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訴訟]=자유 평등 정의

안태근 성추행 사건 ‘왜 들쑤시냐’ 호통친 인물은 최교일 의원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1. 31. 04:38

안태근 성추행 사건 ‘왜 들쑤시냐’ 호통친 인물은 최교일 의원

등록 :2018-01-30 11:49수정 :2018-01-30 14:26

 

임은정 검사 “최교일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 불러 호통”
최교일 의원 “사건 내용을 알지도 못했다” 해명과 정면 배치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오른쪽).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사진 오른쪽).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나서서 사건을 무마하려고 했던 점이 30일 재차 확인됐다. 최 의원이 이날 오전 “사건 내용을 알지도 못했고 무마하거나 덮은 사실도 전혀 없다”고 해명한 것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증언이 거듭 나온 셈이다.

임은정 검사는 “‘최교일 법무부 검찰국장(현 자유한국당 의원)이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앞장서 덮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는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주장이 맞다”고 30일 <한겨레>에 밝혔다. 임 검사는 2010년 10월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 발생 당시 법무부 법무심의관실에 근무하면서 법무부 감찰 쪽의 의뢰로 피해자인 서지현 검사를 만나 감찰 협조를 설득했고, 최교일 의원은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2009년 8월~2011년 8월)에 재임 중이었다.

사건의 전말을 다시 정리하자면 이렇다. 29일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서지현 검사는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에서 “2010년 12월 법무부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임은정 검사가 당시 검찰국장인 최교일에게 불려가서 ‘당사자가 문제삼지 않겠다는데 니가 왜 들쑤시고 다니냐’고 질책을 당했다고 한다”고 밝혔다. 당시 서 검사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하던 임은정 검사 역시 이같은 주장을 뒷받침했다. 임 검사는 “서 검사가 (검찰내부통신망에) 올린 내용이 맞다. 당시 (나를) 불러 호통친 사람은 최교일 전 검찰국장”이라고 밝혔다.

임 검사는 29일 저녁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시 벌어졌던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그는 “(최교일 전 국장이) 저의 어깨를 갑자기 두들기며 ‘내가 자네를 이렇게 하면 그게 추행인가? 격려지?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셔!’ 그리 호통을 치셨다”고 전했다. 또 “제게 탐문을 부탁한 감찰 쪽 선배에게 바로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다. 결국 감찰이 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임 검사는 이어 “검찰의 자정능력이 부족하여, 견디다 못한 한 검사님이 어렵게 용기를 내었다. 조직 내 성폭력 문제, 감찰제도와 인사제도의 문제가 다 담겨 있는 사례”라며 “모 검사님(서지현 검사)이 그간 흘린 눈물이, 어렵게 낸 용기가 검찰을 바로 세우는데 큰 자양분이 되리라고 믿는다”고 글을 마무리 지었다.

앞서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안태근 성추행 사건 무마’ 의혹이 일자 최교일 의원은 30일 오전 설명자료를 내고 “이 사건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하였고 이번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는 검찰국장으로 재임한 시기에 “서지현 검사가 2011년 2월 서울북부지검에서 여주지청으로 이동”했다면서 “여주지청은 검사들이 비교적 선호하는 지청”이라고 불이익 논란을 반박했다. 게다가 “서지현 검사와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는 것이다. 또 “서지현 검사도 당시에는 이의제기를 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문제가 불거지지 않은 사건을 어떻게 무마했다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관련 기사 : 성추행 인사불이익 논란 최교일 “전혀 몰랐다…왜 나를 끌어들이나”)

최 의원은 29일 열린 자유한국당 연찬회에서도 기자들을 만나 “전혀 보고받은 기억이 없다”면서 “(성추행 현장엔 당사자가) 장관과 같이 갔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어떻게 (사건을) 덮느냐”고 항변하기도 했다. 또 “그게 검찰국장이 할 사안도 아니다. 왜 아무런 관계도 없는 나를 끌어들여 실명을 드러나게 하느냐”고 불만을 드러냈다. 하지만 서지현 검사와 임은정 검사의 증언을 교차로 확인해보면, 최교일 의원의 이같은 해명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임 검사는 지난해 7월 24일 검찰 내부 게시판에 ‘감찰 제도 개선 건의’ 글을 올리면서 안태근 전 검사의 서지현 검사 성추행 사건을 최초로 고발했다. 이 글은 당시 임 검사가 상가에서 발생한 안태근 전 검사의 성추행 사건을 전해들은 뒤, 이후 감찰 진행 과정에서 발생한 문제점을 고발한 글이다.

“어느 검사의 상가에서 술에 만취한 법무부 간부가 모 검사에게 부적절한 행동을 하였습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의 황당한 추태를 지켜본 눈들이 많았던 탓에 법무부 감찰 쪽에서 저에게 연락이 왔었어요. 가해자와 문제된 행동은 확인했지만, 피해자가 누구인지 모르겠으니 좀 확인해 줄 수 있느냐고...

제가 검찰 내부 소문에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마당발이라 웬만한 소문들은 금방 저에게 몰려오거든요. 당연히 저는 피해자를 곧 특정하여 피해자에게 감찰 협조를 설득했습니다.

가해 상대가 상대이다보니 두려움으로 주저하는 게 느껴져 한참을 설득했는데도, 그 검사님은 피해 진술을 한사코 거부하더군요.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 후 이야기를 더 하기로 하고 이야기가 잠시 중단되었는데, 그날 오후 모 검사장에게 호출되었습니다. 피해자가 가만히 있는데 왜 들쑤시느냐며.. 그 추태를 단순 격려라고 주장하며 저에게 화를 내더라구요. 피해자가 주저하고, 수뇌부의 사건 무마 의지가 강경하자, 결국 감찰 쪽에서 더 이상 감찰을 진행하지 않았습니다.

황당하게도, 그 가해 간부는 승진을 거듭하며 요직을 다녔는데, 검사장으로 승진한 가해자로 인해 그 피해 검사가 오히려 인사 불이익을 입었다는 소식을 뒤늦게 전해 들었습니다”

-2017.7.24 임은정 검사가 검사게시판에 올린 ‘감찰 제도 개선 건의’ 글

임 검사는 지난해 9월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도 “일례로 몇 년 전 한 고위급 검사가 여검사를 성추행했지만 그는 승승장구했다. 피해 여검사만 좌천되고 말았다”며 해당 사건을 언급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임은정 “괴물 잡겠다고 검사 됐는데 우리가 괴물이더라”) 임 검사는 “그간 대검 감찰은 사실상 ‘강약약강’으로 돌아갔다. 힘 있는 검사의 경우 부정행위를 발견했다 하더라도 문서화하지 못한다”며 “뒷날 그가 높은 자리에 올라 자신에 대한 감찰 평가를 확인하는 날, 해당 조사를 한 검사는 보복당하기 쉽다”고 감찰 시스템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서지현 검사는 29일 검찰 내부 통신망에 ‘나는 소망합니다’란 글을 올려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법무부 장관을 수행하고 온 당시 법무부 간부 안태근 검사로부터 강제추행을 당했다”고 밝혔다. 서 검사는 “소속청 간부들을 통해 사과를 받기로 하는 선에서 정리됐지만, 그 후 어떤 사과나 연락도 받지 못했다”며 오히려 해당 사건 이후 “갑작스러운 사무 감사를 받으며, 그간 처리했던 다수 사건에 대해 지적을 받고, 그 이유로 검찰총장의 경고를 받고, 통상적이지 않은 인사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 검사는 ‘미투 해시태그’(#MeToo)를 덧붙이며 “10년 전 한 흑인 여성의 작은 외침이었던 미투 운동이 세상에 큰 경종이 되는 것을 보면서, (검찰) 내부 개혁을 이룰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이라도 됐으면 하는 소망, 간절함으로 이렇게 힘겹게 글을 쓴다”고도 했다. (▶관련 기사: 현직 검사의 ‘#미투’…“법무부 간부에 성추행당했다”)

서 검사는 이날 저녁 JTBC ‘뉴스룸’에 출연해 “검찰 내에서 성추행이나 성희롱뿐 아니라 성폭행을 당한 사례도 있지만 비밀리에 덮였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서 검사는 이어 “피해자가 입을 다물고 있어서는 절대 스스로 개혁은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을 알았다”라며 “범죄 피해자나 성폭력 피해자는 절대 그 피해를 입은 본인의 잘못이 아니다. 그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829997.html#csidxdfe4d6b7526b866adacf1ee938c7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