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자기 의견 표출 꺼렸던 검찰 내부망, 지지 댓글 이어져
ㆍ남성 검사·수사관·공익법무관 등 직원들도 공감 표명
ㆍ“동료에게 그 짓 하는데, 소시민에겐 어땠을지” 비판도
검찰 고위간부 성추행을 폭로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에게 검찰 동료 직원들의 지지와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권위주의적이고 폐쇄적인 조직문화로 인해 내부고발자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이곤 했던 과거 검찰의 모습에 비춰보면 크게 다른 분위기다.
서 검사가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나는 소망합니다’라는 글에는 30일 오후 3시까지 70개가량의 댓글이 달렸다. 검찰 내부 통신망은 실명으로만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달 수 있다. 자기 의견을 드러내기 꺼리는 검찰 조직에서 이례적인 경우라고 한다. 댓글에서는 여성 검사뿐 아니라 선후배 남성 검사들과 수사관, 실무관, 공익법무관 등 검찰 직원들도 공감을 나타냈다. 부산지역 검찰청의 한 남성 검사는 “동료 검사로서 서 검사님의 용기 있는 행동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별도의 답글을 달기도 했다.
ㄱ검사는 서 검사 글에 대한 댓글에서 “댓글 하나를 다는 일조차 많은 고민을 하게 되는데 지금의 글을 쓰시기까지 많은 고민과 어려움에 계셨을 선배님을 생각하니 너무 가슴이 아프다”며 “용기 내주셔서 감사하다”고 썼다. “한번도 이런 글에 생각을 적어보지 못한 후배”라고 자신을 소개한 ㄴ검사는 “선배님이 더 이상 혼자 힘들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며 “저도 검찰을 위한 뜻을 담아 응원한다”고 했다.
서 검사의 글을 읽고 딸과 아내를 생각했다는 남성 검사들과 직원들의 댓글도 있다. ㄷ씨는 “딸을 키우는 아빠로서 제 딸이 커서 직장생활을 하다가 성추행 등을 당했다고 생각하면… 생각하기도 싫어진다”며 “가해자는 성폭력 피해자가 본인의 가족이라면 어떠했을까라는 생각을 가졌으면 한다”고 적었다.
검찰 조직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도 있었다. ㄹ씨는 “정의로운 검찰이라고 그렇게 떠들어대는 조직에서 수도 없이 행해지는 성추행, 성희롱… 같은 동료 검사에게 그런 짓을 해대시는 분들이, 과연 누구의 죄를 묻고 수사를 한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검사가 아닌 가난하고 힘없는 소시민들에게, 그리고 피의자들에게 얼마나 동물 같은 취급을 했을지는 보지 않아도 뻔한 것 같다”고 썼다. ㅁ씨도 “앞으로는 일부 이런 몰지각한 사람들은 조직에서 단호히 퇴출을 해야 하고 그에 상응하는 형사처벌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검찰 내에 만연한 성범죄를 이번 기회에 척결해야 한다는 글도 많았다. ㅂ씨는 “이 일을 계기로 검찰청 내 성폭력이 말끔하게 해소되진 않겠지만 그동안 가슴속에 담아두었던 많은 분들이 더 이상 쉬쉬하지 않고 함께 일어서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ㅅ씨도 “검사님의 용기있는 행동이 검찰개혁의 초석이 될 것으로 굳게 믿는다”고 썼다.
서울지역의 한 검사는 “검찰 내부 문제를 폭로한 글에 이번처럼 많은 격려 댓글이 달린 적은 없었다”며 “서 검사의 용기를 통해 검찰이 개선될 수 있다는 희망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