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현직 검사 8년 전 사건 폭로 ‘미투’ 파문 확산
ㆍ대검 감찰본부, 조사 착수…법무부도 “서 검사 인사 문제 살필 것”
ㆍ문 대통령, 장차관 워크숍서 “직장 성희롱 없도록 혁신과제에 추가”
문무일 검찰총장이 30일 검찰 고위간부의 여성 검사 성추행 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조사와 응분의 조치를 약속했다. 대검찰청 감찰본부는 성추행 피해와 인사 불이익을 주장한 창원지검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에게 연락을 취하며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전날 “성추행은 경위 파악이 어렵고 인사 불이익은 없었다”고 했던 법무부도 이날 대검에 철저한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한국 여성들의 나아지지 않는 현실이 다시 한번 확인된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비판했다.
문 총장은 이날 오전 출근길에 이번 사건과 관련된 기자들의 질문에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우선 진상조사를 철저히 할 예정이다. 그 결과에 따라 상응하는 응분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직장 내에서 양성이 평등하고 안전하게 근무할 수 있는 조치를 강구하겠다”며 “한편으로 피해 여성 검사가 트라우마를 극복하고 직장 내에서 평안하게 근무하는 환경을 조성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서 검사는 전날 검찰 내부통신망에 올린 글과 방송 출연에서 2010년 10월30일 한 장례식장에서 당시 법무부 정책기획단장이었던 안태근 전 검사장으로부터 추행을 당했지만,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이었던 최교일 자유한국당 의원이 이를 덮었고, 몇년 후 인사 불이익까지 당했다고 폭로했다.
대검 감찰본부의 진상조사는 서 검사에게 추행 피해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출발해 검찰 간부들이 추행에 대한 감찰을 덮었다는 의혹으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안 전 검사장은 당시 추행 의혹이 암암리에 알려졌음에도 불구하고, 징계도 받지 않고 검사장으로 승진해 핵심 보직인 법무부 검찰국장에까지 올랐고 지난해 퇴직한 상태다.
따라서 성추행 사건 당시 법무부 감찰담당관실이나 서 검사의 2015년 인사를 담당한 안태근 전 검찰국장 휘하 검사들이 1차 조사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건 당시 법무부에서 감찰을 담당했던 현 대검 감찰본부 ㄱ검사에 대한 사실 확인도 불가피해 보인다. 검찰 안팎에서는 내부 감찰이 아니라 특임검사에게 맡겨 수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법무부는 이날 “대검에 서 검사가 제기한 문제 전반에 대해 철저한 진상을 조사해 엄정히 처리하도록 지시했다”며 “서 검사의 인사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철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장차관 워크숍에서 이번 사태에 대해 “아직 사실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가장 그렇지 않을 것 같은 검찰 내에도 성희롱이 만연하고 2차 피해가 두려워 참고 견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이런 성희롱, 성추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확실하게 문화를 만들어주시기 바란다. 특히 피해자가 두려움 없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풍토가 만들어지는게 중요하다”며 “이를 혁신과제 중 하나로 추가해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