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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국민 속이고 역사 앞에 죄지은 ‘위안부 합의’

성령충만땅에천국 2017. 12. 28. 15:13

[한겨레 사설] 국민 속이고 역사 앞에 죄지은 위안부 합의

등록 :2017-12-27 18:59수정 :2017-12-27 19:12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의 얼굴에 비가 내린 모습. 그래픽 김승미
지난 2015년 12월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이 청와대를 방문해 박근혜 대통령과 악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주한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소녀상의 얼굴에 비가 내린 모습. 그래픽 김승미


지난 201512월 한국과 일본 정부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당시, 이면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외교부 ·일 위안부 피해자 문제 합의 검토 태스크포스27일 내놓은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 정부는 위안부피해자 관련 단체 설득 주한 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문제 관련 노력 3위안부기림비 설치 미지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공식 명칭으로 사용 등의 내용을 비공개로 일본 쪽과 합의했다. 논란이 된 합의 문구 중 하나인 불가역적 해결표현도 애초 한국 정부가 되돌릴 수 없는 사죄가 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표현이었으나, 일본은 이를 뒤집어 적반하장 격으로 다시 재론하지 말라는 의미로 성격을 바꿔버렸다.

일본은 도대체 누구에게, 무슨 사과를 했나?

이런 합의를 해놓고도, 입만 열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살아계실 때, 일본의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떠벌렸다. 일본의 어떤 사과를 누가, 어떻게 받았나. 위안부합의 직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상이 박근혜 대통령에게 아베 신조 총리의 사과 뜻을 대신 전한 게 전부다. 박 전 대통령이 위안부피해자인가. 당시 정부는 아베 총리의 서면 사과 주한 일본대사의 위안부피해자 직접 사과 일본의 법적 책임 인정 및 위안부피해자들이 납득할 만한 수준과 형식의 피해자 지원 등을 일본에 요구한다고 했다. 아무것도 이뤄진 게 없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아베 총리는 의회에서 사죄 편지를 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털끝만큼도 없다고 말했다. 또 일본 정부는 부산 위안부소녀상에 항의해 주한 일본대사를 소환했다.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가. 게다가 정부는 이면합의는 전혀 없다며 금세 탄로 날 거짓말을 밥 먹듯 했다.

문제가 이리된 데에는 박 전 대통령이 취임 초부터, 위안부문제와 한-일 간의 모든 문제를 연동시키며 위안부 문제 해결 없이는 한-일 관계 개선 없다는 식으로 몰아붙여, 3년 반 동안 정상회담도 않는 등 자충수를 둔 탓이 크다. 그러다 한-일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압박과 국내 여론이 맞물리자, 갑자기 입장을 바꿔 연내 타결을 압박한 게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도, 역사의식도, 외교 감각도, 최소한의 정무적 판단력도 마비된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 무엇보다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원칙과 기조 확립하되, 방식은 지혜롭게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을 비롯한 당시 관련자 상당수가 다른 사안으로 현재 감옥에 있다. 이들을 비난하고 책임을 묻는 것과 별도로, 이제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숙제가 오롯이 남았다. 일본 정부 입장에선 정부 간 외교 합의를, 정부가 바뀌었다고 비공개로 한 것을 공개할 수 있느냐는 항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사안을 돌아보면, 애초 그 비공개사안이 과연 비공개로 할 사안인지 근본적 의구심이 든다. 국가 간 협상에서 국민의 안보와 생명과 관련된 긴밀한 사안을 비공개로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소녀상, 기림비에 대한 정부 대응, 위안부명칭 언급 등을 과연 양국 정부가 비공개로 할 사안인지,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인지 되묻고 싶다. 애초 비공개로 할 수 없는 사안들을 박근혜 정부와 아베 정부가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이를 숨기자고 서로 짬짜미를 한 것이다. 그럼에도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은 이날 일본 정부는 한국 정부의 합의 변경 요구가 있어도 결코 수용할 수 없다한국 정부가 (위안부) 합의를 변경하려 한다면 한·일 관계가 관리 불가능하게 된다고 윽박질렀다.

문재인 정부는 위안부합의에 대해 재협상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를 바꾸려면 변경해야 하는 사유를 유권자들에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다만, 외교란 상대방이 있다. 원칙과 기조를 내부적으로 정립하되, 그 방식에선 최대한 지혜로워야 한다. 정부는 과거 위안부문제와 한-일 관계 전부를 연계해 스스로 올무에 묶인 박근혜 정부의 전철을 밟지 말고, 역사 문제에 대한 협의와 동시에 한-일 관계 개선에도 노력하는, 어찌 보면 모순적이지만 정상적인 행보를 걸어나가야 할 것이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25308.html?_fr=mt0#csidx202d8905c518af8b7f0f2d75c57e55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