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중장부, 자산 부풀리기…금감원, 분식회계 의혹 KT&G 감리

[단독] 이중장부, 자산 부풀리기…금감원, 분식회계 의혹 KT&G 감리

한겨레 등록 :2017-12-29 07:19수정 :2017-12-29 09:18

 

2011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부채비율 낮추기 위해 분식회계 의혹
정재호 의원 “국민연금까지 들어갔는데, 철저 조사”
2000억원 투입했는데 부실 경영도 논란
실적 위해 ‘일감 몰아주기’ 의혹도
케이티앤지 “담배산업 특성상 시간 걸려, 올해부터 성과”

금융감독원이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분식회계 등의 의혹을 받고 있는 케이티앤지(KT&G)를 상대로 감리를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8일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케이티앤지의 말을 종합하면, 금감원은 지난달부터 분식회계 등 케이티앤지 회계 전반에 대한 심사 감리를 진행 중이다. 분식회계 의혹은 케이티앤지가 인수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트리삭티에서 불거졌다. 케이티앤지는 국민연금과 함께 총 1534억원을 투자해 2011년 트리삭티 경영권을 인수했다. 지난 2월 480억원을 더 투자해 나머지 지분(33%)까지 확보했다.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인수에 총 2000억원가량이 들어간 셈이다.

트리삭티의 분식회계 의혹은 두 가지로 요약된다. 케이티앤지가 트리삭티를 인수한 뒤 세금 납부용과 대출용 등으로 따로 만들어진 이중장부를 발견했는데도 이를 유지했다는 것이다. 또 트리삭티가 지난해 12월 자회사인 센토사와 푸린도에 자산(담뱃잎 등)을 현물출자해 부채비율을 낮췄는데, 출자 자산이 실제보다 부풀려졌다는 것이다. 센토사와 푸린도는 인수 때부터 계속 적자다.

이에 대해 케이티앤지는 “아직 의혹 수준”이라며 뚜렷한 입장을 내놓고 있지 않다. 케이티앤지 관계자는 “금감원 관계자들이 현재 감리를 진행 중”이라며 “내부적으로도 올 2월 인도네시아 법인의 잔여 지분을 인수한 뒤 조직융합관리(PMI) 일환으로 내부감사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재호 의원은 “사업장이 해외에 있어 감시가 어렵다는 것을 악용한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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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2013년 인도네시아에 세운 담배회사 만디리의 실적 개선을 위해 케이티앤지가 일감을 몰아줬다는 의혹도 있다. 만디리는 2013년 9억5900만원, 2014년 5300만원, 2015년 2800만원 등 3년 연속 적자를 냈다. 그러다 지난해 순이익 32억원으로 돌아섰다. 만디리가 영업을 잘한 게 아니라 케이티앤지가 ‘알짜 영업권’인 베트남 수출 물량 중 40%가량을 만디리에 넘겨준 데 힘입은 것이다.

케이티앤지는 인도네시아 투자 이후 부실 경영 논란에 시달렸다. 금감원 자료를 보면, 트리삭티(연결기준)는 2012년 124억원에서 2013년엔 164억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2014∼2015년에도 33억원, 34억원 적자를 내다 지난해에야 7억원의 흑자를 냈다. 매출도 인수 초기부터 곤두박질쳤다. 매출액도 2012년 514억원에서 지난해 382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이러한 분식회계와 일감몰아주기 의혹의 배경에는 백복인 케이티앤지 사장이 있다는 주장이 업계 안팎에서 나온다. 백 사장이 연임을 추진하면서 2000억원이 투자된 인도네시아 담배회사 실적을 끌어올리려고 이런 일을 했다는 것이다. 백 사장은 2015년 10월 취임해 내년 초에 임기가 끝난다.

이에 대해 케이티앤지 관계자는 “트리삭티를 인수하고 세금이 60% 이상 올라 어려움이 컸다. 브랜드 개발 등 담배사업 특성상 자리를 잡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데, 올해 들어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며 “센토사와 푸린도 경영 상황이 좋지 않은 것은 맞지만, 트리삭티 전체로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만디리로 물량을 넘긴 것은 해외 현지 생산거점을 구축하기 위해서”라며 “인도네시아 사업과 사장의 연임을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825539.html?_fr=dable#csidx5d5abf4f4790f46a567d61d2587f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