에서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 심리로 27일 열린 이 부회장의 결심공판에서 박 특검은 “정치권력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배해온 재벌의 특권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통용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1심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최지성(66)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63) 전 미전실 차장에겐 각각 징역 10년을, 박상진(64)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사장에겐 징역 10년을(1심 징역 3년·집행유예 5년), 황성수(55) 전 삼성전자 전무에겐 징역 7년(1심 징역 2년6개월·집유 4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심과 같은 구형량이다.
박 특검은 “이 사건은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 할 것”이라며 “대통령과의 부정한 거래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켜 얻게 된 이재용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과 경제적 이익은 다름 아닌 뇌물의 대가”라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수사 단계에서부터 항소심 공판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은 계속 진실을 외면해왔다”며 “특검으로서는 피고인들이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겸허하게 진실 발견에 협조하길 기대하였으나 현실을 그렇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난 8월 1심 재판부는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 3차례 단독면담을 통해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해 부정한 청탁을 건넸다고 판단하고, ‘비선실세’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의 승마지원비 73억원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 명목으로 건너간 16억원을 뇌물로 인정했다. 다만 미르·케이스포츠재단 지원금 204억원과 정씨 지원비로 약속한 213억원은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 특검팀은 항소심에서 재단 지원금(제3자뇌물죄)에 단순뇌물죄를, 정씨 승마지원비(뇌물 공여)엔 제3자뇌물 혐의를 추가하고 2014년 9월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박 전 대통령과 단독면담을 추가하는 내용으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다음은 특검의 구형 논고 전문이다.
박영수 특별검사입니다.
우선, 그동안 사건을 공정하게 심리해 주신 재판장님과 배석판사님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작년 이맘때 수사를 시작하여 1년이 조금 지난 오늘 항소심 구형을 하게 되었습니다.
특검은 1·2심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3,400여개에 이르는 증거와 수만 페이지 분량의 증거기록을 법정에 현출시키는 등 공소유지에 혼신의 노력을 다해 왔습니다.
또한, 국정농단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기를 바라는 국민적 여망에 따라, 편향된 시각을 갖지 않으려고 스스로 경계하면서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자세를 지키려고 노력하였습니다.
특검 수사기간 중에 청와대 압수수색이 거부되고 관계자 조사가 제한되는 등의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엄격한 증거재판주의에 입각하여 증거의 취사선택이나 증거의 분석에 있어 정확성을 기하려고 최선을 다하였습니다.
한편으로는, 총수 부재를 이유로 한 ‘삼성위기론’이나 특검 수사에 대한 근거 없는 비판으로 재판에 영향을 끼치려는 여러 가지 시도에도 대처해야 했습니다.
특검은 이 사건 수사를 통해 시장경제와 민주주의의 근간을 바로 잡고, 대한민국의 정치·경제·사회 전반에 걸쳐 정의를 바로 세우겠다는 신념과 사명감으로 이 사건 수사와 재판에 임하였습니다.
오늘 이 법정은 재벌의 위법한 경영권 승계에 경종을 울리고 재벌 총수와 정치권력 간의 검은 거래를 ‘뇌물죄’로 단죄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이 사건은 단적으로 삼성이 경영권 승계를 대가로 대통령과 그 측근에게 뇌물을 준 사건으로 정경유착 사건의 전형이라 할 것입니다.
이 사건 수사 단계부터 항소심 공판에 이르기까지 피고인들은 계속해서 진실을 외면해 왔습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을 비롯한 피고인 이재용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승계작업 현안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부인했습니다.
심지어, 피고인 이재용은 삼성그룹 총수로서 삼성그룹 계열사 인사 및 주요 경영 업무에 관여한 바도 없다고 강변하였습니다.
항소심에서 새로 밝혀진 2014. 9. 12. 피고인 이재용과 대통령의 단독면담 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2016. 1. 12. 피고인 이재용이 대통령의 감사 인사를 전달받은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최서원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기로 한데 대한 감사 인사라는 사실은 부인하고 있습니다.
특검으로서는 피고인들이 재판 절차를 존중하고 객관적인 증거 앞에서 겸허하게 진실 발견에 협조하길 기대하였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또한, 피고인들은 이 사건 뇌물공여 범행을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주장합니다.
대기업이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의 양과 질은 그 나라 자본주의의 성숙도를 가늠하는 척도입니다.
피고인들이 최서원을 위해 고가의 말을 사주고 거액의 자금을 공여한 행위, 최서원의 사익 추구를 위해 만든 사단과 재단에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불법 지원한 행위를 ‘사회공헌활동’이라 주장하는 것은 진정한 ‘사회공헌활동’에 대한 모독입니다.
그들은 다른 사회공헌활동에서 행하는 후원이나 지원 여부에 대한 검토나 검증 등 내부적 절차도 무시한 채, 이 사건 금원을 지원하는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들이 최서원에게 고가의 말을 사주던 그 해 삼성은 한 시민단체에 모질게 후원금을 중단했습니다.
이 사건 뇌물이 ‘사회공헌활동’이라고 주장하는 피고인들을 볼 때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피고인들의 인식 수준을 알 수 있습니다.
피고인들은 삼성그룹의 앞날을 걱정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피고인들이 정작 걱정하는 것은 삼성그룹이 아니라, 피고인 이재용 개인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 손실과 그로 인한 경제적 손해입니다.
대통령과의 부정한 거래를 통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켜 얻게 된 피고인 이재용의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과 경제적 이익은 다름 아닌 뇌물의 대가입니다.
피고인들의 이 사건 범죄는 국내 최대의 초일류 기업 삼성에 지울 수 없는 오점이 될 것입니다.
이제 삼성은 피고인 이재용 개인의 기업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자 국민의 기업입니다. 국민들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삼성의 성공을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피고인들이 진정으로 삼성그룹과 주주들, 그리고 국가와 국민들을 생각한다면, 먼저 이 사건 범행을 깊이 반성하고 국민 앞에 엄숙히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건 재판에 많은 국민들의 이목이 집중되어 있습니다.
국민들은 정치권력과 함께 대한민국을 지배해 왔던 재벌의 특권이 더 이상 이 나라에서 통용되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 사건 재판이 건강한 시장경제의 정착과 진정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한 첫 발걸음이 될 것을 기대하면서, 피고인들에 대한 최종 구형을 말씀드리겠습니다.
피고인들이 제공한 뇌물의 액수, 뇌물의 대가로 취득한 이익, 횡령 피해자인 삼성그룹 계열사들에 끼친 피해 규모, 횡령액 중 상당 금액이 아직 변제되지 않은 점, 국외로 도피시킨 재산의 액수, 피고인들이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범행을 부인하고 반성하지 않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음과 같이 구형합니다.
피고인 이재용 징역 12년, 피고인 박상진 징역 10년, 피고인 최지성 징역 10년, 피고인 장충기 징역 10년, 피고인 황성수 징역 7년 및 피고인들에게 재산국외도피 금액 상당인 78억9430만원의 추징을 각각 선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