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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사설] 아시아나의 #미투, 거대한 침묵이 깨지고 있다

성령충만땅에천국 2018. 2. 4. 06:21

[한겨레 사설] 아시아나의 #미투, 거대한 침묵이 깨지고 있다

등록 :2018-02-02 17:29수정 :2018-02-02 19:25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지난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열린 검사 성폭력사건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한 참가자가 성폭력 고발 운동인 미투(Me Too) 캠페인의 상징인 하얀 장미 한 송이를 들고 있다. 백소아 기자 thanks@hani.co.kr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의 증언을 계기로 곳곳에서 ‘거대한’ 침묵이 깨지고 있다. 이효경 경기도의원, 이재정 국회의원 등이 ‘미투 고발’에 동참하고 나선 데 이어, 2일에는 민간기업인 금호아시아나 여성 승무원들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그동안 직장 내 성폭력·성추행 등을 알리며 싸워온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반짝 관심에 그치거나, 피해자에 대한 낙인찍기가 반복되며 묻히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의 ‘미투 확산’은 이런 구조에 대한 근본적 전환을 우리 사회에 촉구하고 있다.

사실 서지현 검사의 사례는 일터에서의 성차별적 구조가 ‘직종’을 가리지 않고 공고한 현실을 드러냈다. 전문직들도 상황이 이러한데, 하물며 직원의 생살여탈권을 쥐고 있고 갑을관계가 명확한 일반 기업에선 어떠하겠는가. 금호아시아나 직원들의 블라인드앱 등에 나온 증언을 보다 보면, 이게 ‘21세기 대기업’인가 하는 한탄과 함께 기이한 느낌마저 든다.

박삼구 회장은 거의 매달 한 번 정기적으로 아시아나항공 본사를 방문해 둘러서서 손뼉을 치는 여성 승무원들을 껴안거나 손을 주무른다고 한다. 관리자들은 ‘회장이 양팔을 벌리면 달려가 안겨야 한다’고 교육하고, 70대인 박 회장이 ‘내가 기 받으러 왔다’는 말을 스스럼없이 한다는 증언도 나왔다. 더 기가 막힌 건 “회장님이 직원들을 아끼는 마음에 격려하는 것인데 일부가 안 좋게 받아들이는 것”이라는 금호아시아나 쪽 해명이다. 왜 회장이 특별히 여성 승무원들만 아끼는지도 알 수 없거니와, “딸 같아서 그랬다”던 어느 정치인의 성추행 사건 해명을 떠올리게 한다.

직장 내 빈발하는 성폭력과 이에 대한 조직적 은폐는 바로 이런 성차별적 인식과 구조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90년대 서울대 교수의 조교 성희롱 사건 이후 성희롱 예방교육이 의무화되는 등 많은 부분 바뀐 게 사실이지만, 여전히 뿌리깊은 가부장제와 성별 위계질서는 직장 내 문화에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여기에 권력관계까지 중첩될 때 피해자들은 자신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빠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한샘, 현대카드를 비롯해 그 전해 문화계·영화계에서 성폭력 의혹 고발이 잇따랐지만, 피해자들은 홀로 외로운 싸움을 벌여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 알려진 언론계의 사례 또한 예외가 아니다.

서 검사의 증언은 많은 피해자들에게 더는 침묵해선 안 된다는 용기를 줬다. 곳곳에서 더 많은 공론화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가해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지고, 피해자들이 조직에서 당당하게 살아남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이 변화로 나아가는 연대의 길은 특정 성별의 전유물이 아닐 것이다. 성범죄 의혹을 은폐하고 뻔뻔한 변명만 늘어놓는 가해자들에게 분노하고 부끄러움을 느끼는 남성들 또한 많다. 더 많은 ‘#위드유’(당신과 함께하겠습니다)가 번지길 기대한다.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opinion/editorial/830610.html?_fr=mt0#csidxefdef14fa3535dc9ecaef01c02fd1b7